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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개한 Verisign의 Domain Name Industry Brief에 따르면 2012년 4분기에만 6백 10만개를 비롯하여 2012년말까지 전세계 도메인 등록건은 2억 5천 2백만 건을 넘겼다고 밝혔다.
Domain Name Industry Brief : http://www.verisigninc.com/assets/domain-name-brief-april2013.pdf
작년 한해 2,660만개의 도메인이 등록되어 11.8%의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가장 많은 등록수를 가진 TLDs(Top Level Domains)는 .com으로 1억 620만개가 등록되어 있다. 그 다음으로는 독일의 TLDs인 .de이고 그 다음이 .net으로 1,490만개가 등록되어 있다. 참고로 .com .net .org .biz 같은 도메인은 gTLDs(Generic Top Level Domains)라고 한다.
국가 도메인인 ccTLDs(country code Top Level Domains)의 성장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재 280개의 ccTLDs는 1억 1,020만개가 등록되어 있으며 작년 동안 21.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2년 4분기 Top ccTLD 도메인(출처 : Verisign)
상위 20개 ccTLDs 중에서 4개 국가 도메인은 분기당 성장률이 4%를 넘었는데, 중국, 인도, 러시아 그리고 토켈라우(Tokelau)다. 특히 중국은 31.5%로 ccTLDs 중에서는 독보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다른 3개국을 제외한 Tokelau는 낯선 국가명이다. Tokelau는 작년에 16.1%의 도메인 등록이 증가한 국가다.
Tokelau는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로 뉴질랜드 자치령에 속해있는 인구 약 1,400명의 작은 나라다. 3개의 섬 면적을 합하면 12㎢로 여의도 면적의 약 1.5배 수준이다. 이 나라의 TLD(Top Level Domain)는 '.tk'로 인터넷 도메인 세계에서는 유명하다. 바로 무료 등록으로 유명한 도메인이기 때문이다.
Tokelau 홈페이지 : http://www.tokelau.org.nz/
.tk 도메인은 무료와 유료 등록 두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용중인 도메인의 97%가 무료 도메인이다. .tk의 연간 성장률은 11.8%로 전체 도메인 증가율 8.9%를 훌쩍 넘는 수치다.
남태평양 3개의 조그만 섬으로 구성된 Tokelau는 어떻게 세계 도메인 시장에서 유명해졌을까? 그 사연은 2000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덜란드 사업가인 Joost Zuurbier(주스트 쭈르비어)는 무료 웹메일 서비스인 Hotmail을 사용하다가 무료 도메인 비즈니스를 생각해냈다.
Zoost Zuurbier, Dot TK CEO
그래서 그가 찾아낸 최상위 도메인이 바로 .tk다. 당시 이 도메인을 가질 수 있는 Tokelau는 도메인의 존재도 몰랐고, 인터넷이 뭔지도 모르는 태평양의 어느 섬나라였다. 섬에 거주하는 어느 누구도 웹사이트가 뭔지도 몰랐다.
Joost는 전세계 도메인 정책을 관장하는 ICANN을 겨우 설득하여 Tokelau의 존재를 알리고, 또한 Tokelau가 속해있는 뉴질랜드와 협상 끝에 섬나라에 위성 통신 장치를 설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뉴질랜드에서 큰 위성 통신 장치를 싣고 2주 동안의 항해 끝에 섬에 도착하여 겨우 위성 수신 안테나와 통신 설비들을 동작할 수 있게 설치했다. 이때가 2003년 9월이었다.
Tokelau의 Fakaofo섬에 설치한 위성 안테나 (출처 : Dot TK)
외부 세상과 통신이 가능해야만 도메인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일 먼저 했던 작업이 바로 위성 통신을 연결하는 일이었다. Intelsat을 이용한 위성통신으로 64kbps의 업스트림과 384kbps의 다운스트림으로 외부와 연결되었다. 동시 4회선이 연결 가능한 수준이었으며, 인터넷을 사용하는 동안은 음성통화 연결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2006년 Joost는 Tokelau 정부와 합작하여 BV Dot TK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Tokelau 정부의 통신사인 Teletok과 함께 합작하여 무료 도메인 사업을 시작했는데, 사업시작 6년만이었다. 전세계 누구든 원하는 .tk 도메인을 등록하여 웹사이트를 운영하도록 했는데, 대신 강제로 배너나 텍스트 형태의 광고를 싣는 조건이었다. 광고 기반의 무료 도메인 서비스가 주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것이다.
Dot TK : http://www.dot.tk
무료 도메인 사업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등록과 갱신은 무료이지만, 사용자가 해당 도메인을 포기하거나 90일 동안 UV(Unique Visitor)가 25명이 넘지않으면 도메인을 파킹하는 것이다. 이때 접속자가 해당 도메인의 URL로 접속하면 원래 콘텐트 대신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Domain 파킹 사업자의 모델과도 비슷한 방식이다.
Dot TK는 무료로 제공하는 도메인 웹사이트를 분석하여 만일 파킹 모드로 진입하게 되면 원래 제공되던 콘텐츠와 유사한 광고를 내보내는 형태로 비즈니스를 해나갔다. Google이 취하는 타깃 광고 형태와 비슷하다. Google이 무료 서비스나 검색 키워드를 통해 광고를 보여준다면 Dot TK는 도메인을 무료로 주고 맞춤 광고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Dot TK가 도메인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대부분 Tokelau 정부로 귀속되는데, 국내 총생산이 낮은 Tokelau에게는 이 수입이 GDP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연간 120만 달러 (약 13억 6천만원) 수준이며, 도메인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준이 GDP의 약 10% 수준이라고 한다. 물론 Tokelau는 뉴질랜드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자치령이 운영되기 때문에 GDP는 큰 의미가 없다.
Joost는 도메인을 통해 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작은 섬나라에 무료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큰 수익은 아니지만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를 발전시키는데 도메인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명감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웹서핑 중인 Tokelau 주민 (출처 : Dot TK)
Tokelau는 주민 다수의 가구들이 컴퓨터를 사용하고 인터넷을 즐기고 있는데, 전기사정이 좋지 않은 Tokelau의 특성상 노트북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밤 10시가 되면 전기 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2012년 부터는 태양광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사업을 진행하여 그나마 전력 사정은 조금 더 나아졌다고 한다.
음성 통신은 Skype를 이용하기 때문에 특별히 섬내부 주민들 사이의 통신비용은 발생하지 않으며 외부로의 통신비로 많이 지출하지 않는다고 한다. 약 1,400명의 자치령 주민들 외에 이들의 다섯배에 달하는 이곳 섬출신 사람들은 뉴질랜드를 비롯한 외지에 나가 있어서 고향 마을과 통화를 하기가 어려웠는데, Dot TK 덕분에 통화가 쉬워졌다고도 한다.
섬으로 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서사모아에서 48시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까닭에 쉽게 접근할 수 없어서 무엇보다 통신이 중요한 곳이 Tokelau다. 인터넷은 이곳 주민들과 다른 섬과 나라에 나가있는 가족들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신 수단인 셈이다.
국가 최상위 도메인을 사업화하여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하고, 국가의 존재를 알리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남태평양의 조용하고 작은 섬나라가 전세계 도메인별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도메인으로 한 국가 GDP의 10% 수준(비록 크지 않은 돈이지만)의 돈을 벌어들인다는 사실 자체가 재미있기만 하다.
또한 Joost Zuurbier라는 한 사람의 힘겨운 노력으로 인터넷을 통해 섬과 세상을 연결한 과정도 흥미롭고, 그가 문득 생각해낸 도메인 비즈니스로 남태평양 조그만 자치령 섬나라를 외부 세계에 알리는 의미있는 일을 했다는 사실은 신기하다. 현재 Joost는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아프리카 남부 등 오지 국가에도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Joost Zuurbier
* 네덜란드인 Joost Zuurbier의 Tokelau에 인터넷을 보급한 여행기를 보려면 다음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된다. 사명감없이는 이런 사업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Tokelau Magic : http://www0.tokelau-info.tk
* Tokelau와 비슷한 TLD (최상위 도메인) 대여 비즈니스는 1998년 Verisign과 Tuvalu(투발루 공화국) 사이에도 있었으며, 도메인명은 우리에게도 유명한 '.tv' 도메인이다. 현재 이 도메인의 사용권은 Verisign이 2021년까지 가지기로 협의되어 있는 상태다.
* 참고 : http://www.guardian.co.uk/technology/2007/oct/25/internet.guardianweeklytechnology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