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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 버팔로에 있는 자기 집 쇼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한 남자에게 다짜고짜 총을 겨누며 그를 검거하러 왔노라 연방 경찰들이 들이 닥쳤다. 멍한 상태에서 경찰에 의해 강제로 바닥에 엎드려야 했고, 경찰들이 집안 곳곳을 수색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신을 아동 포르노물 유포자로 체포합니다'라는 말에 이 남자는 더욱 억울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아동 포르노물을 본 적도, 더욱이 유통한 일은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경찰은 이 남성에게 혐의를 두고 있는 것일까?

범인을 체포하러 온 경찰들은 아동 포르노물을 받은 시각까지 제시하며, 자백을 강요했다. 자신은 절대 그러지 않았다고 강력히 부인했지만 경찰은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그에게 범죄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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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내세운 결정적인 증거는 바로 무선공유기였다. 이 남성은 최근에 구입한 최신 무선공유기를 집에 설치했었고, 해당 무선 공유기를 통해 아동 포르노물이 대량으로 다운로드 받고 배포되었던 것이다.

경찰은 그의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해당 포르노물을 다운로드 받거나 유포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3일만에 무혐의 처리했다.

집주인이 새로 구입한 무선공유기는 보안설정이 되어 있지 않았다. 즉, 누구나 접속할 수 있도록 열려 있었던 것인데, 범인이 그의 무선공유기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른 것이었고, 경찰이 이를 근거로 집주인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체포하러 출동한 것이었다.

경찰은 용의자로 지목된 남성의 데스크탑 컴퓨터와 부부의 iPhone, iPad를 압수해 조사한 뒤 2시간 뒤에 돌려줬다. 그 뒤 경찰은 3일 동안 조사를 벌여 집주인이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 면밀하게 조사를 하던 경찰은 일주일 뒤에 진범을 찾았다. 이웃에 살던 25살 남성이 범인이었다. 그는 보안이 안된 이웃집 무선공유기를 이용하여 아동 포르노물을 다운로드 받고 배포한 것이었다.

미국에서 이런 사례는 이미 몇 차례 보고된 바가 있다. 플로리다 사라토사에서는 선착장에 정박된 보트에서 무려 천만 장이 넘는 아동 포르노물을 받은 이를 체포하는 일도 있었는데, 범인은 근처 빌딩에서 잡히는 무선공유기를 이용했다. 약한 신호를 증폭시키는 장치(감자칩 통을 개조하여 안테나로 사용)를 이용해서 다운로드 받았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앞의 예처럼, 공개된 무선공유기로 인하여 발생하는 각종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불법 다운로드이며, 어떤 경우에는 해킹을 하는데 이용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유선과 달리 무선공유기를 통한 인터넷 접속은 연결 설정에 패스워드나 인증을 거치지 않으면 누구나 쉽게 남의 인터넷 회선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무선공유기의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고 놔두는 경우, 설정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설령 방법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귀찮거나 번거로워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좋은 뜻으로 일부러 개방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에게 큰 피해가 없는 경우 무선 트래픽을 나눠 쓰고자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무선을 통한 트래픽 유발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부인이 접속해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무선공유기에 접속하여 범죄를 저지른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공유기 주인에게 돌아갈 수 있다. 특히 미국처럼 아동 포르노물이나 음원, 영화 불법 다운로드에 엄격한 법적용을 하는 경우에는 무선공유기 소유자의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지난 2월 2일 Wi-Fi Alliance는 'Protect Your Personal Data on Wi-Fi Networks'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자들의 Wi-Fi 네트워크와 기기에 보안을 철저히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Wi-Fi Alliance의 보도자료 (한국어판)
http://www.wi-fi.org/files/pr_20110328_Make_Wi-Fi_Security_a_Priority_FINAL_Korean.pdf

Wi-Fi Alliance는 Wakefield Research와 공동으로 18세 이상 미국인 1,054명을 대상으로 Wi-Fi 사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했는데, 응답자의 32%가 자신의 Wi-Fi AP가 아닌 곳에서 공개된 AP를 접속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스마트폰과 타블렛 컴퓨터, 넷북 등 다양한 Wi-Fi 기기가 개인들이 보유하게 되면서 Wi-Fi 접속이 늘었으며, 이들 기기를 연결하기 위해 공개되어 있는 Wi-Fi AP를 접속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악의적인 목적으로 공개된 Wi-Fi AP를 접속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반대로 사용자의 데이터 수집 혹은 정보를 빼기 위해 공개된 AP로 속여 접속을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잘 모르는 무선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사용하면 자신의 정보가 유출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Wi-Fi Alliance는 자신의 기기와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몇 가지 권장 사항을 함께 공개했는데, 무선공유기에 Wi-Fi Protected Access 2 (WPA 2) 기술을 이용하여 인증을 강화하고, 가능하다면 네트워크 암호는 8자리 이상으로 설정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공용 HotSpot (AP)를 이용할 경우 웹서핑 등과 같은 일반적이며 중요한 정보를 요하지 않는 일에만 사용하고 금융거래나 중요한 개인정보 열람 및 수정 등의 행위는 삼가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에서의 무선 AP 자동 연결 기능을 꺼놓고 신뢰할 수 있는 AP에만 접속하는 것도 권장하고 있다.

무선공유기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통신사들의 공용 HotSpot도 늘어나고 있다. 외부에서는 3G에 비해 빠르고, 가정이나 직장내에서는 추가적인 부담없이 무선 네트워크를 즐길 수 있는 편리한 무선인터넷 공유기는 편리함만큼이나 보안에 대한 우려도 고민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공유기의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지 않다면, 설정하고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다고 너무 쉬운 숫자나 의미있는 단어로 비밀번호를 설정하는 것은 보안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무선공유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어느날 갑자기 범죄 용의자로 지목되어 경찰이 찾아왔다는 사례는 현재 미국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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