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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Apple의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불만 가운데 하나는 바로 악세서리다. 악세서리 그 자체가 아닌 판매 가격에 대한 불만이 더 정확한 것이다. 인증 제품의 경우 품질에 대한 불만은 적은 편이지만 가격에 대한 입장은 다르다.
충전기, 케이블, 이어팟
Apple 모바일 제품을 구입하면 그에 상응하는 악세서리 가격의 지출이 심하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한다. 널리 사용하는 iPhone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기기와 함께 제공되는 것은 충전기와 케이블, 이어폰이 전부다.
iPhone을 구입하면 제일 먼저 전면 필름 부착이 기본이다. 그 다음으로는 케이스를 구입하고, 또 다음으로 고려 대상은 연결 케이블 추가 구입 순서다. 집이나 직장, 차량용, 여행용 등. 그런데 충전 및 데이터 전송 케이블은 가격이 만만치 않다.
충전과 데이터 전송을 위한 케이블은 Android폰이나 다수의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하는 micro USB 방식이 아니다. Apple은 독자적인 30핀 방식의 커넥터를 계속 유지해 오다가 최근 iPhone 5가 나오면서 8핀의 Lightning(이하 라이트닝) 커넥터 방식으로 변경했다.
애플코리아 온라인 스토어 케이블 및 Dock 코너의 악세서리들이다. 케이블은 5W 어뎁터과 가격이 같은 26,000원이다. 기존 30핀을 Lightning으로 변환하는 어뎁터(젠더)는 무려 4만원의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다른 스마트폰의 악세서리 가격을 비교한다면 분명 비싸게 느껴진다.
외신에 따르면 Apple의 악세서리 시장 규모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이블이나 Dock 종류, 케이스 등 다양한 악세서리는 Apple의 모바일 제품들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중요한 조연이기도 하다.
iPod 시리즈에서 iPhone, iPad까지 계속 유지해 왔던 30핀 케이블을 iPhone 5 출시와 함께 바꾸면서 악세서리 시장은 큰 변화를 맞았다. 계속해서 30핀을 사용해 와서 기기가 바뀌어도 서로 호환되던 것이 라이트닝으로 바뀌면서 서로 호환이 되지 않으니 기존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은 불편함과 함께 배신감 마저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라이트닝 디지털 AV 어뎁터
악세서리 제조업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라는 관점으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지만, Apple 모바일 기기의 연결 커넥터 규격의 변화는 안그래도 비싸다고 느끼는 소비자에게는 반감을 느끼게 할 충분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들어 단순히 케이블 커넥터 변화 정도는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지만, 몇 십만원을 주고 구입한 오디오 독(Dock)이나 차량의 AV 시스템 거치대 등은 새로운 라이트닝 규격과 달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물론 Apple과 다른 업체 특히 국내 휴대폰의 커넥터 변천사와 비교한다면 Apple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크게 없다. 국내 휴대폰의 경우 최근에야 micro USB로 통일 되었지만, 24핀, 독자 20핀, 표준 20핀, mini USB, micro USB 등으로 계속 변했다.
2009/10/25 -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휴대폰 표준 충전단자로 마이크로 USB 승인
물론 우리나라도 그랬으니 Apple의 라이트닝 방식으로의 변화는 큰 문제도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고 싶은 것은 아니다. 큰 변화는 맞지만 Apple 나름대로 필요에 의한 변화였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다.
MFi (Made For i)
Apple 악세서리 제조업체들은 잘 아는 Apple의 규격이다. Made For iPhone, iPod, iPad, AirPlay 등 Apple의 모바일 기기와 전송기술을 위한 규격의 이름이다. 앱 개발자나 케이스 제조업체, 블루투스나 Wi-Fi 악세서리 제조업체에게는 필요치 않은 규격이다.
Apple MFi : https://developer.apple.com/programs/mfi/
MFi는 Apple의 기술규격으로 일종의 약속인 셈인데, 왜 이러한 약속이 필요한 것일까? MFi는 Apple 모바일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라고 할 수 있다.
기기의 커넥터에 연결하여 외부와 통신을 하고 이를 통해 뭔가를 제공해야 한다면 꼭 필요한 규격이다. 가장 예를 들기 쉬운 것은 오디오 Dock이다. 사운드 Dock 등에서 볼륨을 높이거나 다음 곡, 이전 곡 등 기기를 제어하려면 MFi가 필요한 것이다. iOS의 제어 기능을 악세서리 제조업체가 호출하여 사용할 수 있는 기술적 배경에는 MFi가 있다.
Apple 모바일 기기의 커넥터에 연결하여 기능을 제어하거나 앱을 통해 어떠한 정보를 입력하거나 출력 하는 등의 다양한 역할을 하려면 단순 연결만이 아닌 기능을 가진 뭔가가 필요한데 이 때 필요한 규격이 바로 MFi인 것이다.
라이트닝 커넥터 내부의 칩 (출처 : Chipworks)
이러한 MFi 규격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Apple과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야 하고, 이를 인증하거나 활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칩(Chip)을 사용해야 한다. 라이트닝 케이블은 단순히 핀이 케이블에만 접착되어 있는 형태가 아니라 독자적인 기기의 모듈처럼 작동한다.
외신 기사에 의하면 인증 기능을 가진 이 칩은 TI에서 제조하며 BQ2025라는 모델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인증이라는 것 자체가 보안의 한 부분인데, 이 칩은 기본적으로 인증을 제공하여 아무 인터페이스나 Apple Mobile 기기에는 연결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Apple 기기 내부와의 어떠한 인증과정을 거쳐야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Apple 라이트닝 커넥터의 써드파티 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지 않은 중요한 이유가 바로 MFi라는 규격과 칩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칩을 복사하여 라이트닝 케이블 복제제품을 일부 내놓았다는 소식도 있다. 이들은 Apple의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다.
내장된 칩의 역할은 단순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인증 기능도 가지고 있지만, 데이터 전송에 있어서는 에러를 검출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CRC 방식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이터 전송을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라이트닝 30핀 전환 어뎁터
뿐만 아니라 라이트닝 케이블의 장점으로 꼽고 있는 아래 위 방향이 없는 것도 내부 칩으로 인해 가능한 것인데, 양면의 8핀은 어느 방향으로 연결해도 능동적인 연결이 가능하도록 칩이 제어한다.
30핀에서 라이트닝으로 바뀐 큰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아날로그에서 풀 디지털로 바뀌었다는 부분도 있다. DAC혹은 ADC를 사용하여 아날로그와 디지털 신호를 서로 변환할 필요없이 디지털로 전송하고 디지털로 수신할 수 있다는 뜻이다. Apple은 그 시점을 라이트닝 케이블의 도입으로 잡았다.
8핀의 라이트닝 케이블
이러한 이유로 30핀 케이블에 비해 라이트닝 케이블은 속도도 빠르고 구현할 수 있는 기능도 훨씬 많다. 악세서리 제조업체로서는 더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으며, Apple 모바일 기기와 연결하여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라면 더 다양한 방법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활용범위는 훨씬 넓고 다양해졌다. MFi와 칩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역할을 한다. 만일 iPad와 의료 기기를 연결하여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처리하는 헬스케어 제품을 구상한다면, MFi를 통해 iPad와 기기 사이에 통신이 가능하게 된다. 기기와 iPad 사이의 연결과 제어를 라이트닝 케이블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내부에 장착된 칩과 제조 업체에 제공된 MFi API를 통해 가능한 것이다.
좀 더 미래를 위한 결정 그러나 아쉬운 것은 가격
라이트닝 케이블이 발표되었을 때 소비자들은 30핀 케이블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고,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으로 인해 불평과 불만을 쏟아냈으며, 이미 비싸게 구입한 30핀 호환 악세서리를 가진 소비자들은 더 큰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라이트닝 커넥터는 30핀 커넥터를 채용했을 때에 비해 기기의 내부 공간을 차지하는 비율도 줄었다. 그만큼 제품을 더 작으면서 가볍고, 얇게 만들 수 있는 비결이 되었다. 그렇지만 단지 그러한 이유만으로 바뀐 것은 아니었다.
전송 방식에 있어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 그리고 좀 더 다기능을 지원하기 위한 MFi의 확대 적용 등이 변화와 함께 바뀐 것이다. 내구성도 훨씬 좋아졌다. 30핀에 비해 작아지면서 손상의 위험이 큰 연결 부위가 보강되었다. 적어도 케이블 자체의 손상이 일어나기 전에는 연결 부위 손상으로 쓰지 못하는 경우는 줄어들 것 같다.
또한 최근에 내놓은 micro USB-라이트닝 전환 어뎁터 발매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Android 스마트폰이 늘면서 micro USB 어뎁터도 많이 늘었기 때문에 활용도는 높아졌기에 변환 어뎁터 판매도 소비자를 위한 배려로 보인다.
장점에 비해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닌데, 그 유일한 단점은 바로 가격이다. 케이블 하나에 2만 6천원은 비싸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30핀에서 라이트닝으로 변환할 수 있는 어뎁터 가격이 4만원이라는 것은 적정한 수준인가를 넘어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확실하다.
micro USB 케이블에 비해 비싸야 하는지는 어느 정도 수긍이 되지만, 악세서리, 특히 케이블 가격에 대한 불만은 여전히 상존해 있으며 이해하기 조금 힘든 부분이다.
Apple이 기존 고객들의 불편과 불만에도 라이트닝 케이블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것은 바로 미래를 위한 것이었다. 더 다양한 기능과 더 많은 악세서리 혹은 관련 제품을 위한 결정이었다.
가정 혹은 기업에서 Apple의 모바일 제품의 연결성을 확대하는데 있어서 MFi와 라이트닝 케이블은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앱과 연동되면서 Apple 제품에 직접적인 연결을 지원하는 악세서리 혹은 연결 제품은 더욱 늘어날 것이며, 관련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