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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과 2009년 초까지 경기침체기를 지나면서 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하거나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투자를 줄이는 것은 차라리 다행이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생존경쟁에 내몰리며 몸집을 줄여 나갔다.

그러나 세계경기는 2009년을 기점으로 점점 살아나고 있었고, 2009년말부터 스마트폰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맞이하게 된다. 촉매제가 된 것은 Apple iPhone이었고, 이에 맞설 수 있는 Google Android가 일정 궤도에 오르고 Android폰 출시가 늘어나면서 스마트폰붐이 크게 일었다.

예상치 못했던 스마트붐에 따라 주요 부품(특히 칩)의 수급에 불균형이 생기기 시작했다. 메인 AP(Application Processor)뿐만 아니라 메모리, 통신칩, 기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핵심칩의 공급이 달리면서 스마트폰 수급불안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Apple의 경우 매년 신형 iPhone을 내놓고 있으며, 올해는 iPad를 내놓으면서 시장을 흔들고 있다. Apple 제품의 빅히트는 때아닌 부품난도 함께 불러오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메모리와 디스플레이다. Apple이 수급물량을 늘이면서 경쟁사들에 부품난이 발생하고 있다.

Apple은 프로세서의 경우 계약에 따라 FAB을 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고, 메모리의 경우에도 대량주문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는 등의 준비가 잘 갖추어져 있는 상태다. 문제는 오히려 조립라인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초 iPad의 출시와 수요의 증가로 물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고, 최근에야 수급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밝히는데, 이제는 iPhone 4의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Apple의 경우 칩수급이 아닌 제조라인이 공급을 맞추지 못하고 있어,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과는 조금 다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Apple은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에 비해 문제가 적은 편이다. 주요 부품의 수급이 원활치 않아서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제조사가 더 많다. Sprint Nextel에 WiMAX폰 EVO 4G를 납품하는 HTC와 Verizon에 Android폰인 Droid X를 납품하는 Motorola는 부품 수급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카메라 센서, 터치 컨트롤러 등의 주요 부품의 공급이 원활치 못하여 완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다른 부품이 다 있더라도 특정 부품이 없으면 완제품을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에 주요 부품 한 두 가지로 인해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HTC의 경우 AMOLED 디스플레이 수급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자사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SLCD로 교체하여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하드웨어 다운그레이드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AMOLED는 삼성전자 및 주요 제조사들이 앞다투어 자사의 제품과 공급 계약분에 먼저 사용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SIA(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에 따르면 2008년부터 이어진 경기침체의 결과로 칩제조사들이 2009년 초 매출이 전년에 비해 30% 가량 줄면서 설비 증설을 중단했다고 한다. 기존 시설에 대한 투자도 대폭 줄여 전년에 비해 41%나 줄였다는 Gartner 보고도 있다.

그러나 2009년에 스마트폰 생산이 본격화되고, PC 시장이 살아나면서 칩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문제는 제조사들이 계속해서 투자를 망설이면서 공급의 불균형을 가져오게 된 점이다. SIA 자료에 따르면 경기 침체 때 56%에 머물렀던 가동률이 최대 96%까지 오르면서 한계를 바라보고 있는대도 시설 투자를 망설였던 것이다.

현재는 칩수요가 공급을 넘어선 상황인데, 칩제조사들은 여전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한번 증설한 라인의 축소는 회사 운영에 커다란 짐이 되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이 스마트폰 부품 수급에 더욱 악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Gartner에 따르면 올해 칩시장은 전년대비 84% 성장한 475억 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전망치도 올 3월의 56% 증가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에서 다시 상향 수정된 것이다.

분명 현재 스마트폰과 관련된 주요 칩들이 호황을 맞고 있지만, 제조사들은 현재 상황에서 공급을 더 늘인다고 얼마나 지속될 지에 대한 보장이 없기 때문에 보수적인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령 지금 라인을 증설한다고 해도, 그 효과는 최소 1분기 이상 지난 시점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타이밍이 늦었다는 판단도 증설을 머뭇거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iSuppli는 칩제조 시장의 수급 불균형으로 인하여 올해 PC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하는데, 메모리 분야에서의 가격 상승요인이 강하다고 내다봤다. 이는 스마트폰붐과 Tablet PC의 제조 증가로 인하여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PC 메모리 분야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스마트폰 판매 증가에 따라 이동통신사들의 네트워크 확충에도 비상이 걸렸다. 모바일 트래픽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통사들이 적절한 대역폭을 확보하기 위해 네트워크 증설을 진행하면서 장비 시장에도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Alcatel-Lucent와 LM Ericsson AB 등 미국내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를 구축하고 있는 대표 업체들 역시 장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T&T를 비롯하여 이동통신사들이 자사의 네트워크 확충에 열을 올리면서 이같이 장비 공급에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한다. LTE의 조기 구축도 이런 장비 공급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Tablet PC 등의 등장으로 칩수요의 급격한 증가와, 설비 투자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칩제조사(Foundry)의 입장이 맞물리면서 칩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내년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칩공급의 불균형은 일정 부분 단말기 가격의 상승도 불러 올 수 있는 불안요인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단말기 공급을 주도하는 이통사의 전략에 따라 가격 상승 부분이 이통사에 흡수될 가능성도 높다. 이통사들은 단말기 가격이 통신서비스 판매의 장벽이 되는 것을 원치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Tablet PC의 증가로 인해 주요 부품인 칩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데, 당분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정 인기 스마트폰과 Tablet PC의 경우 수요를 맞추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홀리데이 시즌을 준비하는 단말기 제조사들에게 부품수급 문제가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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