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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이 2월 19일 긴급 컨퍼런스콜을 열고 1천억 달러에 가까운 현금에 대한 사용 계획을 밝혔다.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Tim Cook은 당장 다음 분기에 Apple 주주들에게 주당 2.65 달러의 배당을 실시할 것이며, 2013 회계년도부터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용될 자금규모는 3년간 450억 달러에 이른다.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Apple은 쌓여가는 현금자산 활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 특히 주주들의 불만은 컸다. 이익 규모가 계속해서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Apple은 배당이나 자사주 취득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사망한 Steve Jobs는 Apple의 현금 활용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었다. 주주들의 계속되는 현금배당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현금 사용 계획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당시 COO였던 Tim Cook은 현금을 부품공급을 원활히 하거나 중요한 용처에 사용할 것이라는 입장만 밝혔었다. 실제 Apple은 iPhone과 iPad 등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나 플래시 메모리 등의 주요 부품 확보에 현금을 사용했었다. Steve Jobs 사후에 분기실적이 발표자리에서는 현금활용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시장에  메시지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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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출시 후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익에 따라 현금은 계속 쌓였지만, 다른 기업들처럼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거나 대규모 인수합병 등에 사용하지도 않고 계속해서 모아두기만 했었다. 현금 축적은 Apple 최대의 호황을 만든 창업자 Steve Jobs의 굳은 의지여서 그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주총때마다 현금배당에 대한 주주들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었다. 분기별 실적보고 후에도 급격하게 늘어나는 현금에 대한 활용방안은 주주들뿐만 아니라 시장의 관심도 컸다. 현금을 활용하는 방법에 따라 대규모 시장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Apple의 현금은 늘 마켓왓처들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Steve Jobs가 무리하다싶을 정도로 현금확보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은 1997년 경쟁사 Microsoft로부터 투자받은 1억 5천만 달러의 자금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당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Mac World에서의 Microsoft Bill Gates 회장의 깜작 등장은 아직까지도 깊은 인상을 남긴 사건으로 기록된다.

1996년 Steve Jobs가 없는 Apple은 최악의 해를 맞게 되었다. Mac PC 판매 부진으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으며, 이어지는 감원사태 등으로 매각 위기까지 몰렸었다. 1996년말 Apple이 NeXT를 인수하는 형식으로 Steve Jobs가 고문으로 재등장 하면서 Apple이 본격적인 회생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 Steve Jobs는 오랜 경쟁자이자 친구였던 당시 Microsoft CEO Bill Gates로부터 Apple을 살리기 위한 제휴와 투자를 이끌어 내게된다. 1억 5천만 달러는 Apple을 회생시키는 중요한 자금이 되었다. Steve Jobs가 현금확보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때부터였다.

그 후 Steve Jobs는 악착같이 현금을 모았다. 모은 현금으로는 부품 조달이나 연구개발에만 사용했고,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에는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 2007년 iPhone 출시 이후 현금은 계속해서 늘어나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서서히 주주들의 배당요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분기 실적 발표에는 늘 배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로 함께 오르는 현상이 계속되었지만, Steve Jobs 지배하에서는 배당 기대는 접어야 했다. Steve Jobs가 사망하면서 주가가 계속 오르는 현상을 배당에 대한 기대로 풀이하는 전문가도 있다. 배당의 가장 큰 걸림돌이 Steve Jobs였기 때문이다. 최근 500 달러 넘어 600 달러 시대를 연 것 역시 배당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Tim Cook Apple CEO


그러나 결국 이번 배당 결정은 현 CEO인 Tim Cook의 결심으로 이뤄진 것이며, 이사회 승인이 남았지만 아마도 Tim Cook의 의지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늘어나는 현금에 대한 배당 요구를 계속 무시할 경우 주주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어서 이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선택했다는 의견도 있다.

어쨋거나 현금배당은 회사를 이끄는 CEO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임 CEO이자 창업자인 Steve Jobs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임 CEO Tim Cook이 주주들에 대한 현금배당을 결정한 것은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것은 바로 Steve Jobs의 Apple이라는 인식을 벗어나기 위한 작업이며, Tim Cook은 Steve Jobs와 스타일이 다르며, 나름의 운영방식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 현금배당 결정이 단순히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일시적인 타협이 아니라는 뜻이다.

Tim Cook 체제의 Apple은 Steve Jobs 때와는 다르다는 메시지는 조금씩 나왔었다. 지난 주총 때 과반수 투표제를 통한 이사선임제도 도입이나, 이번 현금배당 및 자사주 매입 계획 등의 주주이익을 위한 계획 발표는 Steve Jobs가 아닌 Tim Cook의 결정이라는 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모두 Steve Jobs가 고집스럽게 지키고자 했던 가치들이다.

1천억 달러가 넘는 현금보유와 600 달러 주가시대를 연 주인공은 Steve Jobs라도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그의 공적이자 유산을 후임인 Tim Cook이 누린다는 점에서 평가절하될 수 있지만, Tim Cook에게 있어서는 Steve Jobs의 흔적 대신 Tim Cook만의 스타일로 Apple을 운영하게 되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Apple의 현금배당은 4분기가 시작되는 7월 1일에 시작될 예정이며 약 1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이며, 자사주 매입 역시 올해 40억 달러 규모로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현금배당 소식에 29일 월요일 주가는 15.53 달러 오른 601.10 달러에 마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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