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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당사자들 외에 몰랐을만큼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발표였다.
Google이 2011년 8월 15일Motorola Mobility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보다 더 놀라운 이번 발표는, 시장 전문가들도 의문을 표시하기엔 충분했다. 여러 절차를 거쳐 Motorola Mobility는 2012년 5월 22일에야 완전히 Google의 품에 안겼다. 따라서 완전 인수후 2년이 채 되지도 않은 시점에 다시 매각이 발표된 것이다.
Google의 Motorola 인수 : http://www.google.com/press/motorola/
주당 40 달러, 총 125억 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Motorola 주요 사업의 하나인 Motorola Mobility를 인수했다. 지속되는 사업 악화에 따라 2011년 1월 4일, 휴대폰 및 셋톱박스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Motorola Mobility와 통신장비 제조 판매 중심의 Motorola Solutions로 분할되었다. 더 정확하게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Motorola Mobility를 분사(Spin off)시킨 것이었다. 이미 분할 계획이 서고, 자구책을 마련하는 단계를 거치면서 분할되었다.
Google이 Motorola Mobility(이하 Motorola)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그 저의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나왔었지만, 대체적으로 전문가들은 Motorola의 방대한 무선 통신 및 단말기 관련 특허에 대한 인수라는 의견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2011/08/16 - Google은 Motorola의 특허를 인수했다
Google에 완전 인수전까지 휴대폰 사업과 함께 핵심 사업이었던 셋탑박스 부문은 Arris Group으로 매각했다. 휴대폰 사업과 관련 특허에만 관심이 있다는 뜻이었다. Motorola가 Google에 인수된 후 내놓은 프로젝트는 Moto X와 Moto G, 그리고 모듈러 스마트폰 컨셉의 Project Ara가 전부였다.
Android 생태계의 주인인 Google이 단말기 제조사를 인수한 뒤 무성한 소문과 전망들이 나왔었지만, 대체적으로 단말기 제조사들과의 관계에는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Google이 자기 식구인 Motorola를 더 많이 챙길 것이고, 그러면 결국 Android 단말기를 만드는 다른 제조사들은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Intel과 함께 Tizen을 공동 개발하기로 한 것도 Google의 이런 행보와 무관하지는 않다. 플랫폼 공급사가 단말기 제조사를 인수했다면, 삼성전자 역시 플랫폼 공급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전망을 쉽게 할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 Bada라는 독자 플랫폼을 개발 중이었지만, Tizen은 더 큰 의미가 숨어 있었으며, 그것은 脫Android 카드이기도 했다.
겉으로 봐선 2년만에 125억 달러에 인수한 기업을 29억 달러에 매각한다는 것은 투자에 대한 실패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번 거래 결과 숫자로 나타난 것처럼 Google은 어쩔 수 없이 헐값에 Motorola를 Lenovo에 매각한 것일까?
- Android 생태계에 보낸 우호의 제스쳐
Google이 Motorola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적잖이 놀란 측은 Android 스마트폰 제조사들이었다. 삼성전자, LG전자, Sony, HTC 등 Android 기반의 스마트폰을 제조하던 주요 기업들이 겉으로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Google의 행보에 의구심을 가졌던 것은 분명하다.
Google에 인수된 후 Motorola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Moto X와 Moto G 이외에 인상적인 단말을 내놓지 못했으며, 두 모델도 관심만큼의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그저 그런 성적을 냈으며, Google 인수전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제 Lenovo에 단말기 제조부문을 넘겼으므로 Google은 단말기 제조사들의 따가운 눈길로부터 빠져 나올 수 있게 되었다. 대신 Motorola의 무수한 무선 통신 관련 특허는 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면서 Android 진영을 특허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자격은 계속 가지게 되었다.
Apple과 삼성전자의 지리한 특허공방을 함께 지켜본 Android 진영은 이번을 계기로 다시 한번 의기 투합하게 되었다. 더이상 Android 주인인 Google이 애매한 파트너가 아니라 제조사를 지원하는 자신들의 친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앞으로도 특허 싸움은 Google이 적극 돕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삼성전자 달래기
Google의 Android 생태계는 삼성전자라는 전략적인 파트너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Apple과 맞서 플랫폼 경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동반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Google이 단말기 제조사업을 매각하면서 다시 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경쟁을 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Intel과 함께 또 다른 모바일 OS 개발에 나서고 있다. Intel이 Nokia와 만들던 MeeGo를 삼성전자가 주축이 된 LiMo와 합쳐 Tizen을 만들었고, 다시 독자 플랫폼으로 진행하던 Bada도 합쳐 Tizen에 매진하고 있었다.
Tizen 프로젝트는 삼성전자에게 어떤 의미인가? Android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이며, 하드웨어 지배력을 활용하여 Google의 간섭을 최소화시켜 보려는 노력이었다. 외부로부터 소프트웨어 분야의 힘을 빌고, Google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제조사, 통신사들을 파트너로 묶을 구심점이었다.
Motorola의 Lenovo로의 매각 전에 Google은 삼성전자와 10년간 특허에 대한 공유를 발표했다. 이미 이때 Google은 Motorola를 두고 Lenovo와의 매각 협상을 마무리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두가지 사건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Google은 Android 생태계를 지속하고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라는 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린 것이다.
다만, 이러한 Google의 삼성전자 협력은 다르게 해석한다면 삼성전자의 Tizen 개발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일수도 있다. Google은 삼성전자를 적을 만드는 것보다 친구로서 남는 것에 베팅을 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 Google이 내놓을 수 있는 패를 먼저 보여준 것이다. 이제 삼성전자가 화답할 차례다.
- 부담스러운 스마트폰 제조로부터의 탈피
Motorola는 자랑스러운 미국의 기업이었다. Google이 어려운 Motorola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미국인들이 환영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나 이념적으로나 경쟁상대인 중국 기업에 Motorola를 매각한다는 것은 미국인들에게는 또 다른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Google이 중국 기업에 Motorola를 매각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Google은 특허 자산을 챙기면서 단말기 제조라인과 브랜드만을 Lenovo에 넘겼다. 물론 Lenovo가 Motorola가 가진 다양한 특허에 대한 라이선스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은 받았지만 완전한 매각은 아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Google은 Motorola를 인수했을 당시부터 스마트폰 제조 능력과 브랜드보다는 특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삼성전자와 Apple의 특허전은 Android와 iOS를 두고 벌이는 싸움이었으며, 삼성전자는 Google을 대신하여 싸웠다. 그래서 Google은 특허가 필요했으며, Motorola 인수는 해답이었다.
Motorola의 용도는 거기까지였다. 인수후 지난 2년간 Motorola를 운영한 Google은 깨달았다. Motorola의 주력 시장인 북미에서조차 삼성전자와 Apple에 밀리고 있으며, Motorola를 통해 제조사로서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북미를 비롯한 일부 선진국가들에서 스마트폰은 곧 성장이 지체될 시장으로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장이 포화된다는 것은 제조사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사실상 Google이 생각하는 향후 삼성전자의 위기(더 정확하게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염려는 곧 단말기 제조사업에 대한 위기감이기도 하다.
얼마전 Nest를 32억 달러나 주고 인수한 사례를 들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 지 모르나, Nest는 제조가 전문인 기업이 아니라 서비스와 개발 능력, 제품 디자인 능력을 가진 기업이다. Motorola와는 완전히 성격이 다른 기업이다.
- 중국 시장을 겨냥한 트로이 목마
스마트폰 시장은 플랫폼 시장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현재는 Android가 iOS를 수적으로 앞서고 있다. 미국 시장과 일본 등 일부 시장에서만 iOS가 앞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글로벌한 통계는 Android의 압승이다. 그리고 격차는 조금씩 더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승부를 볼 수 있는 시장이 남아 있다. 바로 중국과 인도 시장이다. 잠재 사용 인구를 기반으로 한다면 두 시장은 Apple이나 Google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이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사들 역시 두 시장을 선점하고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큰 시장이지만, 이곳에는 Google Android를 사용하지만 독자적인 색깔로 시장을 넓히고 있는 제조사들이 포진해 있다. Huawei, ZTE, Lenovo, Xiaomi, Meizu 등을 비롯하여 여러 제조사들이 있다. 더이상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예전처럼 품질 낮은 전자제품만을 양산하는 곳이 아니다.
이들 중국 제조사들은 아직까지는 Android를 통해 단말기 시장에 진출하고, 내수 시장과 일부 이머징 마켓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지만, 독자 세력화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Google 입장에서는 그냥 놔두고 지켜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Lenovo와 손잡은 것은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Google에게 절호의 기회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장악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은 주로 선진국의 고가폰 시장이다. 반면 Lenovo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중국, 인도, 남미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을 겨냥하고 있다.
Lenovo의 입장에서도 Motorola 인수는 경쟁사인 Huawei, ZTE 등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이며, Google에게는 중국 시장을 비롯한 제3세계 시장에서의 플랫폼 점유율 확대라는 기회를 노린 윈윈 게임이 된 것이다.
Google과 Lenovo는 Motorola를 두고 큰 도박을 시작했다. 두 기업의 바람대로 된다면 스마트폰 시장과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결정이 될 것이고, 만일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양쪽 모두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특히 Lenovo에게는 IBM으로부터의 PC사업 인수 성공 사례를 날릴만큼 치명타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Motorola 인수건이다. Lenovo는 분명 IBM PC 사업의 교훈을 되살리려 할 것이다.
좀 더 지켜보면 이번 딜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알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관측된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Lenovo보다는 Google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거래로 보인다. Google 주연, Lenovo 조연의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