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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도 안되서 버림받은 Nespot(네스팟)이 KT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KT 내부 관계자들은 잘 몰랐을 것이다. 그동안 KT의 Wi-Fi기반의 유료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Nespot은 KT내부적으로 홀대받는 존재였다.


2002년부터 최근까지 전국적으로 약 13,000 여개나 설치된 Nespot AP(Access Point)는 도시의 주요지점이나 공공장소, 큰 건물에는 어김없이 설치되어 있다. 특히 관공서, 대학 같은 사람들이 밀집하는 지역에는 Nespot 신호를 발견하기란 아주 쉽다.

그러나 설치된 AP 숫자와 구축 유지 비용에 비하면 Nespot의 성적은 별로 좋지 못했다. 2005년 40만 가입자가 최고점이었다. 한때 50만 가까이 는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수준에서 더이상 늘지도 않았고, 유지도 되지 않았다. 다시 주목받기 전까지는 30만 수준으로 가입자수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2005년 이후 KT내부적으로는 Nespot 핫존을 늘이는 것도 중단했다.

KT는 Nespot을 메가패스(현 쿡인터넷)나 와이브(Wibro)로 가입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단순 미끼 상품 수준으로 활용했었다. 특히 와이브로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Wi-Fi를 경쟁재로 해석하는 바람에 Nespot은 더욱 설자리를 잃어갔다.


와이브로뿐만 아니었다. 3G WCDMA에도 Nespot 같은 Wi-Fi 서비스는 거슬리는 존재였다. Nespot은 통신사가 바라는 종량제가 아닌 정액제 기반의 무선통신 서비스이며, 속도도 안정적이고 지원하는 기기의 숫자가 와이브로나 WCDMA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에 Nespot은 KT나 KTF에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다.

그렇다고 이미 구축해 놓은 무선 Wi-Fi 인프라를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경쟁사인 SKT도 Wing이라는 Wi-Fi 서비스사업을 시작했다가 접은 상황이기 때문에 KT에게 Nespot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Nespot은 KT의 다른 상품에 끼워 파는 수준으로 근근히 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여름부터 Nespot의 위상은 바뀌기 시작했다. KT가 KTF와 합병하고, FMC(유무선 융합서비스)를 내놓으면서 Nespot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FMC의 핵심이 바로 Wi-Fi 였기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전국 13,000여개의 Nespot 핫존은 KT에게 그야말로 너무나 고마운 존재로 바뀌게 되었다.

미국의 이동통신서비스에서 증명되었듯이, Wi-Fi는 신호 도달 거리의 한계가 있지만 이동통신망을 보완하는 보완재로서 훌륭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AT&T는 iPhone을 내놓고 무제한 데이터서비스를 제공하면서 3G 네트워크의 부하를 줄이는데 Wi-Fi 덕을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Wi-Fi 서비스인 Nespot은 FMC에 이어 iPhone 판매에도 큰 힘을 발휘했다. iPhone을 비롯하여 스마트폰과 데이터서비스 정액제 가입자들에게 Nespot을 무료로 공개하기로 한 결정때문이다.

이는 KT만이 내놓을 수 있는 iPhone 가입자 선물이었다. 경쟁사들은 이전까지 Wi-Fi에 대해 돈되지 않는 사업이라고 시장에서 철수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KT만이 Wi-Fi 서비스를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중구에만 266개의 AP가 있다는 검색결과


FMC의 핵심이자 iPhone 같은 스마트폰을 통한 데이터서비스에도 보완재로 작용하는 Wi-Fi는 이제 KT만의 장점이 되었다. 인구가 밀집하는 지역에서의 무선 네트워크 활용율을 높이는데 Wi-Fi만한 기술도 드물기 때문이다.

KT는 이런 Wi-Fi 서비스의 중요성을 비로소 깨닫고, 월요일 Nespot 확대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13,000여개 수준인 AP의 숫자를 내년까지 5~6만개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전국적으로 좀 더 촘촘하게 Wi-Fi 네트워크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AP 하나 추가 비용이 3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비용상으로도 KT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밝혀졌다. 사실 개당 설치비용이 3만원 수준이었다면 투자비용대비 효과는 아주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KT의 넓은 유선망 보유가 장점이 되는 순간이다.

참고로, 지난달 중국 China Unicom을 통해 판매되기 시작한 iPhone의 경우 중국 내수시장의 블랙마켓을 통해 이미 많이 판매된 이유도 있지만, Wi-Fi 미지원으로 인해 판매대수가 예상치에 훨씬 못미치는 성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만큼 iPhone같은 스마트폰에 있어서 Wi-Fi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KT는 앞으로 Nespot을 여러 사업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처럼 독립적인 매출을 올리는 Nespot 계정판매 사업보다는 FMC, 와이브로, iPhone같은 스마트폰 사업에 핵심 인프라로서 활용을 할 것이다. 또한 아직 지방까지 구축하지 못한 와이브로의 보완재로서 Wi-Fi는 훌륭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Wibro의 빈 자리를 Wi-Fi가 메꾸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경쟁사인 통합 LG 텔레콤 역시 Wi-Fi를 통신사업의 중요한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인터넷전화 mylg070 AP다. 200만 가입자가 넘어선 상황에서 인터넷전화 AP는 FMC 사업에서 중요한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인데, 향후 이를 이동통신 서비스와 접목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 과제다. 만일 가능하다면 LG 텔레콤측도 상당히 넓은 Wi-Fi 커버리지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전에 가입자 AP 사용에 대한 고객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큰 장벽이 남아 있긴하다.

KT는 아직 정확하게 Wi-Fi의 사업 운용 계획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3W(WCDMA, Wibro, Wi-Fi) 총량제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즉 데이터서비스 총량제를 실시하여 WCMDA, Wibro, Nespot Wi-Fi의 사용량을 통합하여 과금하는 방식으로 몰고가지 않을까 하는 것인데, 이를 통하여 매출과 수익을 올리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예를들어 가입자에게 월 2GB의 데이터사용량을 준다면, WCDMA나 Wibro나 Nespot 사용량 전부를 합쳐서 월 2GB로 한정시키는 것이다. 이럴경우 결국 Nespot AP의 설치확대는 기존 WCMDA의 부하를 줄이면서 좀 더 저비용의 인프라인 Wi-Fi를 통해 수익을 구현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Nespot이 공짜처럼 보이지만 공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Wi-Fi를 기본탑재하는 기기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Wi-Fi는 세계 표준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잡고 있는데, 최근 노트북(넷북),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기기, 게임기 등은 Wi-Fi를 기본 탑재하고 있다.

KT는 한때 계륵으로 치부되던 Wi-Fi 서비스인 Nespot이 늘어난 Wi-Fi 지원기기와 iPhone 등의 스마트폰과 유무선 융합서비스(FMC) 등으로 인해 이익을 보고 있다. 그리고 더욱 활용가치를 높이기 위해 AP의 대폭 확대를 발표했다. 한때 별볼일 없던 서비스가 이렇게 도움이 될 줄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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