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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휴대폰 제조사들의 근본적인 정책적 변화를 요구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Apple iPhone이 재조명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조사들에게 때아닌 모바일 OS 채용 바람이 부는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진지하게 흘러가고 있다. 단순히 한 두 모델로 발 담그는 수준이 아니라 모바일 OS에 사운을 맡기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09/11/11 -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

최근 휴대폰 시장의 경향은 모바일 OS가 주는 경험에 의해 제품의 선호도가 바뀌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항상 사용자 경험(UX)의 기준이 되는 것은 Apple iPhone이다. 대부분 신제품의 성공여부를 iPhone에 비교한다.

iPhone OS, Android, Symbian, Windows Mobile, BlackBerry OS, webOS, LiMo, Maemo 등 정말 많은 모바일 OS가 각자 다른 신형 휴대폰에 탑재되어 속속 시장에 나오고 있다.

iPhone이 나오기전까지 양적인 측면에서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던 것은 Nokia의 Symbian이었다. (Nokia의 Maemo는 Tablet PC OS를 목표로 이미 2005년부터 개발이 사작되었다.) 나머지 스마트폰 OS 시장은 Windows Mobile, BlackBerry OS, Palm OS 등이 작은 시장을 나눠 가지고 있었다.

Windows Mobile과 Palm OS는 PDA를 위한 모바일 OS였고, BlackBerry OS는 이메일 푸시에 중점을 둔 모바일 OS였다. 그나마 Symbian이 전통적인 스마트폰 OS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Linux 기반의 LiMo는 2007년 1월, 6개의 회원사로 발족했고 iPhone이 출시되자 그해 8월에 20개사로 회원사가 급증했다. 모바일 O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iPhone에 대한 대응심리가 작용한 결과였다.

2007년 iPhone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을 바라보던 모습이 바뀌었다. Symbian과 Windows Mobile이 보여주던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좀 더 유연하고 좀 더 사용하기 편하며, 얇고 가벼운 단말기가 기존의 스마트폰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iPhone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해도 세계 휴대폰 제조사 빅 5 (Nokia, 삼성전자, LG전자, Motorola, Sony Ericsson)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Apple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처음엔 무시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Apple이 개발자들을 향해 자신들의 모바일 OS에 대한 문호를 열고, App Store를 런칭하면서 빅 5들은 새롭게 열리는 시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iPhone과 App Store에 대해 개발자들은 열광했고, iPhone 유저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여기에 iPod Touch까지 가세하면서 개발자층을 미국이 아닌 전세계로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움직임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Nokia였다. 부랴 부랴 Symbian을 다른 제조사들과 개발자들에게 개방했다. 그러나 타이밍이 늦었다. 이미 폰개발과 전혀 무관한 Google은 Android라는 오픈소스 기반의 모바일 OS를 내놓았고, 개발자들은 접근하기 쉽고 개발이 편리한 Android에 더 몰리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Palm은 자사의 트레이드마크인 Palm OS를 버리고 새로운 OS 개발에 뛰어든다. 그리고 마침 webOS를 만들어낸다.

iPhone이 출시된 지난 3년간 빅 5를 포함한 휴대폰 제조사들은 모바일 OS를 두고 경쟁을 해왔다. 폰을 직접 제조하지 않는 Microsoft를 제외하고 나머지 OS들은 모두 단말기 레퍼런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모바일 OS를 직접 개발하지 않는 제조사들의 선택은 제한되어 있다. Google의 Android, Microsoft의 Windows Mobile, Nokia의 Symbian, 그리고 LiMo뿐이었다. 그리고 개발의 용이함과 유연함을 제공하는 가장 적합한 OS는 바로 Android였다.

Windows Mobile은 스마트폰 OS로서 무난하긴 하지만 제약이 많고 무엇보다 Apple의 iPhone OS에 비해 떨어지는 UI 등이 문제가 되어 제조사들의 선택이 줄고 있다. Symbian 역시 Nokia에 의해 움직이다보니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채택 여유가 있는 것은 Android와 LiMo 뿐이다.

Android와 LiMo는 둘 다 Linux 기반의 오픈소스에서 출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Nokia의 Maemo도 Debian Linux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다만, Android는 Google에 의해 개발지원이 막강하다는 장점이 있고, LiMo는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위주의 후원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LiMo가 제조사와 이통사들의 연합이라는 측면은 모바일 OS의 단말기 적용과 수요면에서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소비자나 개발자 중심이 아닌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비즈니스에 이용하는 이동통신사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소외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LiMo는 일본 모바일 관련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고, 빅 5중에는 Motorola가 가장 열렬한 후원자였다.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LiMo Founder로 참여했다. 빅 5중에서 Nokia를 제외하고는 모두 LiMo 진영에 합류했다.

삼성 LiMo폰 360 H1

시중에는 이들 연합에서 만든 폰이 무려 40여종 이상 나와 있다. 하지만, Android폰이나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에서도 Vodafone을 통해 두 종의 LiMo폰을 발표했다. LG전자도 두 종의 데모용 LiMo폰을 만들었다.

Motorola는 여러가지 스마트폰 OS를 고려하던중 Android에 집중하면서 LiMo폰 개발을 중단했다. 40여종의 LiMo폰 중에서 7종 모델이나 만들어냈던 Motorola의 태도변화는 LiMo의 앞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머지 LiMo폰은 NEC와 Panasonic 등이 일본 Docomo용으로 만들었다. 두 업체가 만든 LiMo폰은 29개로 현재 LiMo는 사실상 일본업체들이 주도한다고 보면 된다. 두 회사뿐만 아니라 Docomo, Access, Aplix 등이 주요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제조사들의 휴대폰은 어딘가 모르게 꺼림칙한 면이 있다. 이동통신의 갈라파고스군도라고 불리는 폐쇄적이고 독특한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과 그 내수시장을 지켜온 일본 제조사들이 만들어낸다는 점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11월 12일 삼성전자, LG전자, SKT, KT, LGT, ETRI 등이 모여 한국리모진흥협회 창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LiMo의 일본 주도를 우리쪽으로 돌려보려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최근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세계 휴대폰 시장의 모바일 OS 경쟁에서 세계 2위와 3위 제조사를 가진 우리나라만 빠져 있다는 점이 한국리모진흥협회 창립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된다.

출하량면에서는 세계 시장의 30%를 만들어내는 한국이지만 언제까지나 피처폰 위주의 하드웨어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 향후 트렌드는 분명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라는 3박자가 어울리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지금은 비록 깔끔한 하드웨어와 저렴한 가격 등으로 승부를 하고 있지만, 머지않아서 이런 특기는 더이상 시장에서 먹히지 않을 것이어서 하루 빨리 우리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국리모진흥협회는 참여하는 제조사들과 이통사, 개발사들 사이의 동상이몽으로 그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만일 제대로 뭉치지 못한다면 머지않아서 그 피해를 우리 모바일 산업계 전반에서 보게 된다.

지난 수요일 삼성전자가 자사의 독립 모바일 OS인 Bada를 선보인다고 발표했고, 그날은 마침 Nokia의 첫 Maemo5 기반의 휴대폰이 발표된 날이다. 하루가 지나 우리나라 주요 제조사들과 이동통신사들은 한국리모진흥협회창립을 준비하는 모임을 가졌다.

뭔가를 준비한다는 것처럼 보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이루어 내는 것이다. 부디 한국리모진흥협회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제조사들이 세계시장에 들고 나갈 수 있는 모바일 OS를 개발했으면 한다.

Android는 Google이 개발했지만, Motorola와 HTC는 자신들의 대표 브랜드로 각인시키려 하고 있다. 우리 제조사들 역시 LiMo를 더욱 값지게 활용하여 LiMo를 언급하면 우리의 제조사들이 거론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LiMo의 생태계 전반을 책임지고 이끄는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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