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를 미국 IT 경기의 지표로 바라보는 관점들이 많다. HP는 가정용 PC와 프린터 등 컨슈머 제품을 판매하는 대표주자로서 실질적인 소매시장의 IT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10월 31일로 마감된 HP의 4분기(회계연도) 실적은 전년에 비해 매출은 하락했고, 이익은 올라갔다. 매출은 전년대비 8% 하락한 308억 달러를 기록했고, 순이익은 24억 달러로 전분기에 비해 14% 늘어났다. 2009년 회계연도를 마감한 결과 순이익 77억 달러로 전년대비 8% 줄었다.

순이익 증가의 큰 원인으로 작년에 인수한 IT 서비스 기업인 EDS의 공헌이 컸다. 139억 달러에 인수한 EDS의 실적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3분기 실적 향상에도 도움이 되었다. 경기침체에도 IT 서비스 분야는 비교적 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4분기 동안 PC 판매량은 8% 늘었지만, 매출은 12% 줄었다. PC 판매 세계 1위인 HP는 PC 경기의 지표이기도 하다. 판매량은 늘었지만, 매출이 감소한 것은 넷북의 영향으로 보고있다. 기존 데스크톱이나 랩톱 PC에 비해 싼 넷북이 그만큼 많이 판매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쟁사이자 세계 3위 PC 제조업체인 Dell은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매출 129억 달러로 전년대비 17%나 줄었고, 순이익은 3억 4천만 달러로 54%나 줄어서 미국 증시에 악영향을 주기도 했다.

연말과 연초로 가면서 PC 판매량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일부 기관들의 희망적인 분석이 있지만, 여전히 판매량은 늘고 매출은 부진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Gartner는 올해 전세계 PC 출하량이 2.8%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P와 Dell은 PC 출하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이 줄어드는데 대한 대책으로 IT 서비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 IT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서버 판매를 하면서 승승장구하는 IBM의 모델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HP는 작년에 EDS를 인수했고, Dell은 올해 Perot Systems를 인수한 바 있다. 

2009/09/21 - Dell 최대의 인수합병, IT서비스 업체 Perot Systems 39억 달러에 인수

올해에도 넷북 판매가 계속 강세인 가운데, Intel은 울트라씬(Ultra Thin)이라는 노트북 플랫폼을 들고 나왔다. 외형적으로는 넷북보다는 성능이 뛰어나고, 기존 랩톱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새로운 랩톱 제품군을 내놓으면서 넷북 시장을 울트라씬 시장으로 옮기길 원하고 있다. 분명 수익의 문제 때문일 것이다.

Windows 7의 출시와 인텔의 울트라씬 플랫폼 지원, 타블렛 PC 등장 움직임 등은 PC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으나, 모바일 플랫폼에 기반한 다양한 기기들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PC 업계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HP는 PC, 프린터, 서버, 소프트웨어의 4개 부서를 거느리고 있지만, PC와 프린터 부문은 크게 성장할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나마 서비스와 서버 부문이 향후 성장이 기대된다. 경기가 활성화되면 기업의 투자가 늘고 서비스 부문과 이에 따른 서버 매출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까칠한 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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