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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PC 시장 1위인 HP가 돌연 PC 사업부를 분사 또는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에 18억 달러에 사들인 Palm의 대표적인 제품인 webOS 기반 스마트폰과 타블렛 컴퓨터의 생산 역시 접을 전망이다.

HP는 미국시각으로 8월 18일 목요일 PC 사업이 주력인 PSG(Personal Systems Group)의 분사 혹은 매각 방침을 공식화하였다. HP 회계상 2010년 매출만 410억 달러로 PSG는 HP의 주력 사업부문인데, 매출 비중은 가장 높지만 이익은 제일 낮은 사업부였다.


HP CEO Leo Apotheker(레오 아포테커)는 이번 결정은 주주 가치를 높이고, 회사의 전략과 재정적인 목표에 더욱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PC 사업은 HP에 있어서 사양산업이라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움직임은 갑작스런 결정이 아니라 지난 3월부터 HP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준비해온 것이라는 점도 밝혔는데, 올 3월은 일부 매체에서 HP의 PC 사업부 매각 뉴스가 나왔던 시점이었다. 이때 이미 내부적으로 PC 사업부 매각에 대해 어느 정도 논의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HP는 PC 사업부 매각 보도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었다.


HP는 PSG의 분사 혹은 매각 방침과 동시에 대형 인수 합병건도 발표했다. 검색엔진과 지식관리 시스템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로 유명한 영국의 Autonomy를 약 100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발표였는데, 매각 대금으로는 HP 사상 Compaq 인수 다음으로 큰 금액이 될 것 같다.

Autonomy 인수가는 주당 42.11 달러(25.50 파운드)로 계산하여 수요일 종가(15.58 파운드)의 64%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라고 한다. Autonomy는 국내에서 기업용 검색엔진과 지식관리 솔루션 시장에도 인지도가 높다.

PC 사업부 분사 매각 방침과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의 인수라는 움직임을 놓고보면 HP의 미래 전략이 눈에 들어온다. PC와 스마트폰, 타블렛 등은 개인용 시장인데, 이런 시장을 포기하고 대신에 검색엔진과 서버, 프린팅 등 기업용 시장에만 매진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HP의 사업 부문 구조 개선은 IBM의 것과 비슷하다.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IT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것이다. IBM이 그래왔듯 PC 등 개인용 시장은 접고, 기업용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HP는 PC 사업에 대한 분사 및 매각 방침은 있지만 서버 부문은 계속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비스 부문 역시 계속해서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성공적인 인수건으로 알려져 있는 EDS와 함께 Autonomy를 인수하겠다는 것에서 기업용 시장으로 더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비교적 근래 벌어진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3COM 인수, Dell과 치열한 경쟁 속에 인수한 스토리지 전문업체인 3PAR 역시 기업용 시장의 강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10년 전 Compaq을 인수하여 PC 시장 1위가 되었고, 작년엔 Palm을 인수하여 본격적인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었던 HP는 이들 사업 부문의 매각 혹은 분사 방침으로 기업의 역량을 기업중심으로 옮기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특히 작년에 인수한 Palm의 webOS를 이용한 스마트폰과 타블렛 컴퓨터 시장으로의 진출 계획은 1년만에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 Apple의 iOS와 Google의 Android OS 기반의 기기들과 제대로 경쟁해 보지도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스마트폰과 타블렛 컴퓨터 역시 PC 사업부문으로 구분되어 있어 HP가 더이상 제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webOS는 여전히 매력적인 모바일 플랫폼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린팅 기기에서 활용을 시작했고, 라이선싱 사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분기 회계운용에 1회성 비용으로 10억 달러가 책정되었는데, 이는 webOS 비즈니스의 정리와 사업 구조조정 비용으로 책정된 것으로 나타나, webOS의 운명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HP는 PSG 사업 구조조정 발표 전에 지난 7월 31일로 끝난 3분기 실적 발표도 했다. 매출 312억 달러, 이익 19억 3천만 달러(주당 93 센트)를 기록했다. 전분기에 비해 증가했지만 4분기 실적 전망은 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는 낮게 책정했다.

HP의 PC 사업 포기는 큰 사건이다. 전통적인 PC 산업은 죽어가고 있으며, 그 자리를 모바일 컴퓨팅 기기들이 차지하고 있다. Apple과 Google, Microsoft가 주도하는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하려던 전략을 바꿔, 아예 그 시장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HP의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시대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최근 우리 기업들의 움직임이 머리속에 떠오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 Google의 Motorola 인수로 Android 진영에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이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독자 OS를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외에 LG전자는 이번 기회에 webOS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멀티플랫폼 전략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webOS는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누군가는 webOS를 두고 HP와 열심히 협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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