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오른쪽이 KIN One, 왼쪽이 KIN Two


지난 4월 12일 월요일 Microsoft는 그간 'Pink'라는 프로젝트로 진행되어 개발된 자사의 휴대폰 2종을 공개했다. Microsoft가 자사의 이름을 걸고 휴대폰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운 제품의 이름은 KIN(킨)이다. 두 종류의 제품을 내놨으며, KIN One과 KIN Two로 각각 명명되었다. 두 제품 모두 QWERTY 자판을 기본 장착하고 있다. 참고로 Kin은 영어로 '종족'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Microsoft는 Google과 함께 유명한 IT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기업이다. Google은 Android라는 모바일 OS를 가지고 있으며, Microsoft는 오랫동안 제공해온 Windows Mobile (Windows Phone)이라는 유명한 모바일 OS를 가지고 있다.

올해 초 Google은 자체 브랜드의 Nexus One이라는 Android폰을 내놨다. 제조는 대만의 HTC가 담당했고, Unlock 상태로 시장에 내놨다. 특정 이동통신사를 통해 판매하는 형식이 아닌 온라인으로 고객이 직접 주문하고 원하는 이통사에 등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번 Microsoft의 KIN 시리즈 휴대폰 발표는 어딘가 모르게 Google과 닮아있다. 두 기업 모두 자체 모바일 OS를 가지고 있으며, 직접 제조보다는 전문 휴대폰 제조사에 제조를 맡겼다. 이번 KIN One과 KIN Two는 일본의 Sharp가 제조를 맡았다. Google이 T-Mobile에 먼저 공급했고 Verizon으로 공급 확대 계획을 갖고 있지만, KIN은 Verizon에서 독점 공급된다.

그러나 기기 자체로만 본다면 Google의 Nexus One과 Microsoft의 KIN one, KIN Two는 똑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일단 이번에 발표된 KIN One, KIN Two는 스마트폰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Windows Phone 7의 시제품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기능만으로 본다면 피처폰이다.

일부 Windows Phone 7의 DNA를 이어받은 것이 있을지는 몰라도 겉으로는 일반적인 피처폰이며, SNS에 특화된 피처폰이다. 그래도 운영체제는 Win CE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종의 맞춤 OS 형태를 취하여 특수한 기능만을 수행하는 폰이다.

KIN Two


키보드를 접은 KIN One은 정사각형의 스톱워치 느낌이 나고, 외형에서 풍기는 느낌만으로는 KIN Two는 Palm의 Pre와 많이 닮아있다. 유선형 모양도 그렇지만 QWERTY 자판을 가진 것도 닮아 있다. 다만 Pre가 일반적인 상하이동 슬라이더 방식이라면 KIN Two는 사이드 슬라이딩 방식이다.

사실 이런 느낌보다는 Microsoft가 2008년 2월 5억 달러에 인수한 Danger Inc.의 Sidekick(Hiptop) 시리즈의 후신으로 보는 관측이 더 우세하다. 인수한 Danger의 Sidekick 1(2002년 출시)에서 Sidekick LX 2009(2009년)까지 단말기는 모두 일관성 있게 QWERTY 자판에 사이드 슬라이딩 방식을 채택한 휴대폰이다.

Microsoft에 인수된 후 Sidekick 단말기는 2009년 10월 2일 서비스 이상으로 고객들의 개인 데이터가 유실되는 사고를 겪게 되면서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사태로 한달 넘게 T-Mobile에서 Sidekick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었다. 이 사고는 휴대폰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대형 사용자 데이터 사고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KIN One과 KIN Two 제조에 일본 Sharp가 나선 것에 비상한 관심을 두는 이들도 있지만, 사실 Sidekick 대부분의 모델(8개 모델 중 6개)을 Sharp가 제조했기 때문에, Danger를 인수한 Micorsoft입장에서는 사이드 슬라이드 방식의 폰 제조를 Sharp에 맡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Sidekick LX 2009


Sidekick 마지막 시리즈인 Sidekick LX 2009는 Social Network 기능을 갖춘 Social Phone이었다. Facebook, Twitter, MySpace 등의 서비스와 연동되며, MS의 Exchange를 지원했고, YouTube도 지원했다. 여기에 MS의 검색엔진 Bing과 GPS를 연동한 Map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상 마지막 버전의 Sidekick은 이때부터 Danger의 울타리를 넘어 Microsoft폰으로 바뀌고 있었던 것이다. Microsoft에 인수되었던 Danger의 개발자들은 Zune을 개발하던 Mobile Communication Business(MCB)에 흡수되었고, 이들 대부분은 2009년 10월까지 Microsoft를 떠났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Danger의 공동창업자이며 CEO였던 Andy Rubin은 첫 직장생활을 Apple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으며, 오늘날의 Android OS의 근간이었으며 Google에 인수되었던 Android社의 CEO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Google 엔지니어링 부사장을 맡고 있으며, Android 개발의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

KIN One


Microsoft가 Danger라는 괜찮은 모바일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사를 인수한 이유는 바로 차기 Windows Mobile OS 개발(Windows Phone 7)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던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기존 MS의 모바일 OS에는 변화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모바일 플랫폼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Danger를 인수한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Microsoft에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었다. 올해 초 MWC 2010에서 급하게 Windows Phone 7을 발표했지만, 빠른 시간내에 제대로 동작하는 Windows Phone 7 기반의 스마트폰을 내놓을 수 없었다.

결국 이번 KIN 시리즈 폰은 기존 Sidekick 시리즈의 DNA를 이어가며 Windows Phone의 일부 기능을 시험하는 형태로 내놓은 것 같다. Social 기능을 부각시키고, Zune 기능을 실험하며, 이를 클라우드 환경과 결합시켜 추후 Windows Phone 7이 나올 때 이를 활용하는 전초 단계로 제품을 내놓은 것 같다.

두 제품은 Loop, Spot, Studio 등 심플하면서 이해하기 쉬운 사용상의 정의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는 모습을 하고 있다. 500만 화소에 SD급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가진 KIN One, 800만 화소에 HD급 동영상 촬영 능력을 가진 KIN Two와 조합하여 문자, 사진, 동영상 등을 지인들과 나누는데 중점을 두었다.

메모리의 추가 확장이 불가능하여 4GB와 8GB의 내장 메모리만 허용한 것 역시 기존 Windows Mobile 기반의 스마트폰과 달리 단말기 데이터의 Microsoft 서비스의 연동을 생각해 둔 것이라는 추측이다.

현재 스마트폰의 이미지가 비즈니스 지향적이고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가는데, 그런 모습을 살짝 비켜 나가서 Microsoft의 서비스로의 연결을 중심으로 옮겨가려는 의도가 보인다.

오히려 모양은 다르지만 자신의 영역으로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Google의 전략과 비슷해 보인다. Windows Phone 7의 궁극적인 목표도 모바일 OS를 통한 계(Ecosystem)의 구축에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번 KIN 시리즈 제품은 Windows Phone 7의 출발점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SNS는 결국 커뮤니티와 데이터, 검색, 뉴스 등이 클라우드 환경에서 어우러질 때 파워가 생기며, 이런 생태계를 Microsoft 중심으로 가져가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니 KIN 시리즈의 출시가 Microsoft에게 전혀 엉뚱한 라인은 아닌 것이다. 다만 시간적으로 Windows Phone 7의 파워를 싣기에는 부족했던 것이다.

조금만 떨어져서 바라본다면 KIN 시리즈에서 Windows Phone 7의 미래를 살짝 엿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은 구름(클라우드)속에서 일부분만을 보여줬지만, Microsoft는 KIN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 게임의 룰를 바꾸길 원하는지도 모른다. Apple처럼 말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