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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위 통신사인 AT&T가 독일 Deutsche Telekom(도이치 텔레콤)의 자회사인 T-Mobile USA를 390억 달러에 인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일 인수가 끝나게 되면 AT&T는 다시 미국 최대의 이동통신사로 거듭나게 된다.

390억 달러의 인수대금은 250억 달러의 현금과 AT&T 주식 약 8%를 넘기는 조건으로 합의되었다. 또한 T-Mobile USA의 모회사 Deutsche Telekom은 AT&T 이사회에 1명의 이사선임 권리를 받는다.

AT&T가 T-Mobile을 인수(3,370만 가입자)하면 가입자 1억 2천 9백만 가입자로 1억 2백만 가입자의 Verizon을 넘어 단숨에 1위로 복귀하게 된다. 또한 미국 전체 휴대폰 사용자의 43%가 AT&T의 서비스를 받게된다.

지난 2009년 완료된 Verizon의 Alltel 인수[각주:1]로 미국 이동통신시장은 5개 통신 브랜드 체제에서 Verizon, AT&T, Sprint Nextel, T-Mobile USA의 4개 체제로 바뀌었으나 다시 3년만에 3강 체제로 바뀌게 되었다.


AT&T의 T-Mobile USA 인수는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통신업계의 커다란 구도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규제당국의 합병 승인 심사를 거칠 예정이다. 특히 독과점 감시와 소비자 편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FCC의 까다로운 합병 심사가 예상된다.

Verizon의 경우에도 5위 Alltel 인수 발표는 2008년 6월이었으나 2009년 1월에 최종 인수 완료되었다. 6개월 가까이 강도높은 합병 승인 심사를 거쳐 일부 사업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했다. AT&T는 이번 합병 승인은 최대 1년 까지도 소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만큼 큰 사안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AT&T는 합병 승인 조건으로 일부 사업 구역의 매각 등을 피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 초고속망 건설사업(브로드밴드 뉴딜)에 부응하는 조치를 미리 내놨다.

합병과 별도로 8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통해 낙후한 미국 농촌 지역의 초고속 네트워크를 확충할 계획도 밝혔다. 현재 70%의 커버리지를 최대 95%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뉴딜을 통해 일자리 창출이라는 오바마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겠다는 제스쳐다.

왜 AT&T는 T-Mobile USA를 인수하는가?

한마디로 요약하면 T-Mobile USA가 지난 3년간 1, 2위 사업자들과의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쳐지면서 가입자가 줄고 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Verizon과 AT&T의 이동통신 경쟁 구도가 부각되면서 3위 Sprint Nextel과 4위 T-Mobile USA는 무기력했다.

특히 AT&T가 iPhone으로 스마트폰 바람을 불러 일으켰고, 1위 Verizon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Motorola, HTC 등과 함께 Android폰에 주력했다. 3위 Sprint Nextel은 Clearwire를 통해 WiMAX에 전력을 기울였지만, T-Mobile USA는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T-Mobile은 3위 Sprint Nextel을 인수하기 위한 노력도 했었다. 모회사의 자금력을 빌어 3위 사업자를 인수하면서 Verizon, AT&T와 함께 미국 통신 3강으로 발돋움을 하려했지만 무산되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GSM과 CDMA 기술을 각각 주력으로 하는 통신사의 결합은 기술이 합병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 또한 WiMAX에 적극 투자했던 Sprint와 달리 T-Mobile USA는 모회사와 함께 LTE 기술에 관심을 보인 것도 합병무산의 또 다른 이유였다.

T-Mobile USA의 모회사인 Deutsche Telekom은 Sprint 외에도 Verizon으로의 합병도 고려하고 있었는데, 역시 가장 큰 장벽은 CDMA 기술과의 융합이었다. 결국 자사와 동일한 GSM 네트워크를 가진 AT&T가 가장 적합한 파트너라고 판단했다.

AT&T 역시 T-Mobile USA 인수에 관심이 많았다. 경쟁사인 Verizon에 비해 가입자 경쟁도 뒤지고 있고, 특히 상대적으로 엉성한 무선 커버리지 문제는 계속되는 AT&T의 약점이었다. T-Mobile USA의 네트워크를 보강함으로써 Verizon의 커버리지 문제 공격에 맞설 수 있게 되었다. 또한 3G 품질 경쟁에서는 뒤졌지만, 4G LTE에서는 경쟁사를 압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T-Mobile USA 인수를 고려하게된 것이다.

iPhone 독점판매가 깨진 것 역시 외형을 키우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작용했다. Verizon의 고객을 뺏어오는 것에는 한계가 발생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정 고객이 적은 T-Mobile USA 고객을 스마트폰 약정 마케팅을 통해 전환시키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만일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AT&T는 다시 명실상부한 미국 1위 통신사로 거듭나게 된다. 인수와 함께 커버리지를 확장하고 LTE 구축에 가속도를 높여 Verizon과 경쟁함에 어려움이 없어질 것이다.

또한 독일과 유럽의 대표적인 통신사로 군림하고 있는 Deutsche Telekom과 손잡게 됨으로써 유럽지역의 로밍을 비롯한 각종 네트워크 제휴가 가능하여 세를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Verizon Wireless의 대주주이며 합작사는 영국 Vodafone이며, Vodafone은 유럽전역에서 T-Mobile 브랜드를 가진 Deutsche Telekom과도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인수 합병건은 미국과 유럽에서의 통신 경쟁 균형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1. 2008년 6월에 281억 달러 인수 발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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