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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우리팀은 워크샵을 떠났다. 팀동료이자 친한 친구의 고향 동네인 경남 고성 동해로 목적지를 정했다. 오전부터 구름이 가득 끼어 있어 날이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후부터는 구름이 조금씩 걷히고 바람만 강하게 불었다.
대구에서 목적지인 동해면 외산리까지는 휴게소를 들르는 시간 포함하여 2시간이 걸렸다. 평일 오후여서 그런지, 항상 막히는 마산시 진동면을 가로지르는 2번 지방도는 한산한 편이었다.
오랫만에 나서는 여행길이라 마음도 몸도 가뿐했다. 워크샵 장소는 작년에 가족들을 데리고 온 적이 있어 반갑기도 하고 또 가고 싶은 곳이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목적지를 향했다.
비교적 일찍 도착했고, 해도 길어 워크샵 장소인 펜션에서 가까운 소담 수목원을 찾았다. 소담 수목원은 카페를 겸하고 있고 관람료가 없는 개인 수목원인데, 예전 이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다.
2009/05/30 - 남해 바다와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소담카페
마산시와 고성군 동해면이 동진교라는 다리 하나로 접하고 있는 이곳 외산리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동진교 너머 시락리는 마산시에 속해있고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반면 작은 만(灣) 너머 남해쪽 방향 이곳 외산리는 아직 사람들이 그렇게 붐비지 않는 곳이다.
역시 평일 오후라 손님은 드물다. 카페 안쪽에는 잘 차려입은 몇몇 여사분들이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 봐서 계모임을 갖는 것 같았고, 그 외 손님은 우리 팀 인원들뿐이었다.
카페에서 북쪽 시락리를 바라본 모습이다. 안쪽으로는 당항만으로 연결된다. 이곳 시락리와 외산리는 당항만의 입구에 있다. 아직 완전히 구름이 걷히지 않아 흐리긴 하지만 바람이 불어 끈끈한 느낌은 없었다.
5월의 꽃이라서 그런지 더 자기색깔을 분명히 띄고 있다. 빨갛고, 노랗고, 분홍, 보라 등등 모든 세상의 꽃색깔이 다 모여 있는듯 하다. 소담 카페의 매력중 하나는 바로 이런 꽃들을 볼 수 있는 야외 테라스와 마당이다.
이곳 출신 주인은 야생화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는 분이란다. 꽃들이 하나같이 예쁘고 잘 자라는 것은 주인의 보살핌이 있어서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한다. 더군다나 제철에 나는 꽃들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어디 일부러 조경화를 꽂아둔듯 하지만 모두 살아있는 꽃들이다. 제 생명 그대로를 물과 바람과 땅에 의지하여 사는 살아있는 꽃들이 이곳에 모여 살고 있다. 나무둥지 아래 저렇게 모여 사는 모습만봐도 보는 사람은 천사가 된다.
뒤엔 키 큰 나무들이 바람 막아주는 숲이 있고, 정원엔 꽃들이 한가득 피어있고, 앞으로는 시원한 남해바다가 보이는 카페의 언덕에서는 차라도 한잔 마셔야 그 운치를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법이다.
꽃만큼 붉은 허브차를 마시면 정말 이곳이 천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질 정도다. 바람과 구름과 바다와 숲. 그리고 사람과 이야기와 허브차. 표현이 촌스럽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평안함이 분명 있다. 아니 느낄 수 있다.
이런 곳에 오면 사람은 자연을 칭송하게 된다. 그리고 모두가 좋은 이야기만 한다. 얼마나 우리가 자연과 멀어져 있었는지, 콘크리트가 우리를 얼마나 삭막하게 만들었는지는 이런 곳에 오면 깨닫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휴식이 주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고, 나쁜 생각들, 힘들었던 기억들은 잠시 잊을 수 있는 곳이다. 동료들과 즐겁고 재밌는 이야기로 웃음소리는 끊어지지 않는다.
구름이 해를 가리지만 그 빛은 바다가 다시 비추어준다.
목요일 오후 고성군 동해면 외산리 소담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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