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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대, 2년 약정의 시대

Apple iPhone 4가 발표되던 날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가 발표되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요동쳤다. 한달이 멀다하고 쏟아지는 신형 스마트폰에 굵직한 유명 스마트폰들의 국내 판매 소식이 들려오면서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이미 2007년부터 매년 6월달에 신형 iPhone을 내놓고 있는 Apple의 경우 1년 단위로 새로운 기능으로 무장한 iPhone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국내시장에 선보이는 스마트폰의 숫자가 작년말부터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Apple iPhone 4


스마트폰 가격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고가에 책정되어 있다. 웬만한 데스크탑 PC 가격만큼 비싸다. 국내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경우 대부분 80만원대에서 100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해외도 비슷한 수준이다. Google 브랜드폰인 Nexus One만이 60만원대로 공급되었을 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휴대폰을 90만원씩이나 들여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휴대폰의 라이프사이클이라는 것이 고작 2년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인데 2년 단위로 거액을 들여 새로운 휴대폰을 장만하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다.

피처폰의 경우 비싸도 60만원대 이하의 가격을 유지했고, 제조사의 보조금과 통신사의 보조금 등이 지급되면 실제 소비자가 20~30만원만 지불하면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에겐 비교적 부담이 적었다.

휴대폰의 제조단가는 자세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대략 판매가 대비 30% ~ 50%선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제조사 입장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 피처폰과 스마트폰의 제조단가 차이도 그렇게 큰 편은 아니다. 스마트폰이 피처폰에 비해 일부 부품과 운영체제, UI 개발 등의 S/W와 R&D 비용이 더 추가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쨋거나 제조사는 스마트폰을 많이 팔면 이익이 커서 좋고,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단순 음성통화 상품 외에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 상품과 각종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폰 판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비싼 스마트폰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대신 보조금 지급의 안전장치로 대부분의 이동통신사들은 2년의 약정을 조건으로 내걸게 된다. 24개월 약정은 우리나 북미, 유럽의 선진국이나 비슷하다.

그러나 이런 계약을 가져가기 위해서 소비자들에게 제품 가격을 감추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가격의 압박을 받지않고 제품을 고르게 하는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출시가가 나와 있지만, 2년 약정이라는 조건하에 제조사와 이통사 보조금을 빼고, 다시 남은 금액을 분납하는 조건을 내세워 사실상 공짜에 가깝게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2년 약정은 소비자에게 분납금과 월정액 형태의 지출 통신비용이 큰 편이지만 당장 구입할 때는 돈을 거의 들이지 않는 방식을 택해서, 소비자로부터 비싼 스마트폰 가격의 심리적인 저항을 없애는 역할을 하고 있다.

쏟아지는 스마트폰, 구입하는 순간 구형폰 

문제는 소비자의 스마트폰 교체주기 보다는 제품 출시주기가 훨씬 빠르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iPhone의 예만 들더라고 1년 주기로 신제품이 나오며, 삼성전자나 LG전자는 더 빠른 주기로 새로운 제품이 나오고 있다. 시리즈, 후속폰의 개념이 거의 없는(있더라도 약한) 피처폰에서는 구형과 신형의 구분이 크게 없었지만 같은 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신형과 구형의 구분이 가능한 편이다.

현재 KT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iPhone 3GS의 경우 전세계 출시는 작년 6월이었지만 국내 출시는 11월말이었다. 그리고 다시 6개월이 지나 신제품 iPhone 4 발표가 있었다. 여기에 7월 KT를 통해 국내 출시가 발표되면서 iPhone 3GS는 갑자기 구형폰이 되어버렸다. 최근에 iPhone 3GS를 구입한 소비자라면 구매 타이밍에 대한 원망이 컸을 것이다.

iPhone만 그런 것은 아니다. 더 다양하고 빠른 주기로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는 삼성전자 제품을 보면 KT와 Apple을 탓하기도 힘들다. 작년 11월에 옴니아2를 내놓았고, Windows Mobile 6.1에서 6.5로의 업그레이드 문제로 한동안 홍역을 치렀다. 그렇지만 지금은 시장에서 옴니아2를 언급할 수도 없는 구형 제품이 되어버렸다.

삼성전자 갤럭시S


최근 Android폰은 더욱 더 심각하다. 갤럭시A를 내놓은지 얼마되지 않아 갤럭시S가 시장에 발표되었다. 소비자들은 어리둥절하다. 갤럭시A만 나왔을 때는 몰랐는데, 조금만 기다리면 더 나은 갤럭시S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갤럭시A가 찬밥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제조사를 탓할 수 없다. 이미 출시 로드맵대로 제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정은 LG전자도 마찬가지다. 초기 안드로-1과 최근 한창 홍보중인 옵티머스Q의 경우도 그렇다. 신제품이라고 내놓은 제품이 몇 개월이 지나면 바로 구형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실질적으로 구형이라기보다는 좀 더 개선된 제품들이 쏟아지기에 잊혀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LG전자는 탑재되는 Android 버전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재 시장에 나오는 Android 버전은 1.5 Cupcake, 1.6 Donut, 2.1 Eclair 등이 혼재되어 있다. Google이 Android 최신 버전인 2.2 Froyo를 발표하자 출시 예정이었던 옵티머스Q의 버전업그레이드(2.1->2.2)를 요구해서 결국 추후에 무상 업그레이드를 약속하고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사실 iPhone 4의 발표로 iPhone 3GS와 iPhone 4 판매 타이밍에 따른 소비자 손해를 지적하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Android폰들은 보급하면 할수록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조만간 갤럭시S가 시장에 풀리게 되면 갤럭시A 사용자들로부터도 iPhone 3GS처럼 보상판매 요구가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LG전자 옵티머스Q


이런 혼란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까? 소비자와 제조사/이통사측면을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소비자가 알아야 할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스마트폰이든 피처폰이든 일단 구입하면 바로 그날부터 그 제품은 구형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구형제품의 소유기간은 약정기간이라는 점을 알고 구입해야 한다.

이통사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소비자에게 스마트폰을 넘기는데, 이는 소비자가 24개월 동안 꼬박 꼬박 요금과 보조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나눠서 갚는다는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일종의 부채(富債)형태로 소비자에게 스마트폰을 공급하는 것이다.

만일 중간에 약정을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통사의 부채에 대한 금융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 때문이다. 중간에 보상판매를 하는 경우 이는 이통사의 손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에 쉽사리 보상판매를 실시하지 못한다. 이통사에서 보상판매를 통해 회수한 휴대폰을 재판매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통사의 경우에도 스마트폰은 하나의 딜레마다. 많은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당장 재정적인 부담(잠정적인 부채)을 떠안아야 하고, 소비자로부터 받는 조금씩의 분납으로 재정의 마이너스를 메꾸기 때문이다.

초기 가입시에도 많은 이윤을 보장받기 위해 비싼 요금제를 내놓으면 요금의 장벽으로 2년 약정을 받아내기 힘들고, 부가가치가 높은 데이터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판매가 우선이어서 위험을 감수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조건마저 소비자의 성에 차지않으면 판매조차도 힘들게 된다.

여기에 신형 스마트폰이 자주 출시되면 고객은 더 나은 스마트폰으로 갈아타기 위해 계속 기다리는 문제가 생긴다. 날마다, 달마다 경쟁사의 신형 휴대폰 소식이 연일 터지기 때문에 시장을 관망하는 고객이 늘어난다. 이 문제는 앞으로 상당기간 이통사들을 괴롭힐 것이다.

2년 약정의 딜레마는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로 해결해야

그러나 해결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운영체제에 대한 업그레이드 지원 약속이 해법이 될 수 있다. Apple의 사례를 잘 지켜본다면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초기 iPhone을 구입한 소비자는 iPhone 3G가 나왔을 때 교체를 하지 못했다. 다만 OS 업그레이드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이 2년 약정을 마쳤을 때 iPhone 3GS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iPhone 3G를 구입한 고객은 역시 iPhone 3GS를 구입할 수 없었지만 iPhone 4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다시 iPhone 4가 나왔고, 이번에는 iPhone 3GS 구입자들에게 iOS 4 무상업그레이드가 지원될 예정이다. Apple은 나름대로 짜여진 각본대로 2년 약정 주기를 잘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iPhone 제품의 1년 단위 업그레이드는 일정한 간극을 두고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통신방법의 획기적인 업그레이드가 아니라면 대부분 전작 하드웨어의 성능에서 조금 더 발전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 부분의 차이를 모두 OS로 커버하고 있다는 점이다.


iOS 4의 경우에도 신형 iPhone 4에도 잘 동작하지만, iPhone 3GS에도 잘 동작된다. iPhone 3G에서는 다소 제약이 있다. 결국 1년의 간극을 OS로 좁히는 것이다. 결국 이는 소비자 만족으로 이어진다. 기존 고객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지금 출시되는 국내 제조사의 스마트폰 역시 하드웨어로서는 상당히 훌륭하다.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이들 제품 사이의 하드웨어 성능차이는 그리 크지않다. 카메라 화소수의 차이나 메모리 용량, 디스플레이의 차이가 대부분이다. Wi-Fi, GPS, Bluetooth, 센서 등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결국 신형 구형의 차이는 펌웨어, 운영체제(OS)가 전부다.

따라서 운영체제나 펌웨어의 지속적인 관리 및 업그레이드 약속만 제대로 한다면 소비자의 불만은 크게 줄일 수 있고, 오히려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Android라면 더더욱 큰 문제없이 이런 프로세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iOS(iPhone OS)의 경우 메이저 업데이트의 경우 1회 무상(신제품 출시에 따른 주요 업데이트), 그 이후에 유료업데이트 형식을 취하는 것을 비교삼아, Android 역시 그런 정책으로 나간다면 제조사 및 이통사의 부담도 덜 것으로 보인다.  

결국 Apple iPhone과 국산 스마트폰이 비교가 되고, 여러 방면에서 국산 스마트폰들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먼저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에 대한 관심과 제품의 업그레이드가 없기 때문이다. 공공연하게 업그레이드 약속을 하고서도 늦어지는 업체와 제품 발표시 언제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어겨본 적이 없는 업체와의 비교는 누가봐도 신뢰도는 다를 수 밖에 없다.

7월에 iPhone 4를 구입하는 고객도 그 이후에 구입하는 고객도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신형 iPhone이 나온다는 것을 안다면 영원히 구입하는 것을 망설이게 될지 모른다. 2년 약정의 굴레가 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위약금 내고 신형을 구입한다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차라리 지금 구입한 스마트폰의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통해 최대한 장점을 누리고 2년 뒤에 신형으로 구입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물론 제조사(혹은 이통사)가 그렇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2년 약정의 딜레마는 신형 스마트폰이 계속 시장에 나오면 나올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바로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라고 판단된다. 지금이라도 판매되는 스마트폰의 차기 버전 업그레이드 약속이 있어야 하며 반드시 지켜져야만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의 장점은 펌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만으로도 고객의 제품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제조사들이 깊이 생각해볼 문제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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