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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설립한 삼성전자와 Sony의 합작 LCD 패널 제조 조인트벤처 S-LCD는 설립 7년만에 끝나게 되었다. S-LCD의 Sony 지분전량을 삼성전자가 9억 3천 5백만 달러(1조 822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Sony는 세계 가전 및 IT 기기 시장에서 경쟁하는 라이벌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공동으로 LCD 패널을 만들어 공급해 왔다. 특히 2000년대 중반부터 평판 TV가 브라운관 TV를 제치고 인기를 끌면서, 양사는 원가절감과 안정적인 패널 공급을 위해 경쟁사간 합작이라는 큰 결단을 내렸었다.

그러나 세계 평판 TV 시장의 빅 3였던 삼성전자, LG전자, Sony 중에서 Sony는 연속 6년간 이 부문에서 적자를 봤다. 생산해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가전 기업에서 TV의 위상은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TV부문의 적자로 Sony의 자존심은 크게 상처받았다.

평판 TV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패널로서 패널의 생산력이 곧 완성 TV의 경쟁력이 되었다. Sony는 삼성전자와 합작으로 패널을 생산하고 구입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하고 안정적인 부품 공급을 희망했다.

Sony가 지분 정리를 하고 나선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역시나 원가절감에 그 이유가 있다. 채널 공급선을 다변화시켜 원가를 낮추려는 의도가 먼저이고, 매각 대금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평판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폭락하고 있기 때문에 조인트 벤처를 통해 시설과 운영에 투자를 하고 있는 Sony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고, TV 사업 등의 부진으로 아예 패널 제조에서 손을 떼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Sony의 3분기 실적에서 평판 TV부문의 심각성은 이미 드러났다. 적자폭의 확대 원인에 엔고뿐만 아니라 TV 사업에 있었고, 따라서 이 사업부문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도 함께 발표되었다. 단기 개선 과정 중에 LCD 패널 비용의 40% 절감 계획이 포함되었고, 이번 지분 매각도 그 계획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지분 관계는 정리되지만 Sony는 앞으로도 삼성전자의 LCD 패널을 공급받는다. 지분 매각과 함께 패널 공급 계약도 맺었다. 세계 최대의 평판 디스플레이를 생산자인 삼성전자와는 계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해야만 패널 공급에 차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Sony는 일본정부(INCJ[각주:1]) 주도하에 Toshiba, Hitachi 등과 연합한 새로운 LCD 제조 조인트 벤처에 합류한다. 이들이 연합한 일명 Japan Display는 대형 패널이 아니라 모바일 기기용 소형 패널 생산이 예상되고 있지만, TV 패널 제조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분은 INCJ가 70%, 3사 각각 10%을 투자했다. 본격적인 패널 생산은 2012년 봄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지분 매입으로 충남 탕정의 LCD 라인에 대한 운영 유연성을 확보했다. 또한 S-LCD의 장부 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Sony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이익을 봤다. 또한 이미 그룹계열사를 통해 운영중인 삼성LED의 흡수 합병으로 사업 집중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 상황이다. Sony가 지분 매각 후에도 공급 계약을 했지만, LCD 패널 생산에 대한 부담은 전적으로 삼성전자가 지게 되었다. 시장 상황도 좋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물량 조절을 통해 운영상의 위험을 줄여야 할 것 같다.

세계 평판 TV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IHS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10.6%로 예상되는 고속 성장 시장이다. 초기 LCD와 PDP 디스플레이 경쟁에서 PDP는 몰락한 반면 LCD는 급성장했다.

세계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LCD 및 LED 디스플레이 시장은 성장하고 있는데, 스마트폰, 타블렛 등 모바일 기기의 보급 확대, 공중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온라인 서비스의 보급, 디지털 콘텐츠 생산 증가 등의 이유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대만, 중국 등 아시아 권역의 디스플레이 제조 집중화와 중남미 및 동유럽 생산기지 등의 운영으로 과잉공급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Sony의 S-LCD 지분 매각은 악화되는 TV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세계 TV 시장을 주름잡던 Sony의 추락과 위기는 브라운관 시대에서 평판 디스플레이 시대로의 방향 전환이 더뎠던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Walkman와 Bravia의 몰락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에서 머뭇거렸던 이유에서 출발했으며 결국 지금의 Sony를 만들었다.

  1. Innovation Network Corporation of Japan의 줄임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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