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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면 하저리 방파제와 포구 방파제에서 바라본 마을 모습 대흥호 식당 전경 거실에서 내다본 방파제와 포구 풍경
우리 회사는 목요일 오후에 경북 영덕군 강구면 하저리에 대게 먹으러 야유회를 떠났습니다. 1박 2일 일정의 이번 여행의 가장 큰 행사는 바로 대게 먹기였습니다. 1
잘 알려져 있다시피 대게는 11월부터 5월말까지만 잡을 수 있으며, 6월부터 10월까지는 산란기여서 어획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1월달 대게가 가장 제철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다른 시기에 가도 작황에 따라 좋을 게를 먹을 수도 있습니다.
포항에서 7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가다보면 20-30분이면 강구항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내륙에서 바다로 흐르는 오십천 다리 너머로 수많은 대게집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강구항입니다.
오래전부터 대게로 유명하기 때문에 이곳 강구항은 거의 모두가 대게를 주요 상품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이 동네에 외지 차량으로 가득차게 되는 곳입니다. 남쪽 강구교로 들어서서 위쪽에 강구대교 2로 빠져나갈 때까지 대게집들이 성업 중입니다. 3
회사에서 대게를 먹으러 갈 계획을 세울 때 일단 강구항은 배제시켰습니다. 이곳들은 주로 당일로 와서 당일 먹고 떠나는 형태에 유리하며, 회사 직원 전체가 움직일한만 공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이미 많이 알려져 있지만 호객행위에 시달리는 것도 싫고, 번잡한 식당가도 마음에 들지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강구항에서 약간 떨어진 곳을 찾기 시작했고 나름 조용한 곳을 찾았습니다.
강구항이 있는 강구리에서 북쪽으로 금진리를 지나면 하저리라는 곳이 있습니다. 작은 포구 마을인데 위쪽으로 더 올라가면 창포가 있고 영덕 해맞이 공원이 나오는 길목에 있는 조용한 마을입니다.
이곳은 전형적인 어촌으로 낮에는 한적합니다. 배가 포구로 들어오면 시끌벅적하겠지만 해안도로가에 있는 이 동네엔 지나가는 차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가 전부일 정도로 조용한 동네입니다. 작지만 포구 옆 바닷가엔 해수욕장도 있습니다.
방파제 테트라포트 너머로는 바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파도소리, 갈매기 소리 외에 들리지 않아서 사람이 있는지 몰랐는데 낚시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나중에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학꽁치가 잘 잡힌다고 하더군요.
동네 포구 바로 앞에는 3층 현대식 건물이 있습니다. 바로 이곳이 우리가 1박을 하며 대게를 먹었던 대흥호 식당입니다. 1층을 식당으로 사용하고, 2층에는 작은 방들이 있으며, 3층은 단체 손님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입구 수족관엔 바다 고기 일부와 한쪽 대형 수족관에는 크기별로 구분한 대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대게의 크기가 작아서 실망스러웠지만 올해는 대게 작황이 그리 좋지 않다고 합니다. 팔찌를 차고 있는 녀석들은 아예 보이질 않고 실제 쪄서 먹을 것들만 판매하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약 40평 정도되는 3층 펜션은 바다가 보이는 큰 방과 중간방 1개, 작은 방 2개 하여 모두 4개의 방과 넓은 화장실, 거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거실과 큰 방에서는 바로 바다가 보이도록 큰 창문으로 되어 있어 전망이 아주 좋았습니다. 우리가 찾은 날에는 비가 왔기 때문에 흐린 것을 빼고는 전망을 구경하기엔 정말 좋았습니다.
대게를 목적으로 찾아갔지만 펜션도 마음에 드는 수준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깨끗하고 전망이 좋다는 점은 이 집의 장점이 될 수 있겠더군요. 다만 인원이 많지 않으면 단체룸의 경우 방값은 다소 비쌀 듯 보이는게 흠이라면 흠입니다.
항포구에 와서 대게만 먹고 가면 섭섭할 것 같아서 회로 먹어 보기로 했습니다. 다른 곳과 달리 이곳에는 직접 잡는 어류, 즉 자연산만 취급한다는 점에서 약간을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뭘 모르는 우리들은 대게 먼저 먹고 회를 먹자고 주문했지만, 주인은 그 반대를 권했습니다. 회로 에피타이저를 하고 대게를 먹어야 한다더군요. 물론 주인이 시키는대로 했습니다. 이유가 다 있더군요. 대게 먹고는 회 못 먹습니다. 도다리 회
상차림은 소박하지만 깔끔합니다. 회를 먹기 위한 기본 찬들이 제공되는데, 여느 식당의 재어 놓은 반찬들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입니다. 가공식품과 인스턴트 냄새가 덜 나는 반찬들이 나오더군요. 당연한가요?
소라와 조개살이 따로 나오는 반찬도 좋았고, 가자미가 들어간 김치는 일품이었습니다. 가자미를 말린 후 장아찌로 만든 음식도 꽤 괜찮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비린내가 나지않고 맛있다고 합니다. 물론 저는 생선을 즐기지 않아 먹어보지는 않았습니다. 고추 장아찌도 시원했습니다.
자연산 도다리회를 먹었습니다. 육질이 약간 쫄깃한 것이 양식을 전문으로 하는 광어와는 다른 맛이었습니다. 광어회가 흐물흐물하고 연하다면 자연산 도다리는 약간은 더 씹히는 맛이 있습니다.
조금 더 있으면 봄도다리가 본격적인 제 철을 맞게 되겠지만 조금 이르게 맛보는 도다리도 아주 맛있었습니다. 성인 3명 정도가 먹기엔 적당한 양이라는데, 대게를 앞두고 회로 배채울 일은 없지않습니까? 그래도 싹 비웠습니다. 모두들 맛있다고 했습니다.
광어와 달리 도다리는 뼈채 썰어 먹을 수 있는 일명 '세꼬시'가 가능한 어류라서 뼈와 함께 씹으면 고소한 맛이 납니다. 구수하다는 표현이 어울리겠군요.
횟집에서 늘 벌어지는 횟감에 대한 강의는 오늘도 이어졌습니다. 바로 '좌광우도'라 하여 눈의 위치에 따라 광어와 도다리(가자미)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등지느러미와 꼬리를 기준으로 왼쪽으로 누워 있는 것은 광어, 오른쪽으로 누워있는 것은 도다리라는 이야기부터 '광어=왼쪽, 도다리=오른쪽'이라는 글자수로 기억하면 된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몰랐던 사람들은 모두 '아...' 하는 탄식이 나오는 순간입니다. 그래도 다음에 또 회집에 가면 잊어버리는 것이 바로 횟감의 종류입니다.
회를 즐기면서 소주잔을 몇 번 돌리고 나니 오늘의 메인 요리인 대게가 등장합니다. 처음에 이야기 했지만 그리 큰 대게는 아닙니다. 잡을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의 대게를 치수대게라 부르는데 머리지름 9cm의 치수대가가 위주고 조금 더 큰 것들이 섞여 있습니다.
여기에 조금 더 푸짐하게 준다고 다리가 잘린, 일명 상품가치가 떨어지거나 오래두어 살이 줄어든 대게를 포함시켜 줬습니다. 대게는 잡아두고 오래있으면 살이 물러지거나 빠집니다. 또 기간에 따라 살이 오를 때가 있고 빠질 때가 있다는 것은 알아둬야 합니다.
대나무처럼 푸르스름 하거나 약간의 회색을 띄고 있는 대게는 쪄내면 이렇게 붉은색 갑옷으로 바뀌게 됩니다. 홍게는 대게와 달리 머리 부분부터 연한 붉은 색에 모양도 둥글지만 대게는 네모에 가까운 원모양의 머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살을 껍질로부터 잘 꺼내는 방법은 대게를 즐기는 또 다른 비결입니다. 다리 마디 부분의 껍질을 자르고 힘조절을 잘 하면 게살 그대로 잘 빠져 나옵니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게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껍질 벗기는데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고 구수한 게살 맛보는 시간이 짧기 때문이죠.
게를 자르는 가위는 그저 보조도구일 뿐입니다. 껍질을 잘 벗기고 살을 꺼내면 기분도 좋을뿐더러 맛도 더 있습니다. 게는 다리부터 먹고 몸통은 나중에 먹습니다. 다리를 우선 잘라두면 주인이 알아서 몸통을 따로 잘라줍니다.
이때 주의할 것은 게는 찐 뒤에 바로 세워두면 안됩니다. 내장과 살들이 잘라 둔 바리 결합부위로 흘러내리기 때문이죠. 항상 뒤집어 놓고 먹어야 합니다. 게뚜껑엔 내장과 살고기 부분들이 범벅이 되는데 여기에 밥비며 먹는 거랍니다.
위 사진처럼 해야만 합니다. 게에 따라 내장색깔이 노란색(황장), 푸른색(녹장), 검은색(흑장) 4 등이 있습니다. 게뚜껑에 밥비며 먹는다는 말들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게 상당히 느끼합니다. 따라서 살들을 다 발라먹고 제일 나중에 먹어야 합니다. 게뚜껑에 남은 것으로 밥비며 먹으면 더이상 뭘 먹기가 귀찮아 집니다.
느끼함을 없애는 데는 소주가 좋습니다. 푸르스름한 내장 비빔밥과 매운탕이라도 있다면 술안주로는 그만이겠죠? 게살만으로 배를 채우려면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사실 내장과 머리 부분의 살을 먹고 나면 게살이 더 먹고싶지는 않게됩니다. 게살을 많이 먹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죠.
따로 끓여주는 동태탕도 맛있었습니다. 국물이 시원한데 약간은 싱거운 것이 사람에 따라 호불호는 갈리겠더군요. 어쨋거나 맛있는 대게를 먹어서인지 매운탕은 입가심 정도로 적당한 것 같았습니다. 게는 뒤짚어 놔야 꼼짝을 못합니다. 이렇게 큰 놈은 한마리에 5만원씩이나 받습니다. 대게를 민물에 거꾸로 해서 담궈두면 죽습니다. 방파제에서 바라본 대흥호 식당
약 2시간의 대게 파티 동안 우리 회사 직원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조용한 바닷가에 손님마저 한적한 식당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대게를 먹으니 좋았습니다.
먹어보고 괜찮으면 포장해서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몇몇 동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식당 사장님께 포장 주문을 했습니다. 실속있게 먹으려면 작아도 치수대게가 괜찮다고 권하시더군요. 어획이 가능한 가장 작은 대게였습니다.
게를 쪄서 가져가기 위해서는 우선 대게를 죽여야 합니다. 대게를 죽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거꾸로 뒤짚어 민물(수돗물)에 담궈두면 10여분 만에 죽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민물에 익사하는거죠.
이렇게 죽은 대게들은 다시 찜통에 넣고 약 20분간 찌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때에도 대게들은 모두 뒤짚어 찌게 되는데, 찌는 과정에서 내장이나 살이 아래로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랍니다.
만일 살아있는 대게를 집에서 직접 쪄서 먹을 경우에는 불조절을 잘하고 끝날 때까지 뚜껑을 자주 열어보면 안된다더군요. 이럴 경우 비린내가 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택배 주문은 쪄서 보낸다고 합니다.
포장은 사진에서처럼 비닐을 깔고 대게의 내용물이 흐르지 않도록 합니다. 바로 찐 대게를 온기가 남은채로 포장하면 몇시간 동안 배달이 되더라도 온기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가까운 경상북도 지역이라면 온기가 남은채로 받을 수 있겠더군요. 포항의 죽도시장에도 회를 포장 배송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고속버스편으로 대구나 인근 도시로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일반적입니다.
작은 스티로폼 박스에 5마리를 담으니 가득찹니다. 작은 크기여서 먹을 것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지만, 집에와서 먹어보니 의외로 양은 모자라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5마리는 좀 작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살들은 다리살 보다는 몸통에서 나오는 살들이 먹을만 하고 양도 푸짐합니다. 내장에는 기름기가 포함되어 있어 김가루와 함께 밥을 비벼 먹으면 상당히 맛있습니다. 많이 먹기엔 부담이 됩니다. 곧 느끼해 지죠.
포장해서 갈 때 주인 아주머니는 택배에 대해서는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습니다. 물론 맞는 말이죠. 안보고 거래한다고, 신뢰를 져버리면 한번은 구입하겠지만 다시는 구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는 겁니다.
주인이 직접 배를 가지고 영덕 앞바다에서 대게를 잡고, 그런 대게를 손님들에게 내놓기 때문에 좋은 물건이 아니라면 다른 대게집들과 다를 바 없을 겁니다.
일단 대흥호 식당에서 먹어보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포장해 왔는데, 가족들의 반응은 괜찮았습니다. 저와 똑같이 생각을 하더군요. 포장을 뜯으니 너무 작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몸통에서 발라 낸 살들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우선 아이들이 맛있게 잘 먹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덕분에 집안이 온통 대게 냄새가 베었지만, 가족들이 맛있게 대게를 먹는 모습은 포장해서 사 온 제게는 뿌듯함을 선사하더군요.
다음에는 기회가 되면 우리 가족과 직접 방문해 볼까 생각 중입니다. 대구에선 2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고, 펜션 시설도 깨끗해서 좋았기 때문입니다. 단체룸만 사용해봐서 작은 방들은 어떤지 구경을 못했지만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마침 이 가게 정보를 찾다보니 홈페이지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한 2년 전에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제대로 운영은 되지 않은 것 같지만 식당에 대한 정보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대흥호 식당 홈페이지 : http://www.daeheungho.com/
주소 : 경북 영덕군 강구면 하저리 27-3번지
연락처 : 054-734-3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