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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태국 홍수로 인해 전세계 하드디스크 가격이 껑충 뛰어 올랐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현재 태국은 안정이 되어 하드디스크 생산도 홍수 이전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회복되었다. 하지만 3분기 되어야 홍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 같다고 한다.

작년 여름을 기점으로 하드디스크 가격은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 1TB 하드스크 가격이 5만원대 부근에서 형성되었는데, 태국 홍수 사태 후 10만원대로 올라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어서 제조사에게만 탓을 돌리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하드디스크 공급 차질은 의외로 SSD(Solid State Drive)의 수요를 늘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DRAM으로 만들어진 SSD는 모터 구동 방식의 하드디스크에 비해 속도도 빠르며, 저전력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용량 대비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공급 부족으로 하드디스크 가격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SSD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도 늘어났다.

작년 말부터 SSD가 점점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신규 PC의 메인 스토리지 용도가 아닌 운영체제를 설치하는 드라이브용이나, 상대적으로 작은 용량의 노트북 등의 수요가 커졌다. 특히 읽고 쓰기 동작을 자주 하는 부팅용 디스크로의 인기가 높았다.

집에 사용하고 있는 메인 데스크톱 PC는 하드디스크에 대한 불만이 없었지만, 업무에 사용하는 개인 울트라씬 노트북의 가장 큰 불만은 하드디스크로 느린 부팅시간과 프로그램 구동 속도가 가장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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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구입한 ThinkPad Edge 11 모델은 SATA 2(3Gbps) 지원 모델로 5400 rpm 하드디스크(Western Digital WD 3200BEVT) 모델이 장착되어 있다. 데스크탑용으로는 대부분 7200 rpm 제품이지만, 울트라씬 모델이나 넷북은 대부분 5400 rpm 하드디스크를 채용하고 있다.

작년 연말부터 울트라씬 노트북의 속도를 개선시키고자 하드디스크의 SSD로의 교체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으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SSD 가격이었다. 120GB나 128GB 모델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25만원 전후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으며 저렴한 모델이 20만원대 초반의 제품만 있었다. 50만원짜리 울트라씬 노트북의 절반에 육박하는 스토리지를 선뜻 구입하기 힘들었다.

OCZ OCTANE S2 128GB SSD

 

그런데 마침 128GB SATA 2 SSD 제품이 한정판매 가격으로 15만원에 판매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어 바로 구입했다. 일명 통큰 SSD로 불리는 OCZ의 신제품인 OCTANE(옥테인) S2라는 제품이었는데, 2차 특판 행사에서 운좋게 하나 구입했다.

이 제품은 1차와 2차 특판을 통해 출시 7일만에 약 2천대 판매를 달성했다고 한다. 1차에 이어 2차 구입 때에는 정해진 시간에 오픈 마켓과 일부 온라인 판매점을 통해 동시 판매했는데 오픈 마켓의 경우 거의 1시간만에 매진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SSD 인기가 예사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품은 구입 신청 바로 다음날 우체국 특송을 통해 받아보았는데, 위 사진처럼 아주 심플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제품과 설명서를 플라스틱으로 포장한 것인데, 보호재에 쌓여 도착했다. SSD 제품은 노트북용 하드디스크 사이즈인 2.5인치 규격이다. 만일 데스크탑용으로 사용하려면 2.5인치 하드디스크 가이드를 별매해야 한다.

ThinkPad Edge 0328-RU5 모델과 OCZ OCTANE S2 SSD


일반적인 하드디스크는 데이터 기록을 위한 플래터와 데이터를 읽고 쓰기 위한 헤더와 암, 그리고 플래터를 구동시키는 스핀들 모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플래터를 여러 장으로 구성하여 저장용량을 늘이거나 한 장의 플래터에 고밀도를 구현하여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하드디스크 용량이 결정되어 왔었다.

5400 rpm, 7200 rpm이라고 하는 용어는 플래터의 회전 속도 rpm(Revolution Per Minute) 즉 분당 회전 속도를 뜻하는 것이다. 더 빠르게 회전한다면 더 빠르게 데이터를 읽거나 쓸 수 있다. 데이터 쓰기와 읽기의 속도가 스핀들모터의 속도와 헤더암의 성능에 의존하게 된다.

반면 SSD는 메모리로 구성되어 플래터와 스핀들모터, 헤더 같은 물리적인 구성요소가 필요없이 일반 메모리처럼 빠른 구현 속도가 장점이다. 원하는 파일을 찾아내는 엑세스 타임(Access Time)의 경우에도 하드디스크에 비해 월등한 장점을 가진다. 유일한 단점은 용량대비 가격이 하드디스크에 비해 비쌀 뿐이다.

하드디스크가 장착된 ThinkPad Edge 0328-RU5의 내부 모습


SSD는 용량의 문제만 크게 느끼지 않는다면 노트북에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부품이 된다. 우선 제품의 핵심 구성체가 메모리여서 하드디스크에 비해 가볍다. ThinkPad Edge 0328-RU5에 원래 들어있던 하드디스크의 무게는 117g이었는데, OCZ OCTANE S2는 83g이다. 대부분의 SSD는 하드디스크에 비해 가볍다.

플래터 회전이 필요하여 스핀들모터를 구동시켜야 하는 부담으로 전력 소모가 큰 하드디스크에 비해 SSD는 모터같은 부품이 필요없다. 하드디스크에 비해 전력 소모가 작다는 뜻이다. 실제 노트북에 장착하여 사용해 보니 배터리가 더 오래 버텼다. 일반적으로 노트북에서 전력 소모는 디스플레이와 CPU에 이어 하드디스크의 전력소모가 큰 편이다.

SATA 2 하드디스크(좌)와 SSD(우)


하드디스크처럼 물리적인 모터구동이나 헤드의 움직임이 없어서 충격에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하드디스크의 경우 모터 구동과 헤드암의 이동으로 인해 충격에 약한 편이다. 물리적인 손상을 입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상당수는 충격에 의해 벌어진다. SSD는 메모리로 구성되어 충격에 강한 편이다.

발열도 적은 편이다. 메모리 소자를 이용하여 발열이 발생하지만 하드디스크의 모터발열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SSD는 모터가 구동되지 않아 소음도 아예 없다. 무게, 전력 소모, 충격, 발열, 소음 등 노트북에 있어서 민감한 요소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SSD는 그래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판매되는 고급형 노트북들은 SSD를 기본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CPU와 그래픽 유닛 메모리 등의 데이터 처리 속도에 비해 가장 느린 것이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이기 때문에 SSD를 채용하는 모델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격의 부담만 없다면 SSD는 노트북 성능을 끌어올리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트북에 장착된 SSD


기존 하드디스크의 SSD로의 교체는 전혀 어렵지 않다. ThinkPad Edge 0328-RU5의 경우 노트북 아래 나사 3개만 풀면 쉽게 내부를 열어볼 수 있으며, 하드디스크는 왼쪽 상단에 있다. 나사 2개만 풀어면 하드디스크를 분리할 수 있으며, 가이드(브라켓)를 풀어 SSD와 교체하면 된다.

2.5인치 규격품이기에 나사자리는 정확하게 맞고 노트북에 장착할 때에도 인터페이스 부분만 먼저 잘 연결하면 딱 맞게 들어간다. 초보자라 할지라도 전혀 어려움 없이 장착이 가능하다. 다만 떼어낸 하드디스크는 충격에 약하므로 잘 보관해야 한다.


SSD를 장착하고 노트북을 켜서 BIOS 셋업으로 들어가면 SSD 장착을 확인할 수 있다. OCZ-OCATANE S2라는 모델명이 그대로 표시된다. 새로 설치된 SSD에는 OS를 설치해야 한다. USB 부팅 디스크를 만들면 SSD는 일반 하드디스크처럼 인식된다.

SSD 장착 상태에서 Windows 7을 설치해 보니 하드디스크에 비해 훨씬 빠르게 설치되었다. 무엇보다 하드디스크 모터 소음이 없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소음은 CPU 쿨러 소리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신기할 정도로 노트북의 전체적인 소음이 아주 약해졌다.

 

Windows 설치 후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Windows 체험지수 측정이었다. 1.0부터 7.9까지 주요 구성 요소의 점수를 평가하는 것이 Windows 체험지수인데, SSD의 점수는 만점에 가까운 7.5를 기록했다. 이전 하드디스크에서는 5.9의 값을 보여줬었는데 이젠 가장 높은 점수가 되었다.

디스크의 읽기와 쓰기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CrystalDiskMark를 이용하여 SSD의 데이터 입출력 테스트를 실행해 보았다.



위 그림은 CrystalDiskMark에 기본 설정된 값으로 순차읽기와 쓰기, 512K, 4K, 4K QD32 등 4가지 항목을 각각 5차례씩 평가하여 평균을 구한 값이다. 초당 전송량을 나타내기 때문에 숫자가 높을수록 뛰어난 성능을 표시한다.

순차읽기와 쓰기(블록 사이즈 1024KB)는 아주 빠르게 나타난다. 가장 중요하게 봐야할 부분은 4K 측정값이다. 일반적으로 Windows에서 사용하는 파일 사이즈의 가장 작은 값이 4KB 이기 때문이며, 아래 4K QD32는 Queue Depth가 32인 SSD 성능향상 명령코드가 포함되었을 때의 속도를 말한다. NCQ와 AHCI 모드에서 작동한다.

일반적인 하드디스크의 경우 4K 읽기 평균 측정값이 0.3 MB/s 쓰기 측정값이 0.7 MB/s 수준이다. 모두 1MB/s를 넘지 못한다. 따라서 위 측정값을 보면 속도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파일 사이즈가 큰 파일의 이동은 SSD가 아주 빠르며, 작은 파일의 경우에도 하드디스크에 비해서는 빠르게 느껴진다.

SSD를 설치한 ThinkPad Edge 0328-RU5의 경우 TRIM[각주:1] 기능이 자동 지원되는 Windows 7 Ultimate K 제품 설치 기준으로 부팅 시간은 약 33초 셧다운 시간은 약 5초 정도가 걸렸다. 이전 하드디스크 사용시에 부팅은 1분 15초 셧다운은 약 15초가 걸렸었다. 

급하게 노트북 사용을 위해 가방에서 꺼내 전원버튼을 눌렀는데, 1분이 넘게 걸려 부팅이 되던 노트북이 단 33초만에 켜진다면 어떤 기분일까? 수십초의 차이지만 그 시간동안이라면 커피메이커 커피를 한 잔 담아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된다. 그만큼 노트북에 있어서 SSD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부팅뿐만 아니다. 실제 윈도우 애플리케이션을 구동시켜보면 나아진 읽기 속도 때문에 프로그램 로딩이 아주 빠르게 느껴진다. 소위 '팍팍' 뜨는 느낌이 난다. 브라우저를 통해 웹서핑을 하면 캐시속도를 실감하게 된다. 한페이지가 '팍'하고 뜨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SSD 장착된 노트북을 사용하다가 하드디스크 장착 노트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실제 써 보면 이 말이 정확하게 맞다. 다음 번에 여유가 된다면 데스크톱 PC의 부팅 디스크를 SSD로 바꿔볼 생각이다.
 
아직은 SATA 3 (6Gbps)보다 SATA 2 (3Gbps)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넷북이나 울트라씬 노트북 등은 SATA 2를 채용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울트라북은 SATA 3 채용이 일반적이다.

가지고 있는 노트북을 좀 더 빠르게 성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Windows 체험지수 중에서 하드디스크 평가값이 낮다면 SSD는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 다만 320GB나 500GB, 1TB나 되는 고용량이 아닌 64GB, 128GB, 256GB 수준의 다소 저용량이라는 점과 하드디스크에 비해 좀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며칠전 OCZ의 SATA 3 SSD 모델인 OCZ PETROL 128GB 도 16만원대에 내놓아 1차 매진되었고, 13일 오전 12시(새벽 0시)부터 2차 특판을 한다고 한다. 가격은 159,800원이라고 한다. 지난 SATA 2 모델 특판가보다 1만원 더 비싸다. 관심있는 분들은 이 날을 노려보길 바란다.
http://itempage3.auction.co.kr/DetailView.aspx?ItemNo=A601402903&frm3=V2

  1. 일반적으로 SSD에서 파일을 삭제하면 실제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데, 공간을 비워야만 다른 데이터 입력이 가능하게 된다. 이때 운영체제가 자동 및 정기적으로 삭제된 영역을 비워주는 기능을 TRIM이라고 한다. Windows 7은 이 기능이 기본 지원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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