티스토리 뷰

기술 이야기

AppleCare 구입 포기

킬크 2009. 11. 1. 10:52
iPod Touch를 구입한지 거의 1년이 다 되었다. 개인적으로 구매한 모바일 디바이스를 이렇게 알뜰하게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구입부터 지금까지 거의 내 몸에서 떨어져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내가 처음으로 Apple 제품을 직접 구매해서 사용한 첫 제품이 iPod Touch였기에 그밖의 Apple 제품을 직접 경험할 일은 거의 없었다. 주로 주변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몇 번 만져보거나 장점 등을 이야기 들어서 알게 되었다.

최근들어서는 Apple 제품 사용자가 늘면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었고, 좀 더 알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애플빠'는 아니지만 Apple의 정책과 Apple, 특히 Steve Jobs의 혜안에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Apple 제품들은 비싸다. iPod Touch 16GB를 40만원(가격인상전) 가까이 주고 사면서 많은 고민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구입해서 후회하지는 않았지만 구입 당시에는 충분히 살떨리는 경험을 했었다.

Apple 제품들도 보증기간(Warranty)가 있다. 보통 1년인 iPod의 경우 1년이 끝나기 전에 보증을 연장하려면 AppleCare를 구입해야 한다. 일종의 서비스에 대한 보증을 1년 연장하는 것인데, 이 금액이 사실상 만만치 않다.


Apple Korea는 이번주 AppleCare의 가격을 올렸다. iPod Touch의 경우 69,000원 하던 것을 85,000원으로 인상했다. Macbook Air는 165,000원에서 무려 250,000원으로 올랐다.

내가 가지고 있는 iPod Touch는 어제가 Warranty Out이 되는 날이다. 한달전부터 고민했다. 만일 보증기간을 연장하려면 어제까지 AppleCare를 구입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주 초에 AppleCare 연장을 포기했다. 공교롭게도 포기를 하자마자 AppleCare 가격이 올라버렸다.

그러나 아깝지 않다. Apple에 대해 우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Apple의 가격 정책이나 A/S 정책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iPod Touch의 보증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두가지였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동일한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것과 비싼 가격이었다.

Apple A/S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보증기간내에 문제가 생기면 교환해주는 제품들이 있다. 다른 서비스처럼 부분적으로 수리를 해서 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가끔은 새 제품을 포함하여 수리를 마친 제품들로 교환해준다.

이런 방식을 선호하는 고객들도 많지만, 나처럼 부분적인 문제를 수리하고 필요한 부품가격만 받고 돌려받기를 원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특히 iPod Touch 뒷면에 새긴 각인도 그렇고, 완전 새제품이나 남이 사용하던 물건을 받아서 다시 쓰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도 있다.

더욱 망설이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비싼 보증요금 때문이다. AppleCare는 어차피 보험의 성격이다.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필요없고,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만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Warranty 연장 프로그램들이 비싼 경우, 보증연장을 하지 않고 꼭 그 기간이 지나면 잘 고장 나는 제품들이 많다는 얘길 한다. 나도 그런 경험이 많지만 대부분 망설이는 것은 합리적인 보증요금 때문이다.

기업에서 보증을 연장하기 위해 돈을 받는 것을 나무라지는 않는다. 다만 다른 제품들처럼 소비자가 선택해서 합리적인 부품값을 치르고 고칠 수 있는 방법이 Apple에도 있었으면 한다.

Apple측에서는 AppleCare를 구매하는 것이 오히려 저렴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제품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기업의 말을 100% 믿을 수는 없다. 보증연장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는 소비자가 선택해야 하는 부분인데 책정된 금액의 기준이 없다는 말이다.


8GB 제품을 30만원이 안되는 금액에 사서 8만 5천원의 1년간 보증연장 요금을 내야한다면 망설이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제품가의 1/3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고 1년간 보증을 더 할 수 있다고 흔쾌히 AppleCare를 살 수 있을까?

Apple 유저들은 보증기간이 끝나기 전에 어떤 문제점이라도 찾아내어 제품을 교환 또는 완전 수리하려는 모습들을 종종 본다. 아마도 높은 AppleCare 요금에 대한 반발심리로 보인다. 비싼 돈을 냈으니 어딘가는 새로운 부품이나 제품 교환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Apple이 비록 혁신적인 제품을 가지고 시장에서 앞서간다는 생각은 하지만, 제품 가격이나 A/S 정책 등은 수긍하기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에서의 Apple 제품과 A/S에 대한 평판은 좋지 않다. 기업으로서는 이익을 내고 돈을 잘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지는 몰라도 소비자로서는 그런 부분들이 마뜩치는 않다.

AppleCare를 구입하지 않는 것에는 후회하지 않는다.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배터리지만 알아보니 합리적인 가격에 써드파티 제품을 갈아주는 곳도 찾아볼 수 있다. 그 외에는 특별히 고장날 부분이 없어 보인다. 잘 만든 것은 인정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AppleCare에 대한 요금정책이 계속 이어나간다면 iPhone이 도입되어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염려스럽다. 살 때 기분이 좋지만 보증기간이 끝나면 우울해지는 것이 Apple 제품이기 때문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