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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미국과 시차에 의해 10월 19일) 우리나라에서는 Motorola RAZR(모토로라 레이저)라는 제품이 발표되었다. 두 제품은 같지만 약간의 차이를 두고 있다. Droid RAZR는 4G LTE를 지원하며, Motorola RAZR는 3G만 지원하기 때문이다.
RAZR 시리즈는 2004년 발표 후 4년간 1억 3천만 대를 판매하여 Motorola 최고의 역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7년 7월 마지막 모델을 내놓을 때까지 Motorola 휴대폰의 상징은 RAZR였지만, 한편 Motorola 명성이 기울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Motorola RAZR v3i
RAZR는 얇고 스타일리쉬한 패션폰이었다. 당시 폴더식 제품 중에서는 RAZR의 인기가 대단했으며, Motorola 휴대폰의 상징처럼 군림했었다. 그런데 마지막 제품이 나온지 만 4년이 넘은 시점에 또 다른 RAZR폰이 나왔다.
이번엔 폴더타입의 피처폰이 아니라 잘 나가는 Android폰이다. 그것도 Android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Google에 인수된 후 처음으로 내놓는 하이엔드급 스마트폰이다.
7.1mm의 얇고, 가벼우며 4.3인치의 대형 화면을 가지고 돌아왔다. 19일 열린 제품 발표회장에는 특히 '얇다'라는 것을 강조했다. 실제 만져보니 가볍고 얇다라는 것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4.3인치의 qHD (960x540) 디스플레이는 선명함이 기존 제품들과 조금 달랐다. Super AMOLED Advanced 디스플레이라고 설명하는데, 기존 AMOLED보다 색감 자체가 좀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RAZR와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제품은 삼성전자의 Galaxy S II(이하 Galaxy S2)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제품 모두 1.2GHz 듀얼 코어 프로세서를 채용했으며, 1GB RAM, 16GB 내장 메모리, 4.3인치 디스플레이를 채용했다. 다만 Galaxy S2는 Super AMOLED Plus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두께는 Galaxy S2가 8.9mm인데 비해, RAZR는 7.1mm다. 두께는 제일 얇은 부분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RAZR의 상단 부분 두께는 해당되지 않는다. 얇은 부분만을 기준으로 하면 RAZR가 많이 얇은 편이다. 무게는 Galaxy S2가 121g으로 127g의 RAZR보다 약간 더 가볍다.
두 제품 모두 800만 화소의 카메라를 장착했으며, 1080p의 Full HD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통신방식은 RAZR가 HSPA (다운로드 HSDPA 14.4Mbps, HSUPA 5.76Mbps)이며, Galaxy S2는 HSPA+ (다운로드 21Mbps)로 차이가 있다.
측면의 USIM 슬롯과 메모리 슬롯
RAZR는 얇은 두께를 얻기위해 배터리 일체형으로 만들어졌다. 1,780mAh의 내장형 배터리를 사용하며, USIM 슬롯과 SD카드 슬롯이 측면에 배치되어 있다. 배터리 커버를 열지 않고 메모리 탈착이 가능하다.
RAZR는 전후면 케이스에 대한 장점을 특징으로 뽑았다. 전면은 긁힘에 강한 Corning Gorilla Glass(코닝 고릴라 글래스)를 장착했고, 뒷면은 방탄복 소재로 사용되는 Kevlar(케블라) 섬유를 사용했다.
Kevlar 섬유 소재의 뒷면
전반적으로 RAZR는 긁힘과 충격에 강하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여기에 물 튀김 방수 코딩인 Splash-guard coating이 더해져서 견고하고 실용적인 면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드웨어와 디자인으로는 현재 나와있는 Android 스마트폰들과 비교해서 뒤지는 부분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우리나라 시장에 판매되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는 포함된 DMB 수신기능이 없고, NFC칩이 장착되어 있지 않은 점은 상대적인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 같다. 대신, 이런 기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고객에게는 오히려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Motorola RAZR가 발표되던 날 삼성전자는 최초로 Android 4.0 Ice Cream Sandwich(ICS)를 탑재한 Galaxy Nexus를 Google과 함께 홍콩에서 발표했다. Android 2.3 Gigerbread를 탑재한 Motorola RAZR가 머쓱해지는 상황이었다.
신제품 발표회에서도 RAZR의 Android 4.0 ICS 업그레이드 계획에 대해 질문이 나왔다. 이미 미국에서도 같은 요청이 나왔고, RAZR의 Android 업그레이드는 내년 초로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Galaxy Nexus가 올해 말 출시 예정으로 잡혔기 때문에 RAZR는 한숨을 놓을 수 있게 되었지만, 짧은 공백기 동안 Galaxy S2와의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MotoCast의 PC 애플리케이션
RAZR는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UI에서의 강점도 열거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MotoCast라는 일종의 Personal Cloud다. RAZR와 PC를 연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MotoCast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게 되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MotoCast는 스마트폰으로 PC 내에 들어있는 음악, 동영상, 사진, 문서 등의 파일을 원격으로 스트리밍 하거나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Wi-Fi, 3G 모두 지원하며, 설치 소프트웨어는 RAZR를 PC에 연결하면 자동으로 설치되기 때문에 간편하다.
PC와의 1:1 접속 외에도 스마트폰 없이 아이디와 계정만 있으면 웹 브라우저를 통해 원격으로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대의 스마트폰과 연결이 가능하다. 이전에 발표한 Lapdock(랩독)과 함께 연결하면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 컴퓨팅이 가능하기 때문에 MotoCast의 활용범위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외산폰과 달리 Motorola RAZR는 Qwerty 자판 외에도 피처폰에서 널리 사용되던 우리나라만의 3x4 문자입력방식도 지원한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에서 사용되던 한글입력 방식을 모두 지원한다. 따라서 스마트폰 입문자들에게도 한글입력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시켜줄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시간 Motorola RAZR를 만져보면서 느낀 점은, 상당히 공을 들인 제품이라는 것이다. 첫 인상은 남성적이고 무뚝뚝한 느낌이 강했지만, 나름대로 최적화된 UI가 상당히 편리했고, 빠른 반응속도도 마음에 들었다.
얇은 두께에 대한 감흥은 상대적으로 별로 없었다. 넓은 화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Motorola가 가장 크게 강조한 부분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얇은 두께보다는 빠른 반응속도와 Lapdock같은 주변 액세서리와의 연결성과 UI의 완성도가 더 인상적이었다.
MotoCast의 경우 활용도는 높이 평가하지만, 기존 Cloud 환경의 장점을 수용하는 형태가 더 좋을 것 같다. 물론 여기에는 서비스의 부담이 있지만, 모회사인 Google과의 협력을 통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DMB의 부재는 굳이 단점으로 지적받지 않아도 될 것 같다. SD급 화면을 수신하는 DMB를 위해 두께와 디자인 변경을 감수할 필요까진 없어 보인다. 어쩌면 DMB 기능의 제거으로 얻는 것이 더 많을 것 같다.
LTE 미지원 역시 Motorola Korea의 주장처럼 아직은 우리나라 시장에 이르다는 평가에 동의한다. 물론 북미향 Droid RAZR는 LTE를 지원하는 버전이다.
이는 결국 해당 국가의 통신사정에 맞춰 마케팅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었는데, 현지화 전략 차원에서 옳은 결정을 했다고 본다. 여기에는 SKT외에 KT를 통한 출시라는 복병도 HSPA 버전 출시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인다. 현재 제조사들이 LTE 스마트폰 시장을 바라보는 단면을 Motorola Korea가 제품으로 보여준 것 같다.
Motorola RAZR는 11월 출시 예정이며, 출고가는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