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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로 내놨던 Palm이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HTC도 아니고, Lenovo도 아니었다. Palm의 새로운 주인은 바로 HP가 되었다. HP는 현금 12억 달러[각주:1]에 Palm을 인수하기로 했다.



세계 1위의 컴퓨터 제조사가 스마트폰 제조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은 여러가지를 시사한다. 가장 큰 의의는 바로 PC와 스마트폰의 경계가 사라졌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미 경쟁사인 Dell은 스마트폰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Dell뿐만 아니다. Acer, Lenovo, Toshiba 등의 경쟁사들도 모두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었다.

성장이 더뎌지고 있는 PC에 비해 스마트폰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HP의 PSG(Personal Systems Group) Todd Bradley[각주:2] 부사장의 언급에 따르면, 스마트폰시장은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으며, 1천억 달러시장이라고 한다.

HP가 Palm을 인수한다는 것은 HP가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시장과 모바일 컴퓨팅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HP의 합류로 PC와 스마트폰시장을 함께 하는 것이 정석으로 굳어졌다. 세계 유수의 PC업체들은 모두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현재 HP의 모바일 디바이스는 크게 노트북과 넷북라인, Tablet PC인 HP Slate, PDA인 iPAQ이 있다. 현재 이 제품들은 모두 Microsoft의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에 공개한 HP Slate의 경우 Windows 7을 장착하고 있으며, iPAQ 시리즈는 Compaq 시절부터 Windows Mobile을 장착하고 있었다.


Palm을 인수하게 되면 Palm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webOS를 HP가 가지게 된다. 이번 인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HP가 독자적인 모바일 OS를 가지게 된다는 점인데, 이를 HP 제품에 적용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ATOM기반에 Windows 7을 탑재한 Slate의 변화가 가장 주목되는 부분인데, 빠른 시일내에 webOS로의 탑재는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 Microsoft와의 관계도 그렇고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다른 모델의 Tablet PC 버전으로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각주:3]

HP Slate는 Apple iPad와 비교를 통해, 크기나 스펙, 동작면에서 Mac OS X와 Windows의 대리전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일단 iPad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지만, 만일 webOS가 Tablet PC 버전으로 개발된다면 해볼만한 경쟁이 될 것 같다.

HP는 과거 PDA 시장에서 Palm과 경쟁한 적이 있다. 독자 모델인 Jornada 시리즈를 통해 직접 경쟁했었고, 이후 Compaq을 인수하면서 iPAQ 시리즈로 브랜딩하여 지금까지 PDA 시장을 지키고 있다. 반면 PDA의 강자였던 Palm은 피인수를 당하면서 2000년대초에 대표브랜드였던 Palm Pilot의 PDA 사업을 접고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업체로 변신했었다.

이번 인수로 iPAQ으로 대표되는 PDA 사업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이제까지 Microsoft의 Windows Mobile을 기반으로 제품을 내놨고, 일부는 PDA폰 형태로 스마트폰을 내놓기도 했었는데, webOS를 가지게 된다면 PDA 제품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만일의 경우 PDA사업을 접고 스마트폰사업으로 흡수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모든 스마트폰은 PDA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HP의 Palm인수로 곤란한 위치에 서 있는 기업은 Microsoft다. 넷북을 비롯하여 Tablet PC, PDA까지 모두 Windows 기반의 운영체제를 공급하고 있는데, HP가 Palm webOS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어 노트북과 넷북을 제외한 나머지 모바일 기기에서 Windows Mobile 혹은 Windows Phone OS를 공급하기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Palm은 이번 HP 피인수로 Apple과 맞붙을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다. 자금문제로 늘 힘들어 했지만, 든든한 재력을 가진 HP의 그늘로 들어가면 충분한 경쟁력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또한 HP가 시스템사업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서비스사업(IT 서비스) 분야에서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기업용 활용부문에서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이 부문은 HP에 인수된 EDS와의 협력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webOS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Palm CEO겸 회장인 Jon Rubinstein은 잔류할 것이라고 HP는 밝혔다. 최근 Palm 매각설이 돌면서 일부 인원들이 빠져나가긴 했지만 여전히 webOS를 비롯한 제품개발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Rubinstein이기 때문에 그의 잔류를 조건으로 인수 합의에 이른 것 같다.

Palm 지분 1/3 가량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인 Elevation Partners는 4억 8,500만 달러를 받고 지분 정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levation Partners는 2007년부터 작년까지 Palm에 4억 6천만 달러를 투자했었다. 이번 HP로의 매각으로 이제 겨우 본전을 찾은 셈이다.

Palm 인수로 HP는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시장에 뛰어들게 되었다. PC와 스마트폰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모바일 컴퓨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HP가 Palm의 webOS를 이용하여 어떤 전략으로 시장에 자리를 차지할지 지켜봐야 할 시간이다.

인수는 HP의 회계연도상 3분기가 끝나는 7월 31일까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한다.

참고 : 2010/02/26 - 또 다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Palm
  1. 직원보유 주식과 추가관련 주식을 포함하면 14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본문으로]
  2. 그는 한때 Palm의 전신인 PalmOne의 CEO였다 [본문으로]
  3. Business Insider에 따르면 HP Slate는 개발이 잠정 중단될 것이라고 한다. 인수후 바로 이런 언급이 HP에서 흘러나왔다. (4.30. 09:4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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