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신형 휴대폰의 종류는 정말 많다. 피처폰의 경우 국내는 한 회사에서만 수십 종류를 출시한다. 스마트폰의 경우 이제서야 1년에 10여 종류 안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 전엔 손에 꼽힐 정도로 종류는 적었다.

피처폰이 시장에 나올 때 같은 크기나 같은 디자인을 가지고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동일한 시점에 나온 동일한 브랜드 모델이 아니라면 외관 어디가 달라도 다르게 만들어져 시장에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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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nes by davepatte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액정 크기, 키패드 디자인, 키버튼의 위치, 바/슬라이더/플립 방식 등에 따라 다양한 휴대폰이 시장에 나온다. 여기에 카메라 화소수나 특정 부품의 탑재 및 제거에 따라서도 제품의 종류는 더욱 세분화되어 나누어진다.

새로운 제품의 휴대폰이 나오면 의례 모두들 제품의 외관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인다. 휴대폰은 하루중에 소비자가 사용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자주 사용하며, 남의 것과 차별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개성있는 독특한 디자인이나 외관에 대해 차별성을 두는 경우가 많다.

이젠 당연하다는 듯이 휴대폰의 디자인은 신제품 출시 때마다 바뀌어야 한다. 가로, 세로, 두께가 달라지고, 액정 화면이 더 커지고, 버튼의 배열이 달라지며, 한눈에 봤을 때의 느낌을 전달하려는 디자인들이 많다.

그런면에서 Apple iPhone은 기존의 일반적인 휴대폰 디자인 전략과는 좀 다른 모습으로 움직인다. 모델 종류를 다양화하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iPhone 2G, iPhone 3G, iPhone 3GS는 디자인상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색상도 블랙과 화이트의 두 가지만 고집하고 있다.

어떻게보면 뒤늦게 휴대폰 시장에 뛰어든 Apple의 고집 또는 나름대로의 차별화 전략일지는 모르겠지만, 큰틀에서 바뀌지 않는 iPhone의 디자인 덕분에, 그리고 Apple이 직접 뛰어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으며, 액세서리 시장은 잘 발달되어 있다. iPhone 이전에 iPod 에서도 동일한 이유로 액세서리 시장이 잘 형성되어 있었다.

Apple iPhone 3GS


iPhone의 경우 2G, 3G, 3GS 디자인이 거의 같은 모양이다. 하지만, 기능이 추가되고 성능이 올라간 기기안의 내용물은 많이 다르다. 또한 기기를 동작시키는 운영체제는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1년에 수십 종 이상을 양산하는 휴대폰 단말기 업체의 경우 매번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약간씩 변형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외관이 바뀌는 가장 큰 이유는 액정사이즈와 배터리사이즈, DMB 등의 특수한 요구사항 등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다른 케이스, 필름, 액세서리 등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휴대폰과 함께 버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래 쓰면 3년, 보통은 계약기간에 맞춰 2년 정도가 휴대폰의 수명으로 고착되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는 1년에 수십종의 휴대폰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동일한 크기와 디자인으로 새로운 기능의 업그레이드 제품은 왜 나오지 않는 것일까? 전에 쓰던 케이스를 그대로 쓸 수 있고, 배터리도 그대로 쓸 수 있는 디자인의 제품이 왜 나오지 않을까?

Motorola의 Motoroi


분명 동일 디자인으로 했을 때 소비자의 (식상하다는) 반응이나 휴대폰 매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디자인이라는 요소 자체가 제품에서 아주 중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매번 디자인이 바뀌어야 할 이유는 크지않아 보인다. 어쩌면 롱런할 디자인을 찾지 못해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디자인과 외관, 스펙보다는 소프트웨어나 서비스의 개선 및 기능추가로 기기가 업그레이드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비록 하나의 사례로 그칠지는 모르겠지만, iPhone의 디자인은 3년째 거의 동일하다. 눈에 보이는 껍데기의 디자인보다는 안에서 동작하는 UI의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성능이 더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휴대폰 액세서리는 케이스, 필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 이유는 잦은 디자인의 변경 때문이다. 동일한 디자인의 밀리언 셀러가 나오기 힘든 제품이기에 더 새로운 액세서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히트작이 나오더라도 그 다음 신작은 바로 디자인이 바뀌기 때문이다. 

반면 사이즈와 디자인이 거의 동일하게 나오는 iPod과 iPhone의 경우 다양한 액세서리 비즈니스가 번창하고 있다. 필름, 케이스뿐만 아니라, 충전 Dock 및 스피커 등의 액세서리와 차량용 액세서리, 충전배터리 겸용 케이스 등 다양하다.

크게 변하지 않는 디자인은 이처럼 액세서리 업체들이 뛰어들만한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Apple 제품의 경우 써드파티의 액세서리로 사용자들의 개성을 연출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액세서리 비즈니스 때문에 디자인을 바꾸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디자인이나 외관이 자주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중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액세서리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지금도 여전히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피처폰을 더 많이 사용한다. 스마트폰을 접하는 사용자는 전체 사용자중에서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점점 피처폰보다는 스마트폰으로의 사용자가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왜냐면 이제는 이동통신서비스의 수준이 단순 전화 받기 걸기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음성통화를 늘이고 ARPU를 증가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서비스 사업자인 이동통신사들이 데이터서비스 가입자를 늘이려 한다면, 피처폰보다는 스마트폰 판매에 더 신경을 쓸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면 소비자는 데이터와 서비스에 종속될 확률이 높아지는데, 피처폰과 달리 전화기의 주소록만 옮기면 되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사용자 경험(UX)을 옮겨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다양한 SNS 서비스와 플랫폼이 주는 UX, 데이터서비스 등의 이전이 동시에 발생하게 되어 플랫폼 고착이 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기기는 바뀌더라도 기기의 디자인과 플랫폼이 주는 UX는 바뀌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T옴니아2

쇼옴니아

오즈옴니아


삼성전자의 옴니아2 디자인을 보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지금 생각처럼 큰 틀에서의 디자인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비록 하단의 버튼 모양이나 키버튼의 위치나 숫자는 바뀌더라도 전반적인 외관이 주는 느낌(look)이 바뀌지는 않는 모습에서 소비자에게 뭔가를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받았다. 분명 옴니아라는 브랜드의 각인효과를 노렸을 것이라고 본다.

신형 디자인의 피처폰에 익숙해져 있던 소비자들은 최근 신형 스마트폰이 나와도 별로 바뀐게 없다고 실망감을 보이는 경향을 발견했다. 학습효과에 의한 것이다. 늘 신제품은 디자인이 새롭고 바뀐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그것은 단말기 제조사들이나 이동통신사들이 그동안 너무 소비자에게 세뇌를 시킨 결과다.

정작 사용해보면 사용감, 특히 터치폰의 경우 터치감이나, 사용자를 위한 UI, 편의성이나 애플리케이션들의 동작, 활용성 등이 모두 다른데 디자인을 보고 먼저 판단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젠 특정 세대를 위한 실버폰이나 저가형 공짜폰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휴대폰들은 터치방식으로 나오고 있다. 국내에선 아주 드문 QWERTY(쿼티)자판 휴대폰도 나오고 있다. 터치폰들은 대부분 바타입이며, 쿼티폰의 경우 슬라이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블랙베리처럼 바타입(블랙잭)도 있었지만, 더이상 대세가 아니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다. 디자인이 바뀌어 새로워진 느낌보다는 그 안에 작동되는 플랫폼의 개선과 UX와 UI를 개선하는 것, 휴대폰의 기능을 이용한 좀 더 다양한 Mashup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런 느낌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면 제품에 종속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약정 기간이 지나 새로운 폰을 만났을 때, 전에 사용하던 같은 디자인의 성능은 더 좋아진 폰을 구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플랫폼에서 더 개선되고 빠른 기기를 만나서 서비스와 데이터의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스마트폰에서의 승부처는 소비자가 플랫폼을 익숙하게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 젖으면 웬만해서는 빠져나가기 싫은 것이 UX이며, 플랫폼에서의 경험이다. 거기에는 데이터라는 것도 한몫을 한다.

예쁜 디자인,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무장된 폰은 내 손에 쥐고 있으면 3달 이상 지나면 더이상 예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주는 다양한 사용자 경험과 가치는 폰의 디자인을 그렇게 신경쓰지 않게 만든다.

우리 기업들은 너무 디자인에만 치중하는 모습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Posted by 까칠한 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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