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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가 7년만에 다시 PC 사업부(PSG)와 이미지 프린터 사업부(IPG)를 하나의 사업부로 통합시켰다. 2005년 1월 Carly Fiorina가 분리되어 있던 두 사업부를 통합했었고, 후임 CEO Mark Hurd가 다시 그해 6월 두 그룹을 분리했었다.

당시 PSG와 IPG의 사업부 분리를 두고 사업부 매각의 신호가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지만, 그 뒤로 두 사업부는 HP의 핵심 비즈니스 역할을 수행했다. 통합부서에서 다시 분리되면서 영입된 Todd Bradley는 지금까지 PSG의 수장으로 HP의 PC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IPG는 HP 내부 승진을 통해 Vyomesh Joshi가 맡았다.


수요일(21일)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CEO Megg Whitman은 IPG를 PSG 사업부로 귀속시켰다. 통합 그룹은 Printing and Personal System Group(PPSG)로 명명되었다. PSG의 수장을 맡았던 Todd Bradley가 계속 통합그룹을 이끌게 되었으며, IPG를 이끌던 Vyomesh Joshi는 31년간의 재직을 끝내고 퇴임한다.

PSG와 IPG 두 그룹의 매출 합계는 연간 650억 달러 수준으로 HP 전체 매출의 절반을 약간 넘는다. 두 조직은 모두 최근 몇 년간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 여러 원인들 중 하나는 바로 스마트폰과 타블렛의 인기에 있다.

PC 사업과 프린터, 잉크 판매 등이 주력 사업인 HP는 근 몇 년 동안 갑자기 커진 스마트폰과 타블렛 시장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PC를 대체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타블렛의 등장으로 PC 판매가 줄어들고 있으며, 사진과 문서 등의 프린팅도 기기와 서비스를 통해 공유하거나 온오프라인으로 저장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전격 경질된 전임 CEO Leo Apotheker는 이런 흐름 속에서 PC 사업부의 매각을 시도했었다. Palm 인수로 webOS를 활용하여 모바일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려던 그의 시도는 이사회와 주주들에 의해 무산되었다. PC 사업은 계속하기로 했고, 모바일 부문의 사업은 재검토 상태가 되었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Meg Whitman은 몇 개월간의 분석 후에 PC 사업의 지속을 선언했으며, 또 다시 프린터 사업부와의 통합을 결정했다. 두 사업부의 부진을 빠른 의사 결정과 비용절감의 해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통합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대부분 비슷하다. 가장 큰 부분은 의사 결정 구조의 신속성이다. 비슷한 성격의 제품군이라면 더더욱 바람직한 모습이긴 하다. 이제까지 PC와 프린팅 부문은 전문성이 강조되어 왔기 때문에 사업분리가 당연시 되어 왔지만, 최근 추세는 컴퓨팅의 관점에서 본다면 통합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또 다른 효과는 비용의 절감에 있다. 이번 사업부 통합 후속으로 감원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중복되는 사업부 인력의 재배치는 비용의 절감으로 이어진다. 또한 공급망 관리를 일원화시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통합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마케팅 역시 통합되면 비용의 절감과 효율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전문성을 강조하거나 지역적인 마케팅의 필요성이 강할 때는 조직의 분화가 맞지만, 현재처럼 매출이 줄어들고 발빠른 대응이 절실한 경우에는 통합의 효과가 훨씬 크다.

조직의 통합은 거의 필수적으로 감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아직 이러한 언급은 없다. 지난 2009년 HP의 PC 및 프린터 사업이 부진을 겪었을 때 4,400명의 인원을 정리한 적이 있었지만 그 후로 아직 대규모 해고는 없었다. 작년 10월 현재 HP 직원은 349,60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부 통합에 따른 시너지 측정 후 미진할 경우 인원 감축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번 조직 개편은 효율성과 스피드를 강조하기 때문에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후속조치로서 인력감원을 들고 나올 수 밖에 없다.

HP의 조직개편은 PC 사업의 현재를 그대로 나타내는 지표다. 이제까지 꾸준하게 성장해온 전통적인 PC 사업은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보급과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타블렛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컴퓨팅 기기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HP가 주력으로 하는 전통적인 PC 형태의 사업에 위기가 오고 있는 것이다.

* 참고 : http://www8.hp.com/us/en/hp-news/press-release.html?id=1212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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