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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현지시각) Yahoo!가 통큰 선택을 했다. 자사의 이미지 및 동영상 호스팅 서비스인 flickr의 무료 저장공간을 300MB에서 1TB로 확대했다. 100GB도 아니고 무려 1TB를 무료공간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종전까지는 무료 사용자에게 제약이 아주 많은 서비스였다. 한달에 업로드 가능한 용량이 300MB였으며, 여기에는 200개의 이미지와 2개의 동영상까지만 허용됐다. 그뿐만 아니다. 포토스트림에서 보이는 사진은 최근 200개까지만이다. 저장은 되어 있지만 Pro 계정으로 업그레이드 전에는 원본 다운로드조차 허용되지 않는 서비스였다. 90일 동안 활동이 없으면 자신이 올린 파일을 지울수도 없게 해놨다.
반면 유료 서비스인 Pro 버전의 경우 연간 25달러를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으며, 원본 사진을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다. 여기에 광고까지 제거되는, 말하자면 유료 서비스 사용자를 유도하는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유료 가입자가 아니라면 자신의 원본 파일조차도 접근할 수 없는 상당히 제약이 강한 서비스였다.
그러나 flickr의 인기는 대단하다. 2004년 시작된 서비스는 2005년 Yahoo!에 인수되면서 계속해서 사용자가 늘어났고, 2011년에는 6월 기준으로 5,100만의 가입자와 8,000만 UV를 기록하고 있었으며, 2011년 8월까지 업로드된 사진만 60억개에 이르는 대형 사진저장 사이트였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사진 저장소라는 명성을 얻을만큼 온라인 디지털 사진세계에서 flickr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1
flickr는 일반인들의 사진 저장공간 역할 뿐만 아니라 유명 작가나 사진 전문가들도 애용하는 서비스로 태그를 통한 다양한 검색 결과에 작품도 상당히 많이 발견할 수 있다. 2009년 5월부터는 미국 백악관 사진사인 Pete Souza는 백악관 사진을 flickr에 올리고 있으며, NASA 역시 마찬가지다. Creatie Commons 라이선스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에 사진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2000년대 말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모바일 서비스의 확대가 flickr의 위기를 불러왔다. 또한 2011년 이후 Instagram이나 Path같은 스마트폰 전용 사진 공유 서비스가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유료 서비스 중심의 flickr는 외면받는 신세가 되었다. 더 많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300MB의 무료 공간에 원본 다운로드가 불가능한 무료 flickr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서비스 주인인 Yahoo!의 복잡한 문제도 한몫을 했다. 모바일에 대해 뚜렷한 전략이 없었고, 내외부에서 혼란을 겪으면서 전반적으로 flickr가 중요한 서비스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었다. 최대의 사진 저장 서비스로만 남아 있었을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채로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었다.
5월 20일 Yahoo!는 그야말로 깜짝 놀랄만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인 사용자에게 무료로 1TB의 공간을 제공한다고 밝혔고, 바로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했다. Pro 버전은 없어졌으며, 광고 없는 계정과 용량을 두 배로 제공하는 Doublr(더블러) 계정이 신설되었다.
Yahoo!의 설명에 따르면 스마트폰 평균적인 화질인 650만 화소 사진을 기준으로 1TB는 무려 537,731장의 사진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50만 장의 사진이라면 개인에게 거의 평생동안의 사진을 다 담을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이전처럼 원본 사진이 아닌 임의로 축소된 화질로만 나타났으나 이제는 원본 그대로 공유할 수 있으며, 다운로드가 가능해졌다. 사실상의 무료로 인해 불편했던 부분이 완전히 해소되었다. 물론 광고가 따라붙는다는 약간 귀찮은 제약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조차도 싫다면 연 49.99달러 우리 돈으로 약 5만 5천원 정도만 내면 된다.
1TB로도 모자란다면 추가 1TB, 전체 2TB의 저장공간을 사용하려면 연간 499.99달러, 원화로 약 55만원을 내면 된다.매월 4만 6천원꼴의 이용료를 지불하면 된다. Doublr는 일반인이 아닌 전문적으로 사진을 보관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사용자라면 부담스럽지 않은 일종의 기업용 버전이다.
왜 Yahoo!는 1TB의 무료 사진 저장공간을 내놨을까?
19일 일요일 Yahoo!의 마이크로 블로그 사이트 Tumblr(텀블러) 11억 달러(1조 2천억 원) 인수 발표에 이어 또 다시 내놓은 깜짝쇼는 flickr의 1TB 저장공간 제공이었다. 두 서비스에 대한 인수 및 투자 소식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모바일 서비스 중심이라는 부분이다.
Tumblr는 사진이나 동영상, 텍스트 등을 쉽고 간결하게 올려서 운영하는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인데, 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급속하게 세를 확장한 서비스이다. 소셜 기능도 가지고 있어서 미국의 젊은 층에게 인기있는 서비스다. 현재 약 1억 800만 개의 블로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Yahoo!가 Tumblr 인수 하루 뒤, 자사의 대표적인 사진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flickr의 무료 1TB 저장공간 제공을 발표한 것 역시 스마트폰 유저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스마트폰 유저를 적극적으로 Yahoo!로 끌어들인다면 Yahoo!가 추구하는 미디어 서비스는 모바일 시대에도 여전히 큰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트래픽인 것이다.
Yahoo!가 Apple이나 Google, Microsoft, Amazon 등 경쟁 기업들에 비해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뚜렷한 전략이 없었던 것은 현재 Yahoo!의 위기를 만든 원인이기도 했다. Google 출신의 Marissa Mayer가 CEO로 부임하면서 Yahoo!의 체질개선을 하면서 서서히 Yahoo!가 기력을 회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바로 모바일을 통한 서비스 개선에 있다.
이번 flickr의 1TB 무료 제공 전략은 Google의 Gmail 서비스 전략과 유사한 면이 있다. Gmail이 무료 이메일 서비스 시장에서 Microsoft의 Hotmail과 Yahoo! Mail 등을 앞설 수 있었던 배경 역시 제한을 줄여 계속해서 늘어나는 저장공간에 있었다.
Google은 Gmail을 통해 자사의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는 훌륭한 사용자 공간을 만들었고, 문맥 분석을 통해 개인화된 광고, 타깃 광고를 제공했다. 미디어 소비를 중심으로 트래픽 장사를 하는 Yahoo! 역시 이메일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나, Gmail의 저장공간 정책과 계속되는 새로운 서비스, 특히 Android의 결합과 함께 Gmail 사용자를 폭발적으로 늘이는 Google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Marissa Mayer는 Gmail의 역할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진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flickr를 생각한 것이다. flickr의 최대 약점인 저장공간에 대한 압박과 원본사진 보관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고 서비스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Gmail이 그랬던 것처럼 사용자가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을 과감히 없애면서 사용자 끌어안기에 나선 것이다.
최근 사용자들이 미러리스 카메라, DSLR 카메라, 컴팩트 카메라 등 전문적인 사진 촬영 도구인 디지털 카메라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사진 촬영이 훨씬 많아졌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사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Facebook이 Instagram을 10억 달러를 주면서 인수한 배경에도 스마트폰 카메라 촬영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점이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사진촬영은 이메일만큼 개인적인 콘텐츠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개인 콘텐츠인 디지털 사진의 보관 문제는 앞으로 소비자들에게는 고민으로 남을 문제인데, flickr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1TB라는 통큰 선택은 스마트폰 사진에 대한 Yahoo!의 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저장공간에 대한 사실상의 제약이 없어진 flickr 서비스에는 더 많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사진을 업로드할 것이며, 더 많은 친구들이 PC와 스마트폰, 태블릿으로 flickr에 접속할 것이다. 수많은 태그와 댓글, 그리고 사진 자체는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콘텐츠가 될 것이며, 이는 결국 Yahoo!의 자산이 될 것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과 이를 통한 사용자에 대한 분석은 여러가지 사업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무료로 제공하는 공간에 광고를 수익 모델로 한다면 Yahoo!가 유선에 이어 무선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Tumblr 인수와 flickr 저장 공간의 확대는 바로 이런 결과를 노린 것이며, Tumblr는 10대와 20대 대상의 짧은 텍스트와 동영상, 사진 등의 콘텐츠 확보에 활용될 것이며, flickr는 조금 더 대상 범위가 넓어진 사용자층으로 사진저장 및 공유 서비스 왕좌의 자리를 노릴 것이다. 서비스 상호간의 시너지 역시 활용할 것이며, 분명 지금보다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측면에 강화될 것이다.
현재 flickr의 경우 유선 웹 외에도 모바일 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iOS앱과 Android앱을 제공하고 있다. iOS의 경우 iPhone용으로만 제공되며, iPad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머지않은 시점에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Yahoo! Korea의 철수와 함께 Android 앱을 Google Play를 통해 다운로드 받을 수 없다. 해외에서는 Android 앱의 다운로드 및 사용이 가능하다.
flickr는 영어 외에 프랑스어, 독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중국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외 한국어도 제공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접속하기 까다롭게 되어 있다. 글로벌 서비스라면 당연히 제공되는 일본어도 빠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서비스 접속 후 브라우저에서 언어를 영어로 선택하면 로그인 및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 역시 Yahoo! Korea 철수와 관계되어 있다. Android 스마트폰 사용자를 고려한다면 빠른 시일내에 Yahoo!은 한국 서비스를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다. 2
1TB의 저장공간 제공과 원본사진의 보관 및 다운로드 기능은 다른 서비스들에게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Google과 Instagram을 인수한 Facebook이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또한 서비스 분야에서는 비교적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여온 Microsoft의 대응도 기대된다.
최근 Yahoo!의 굵직굵직한 움직임은 분명 Yahoo!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계기가 될 것 같다. Yahoo!에게 있어서 flickr는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중요한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1TB를 그냥 주는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는 기업이 몇 개가 될까, 그리고 그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회사라면 그에 따른 성공 기회도 통크게 챙질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 Google은 5GB 무료 제공되던 공간을 Google+와 Gmail, Google Drive를 합쳐 15GB로 확대했으며, 국내 포털 네이버(NHN)는 30GB, 다음(Daum)은 50GB를 제공하고 있다. Google의 Picasa는 1GB의 무료 공간과 최대 2048x2048 해상도의 사진으로 제한하고 있다.
참고로 현재 용산가격 기준으로 1TB 하드디스크는 7만원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