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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tBank가 또 다시 IT역사에 남을 사건을 터뜨렸다.
2016년 7월 18일 일본 SoftBank Group(회장 손정의)은 영국 ARM Holdings PLC(이하 ARM)를 234억 파운드, 미화 320억 달러(한화 약 35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만일 ARM 주주들이 인수를 승인한다면 SoftBank 최대의 기업인수 사례가 된다. 2013년 미국 통신사 Sprint의 인수가가 216억 달러였다.
ARM Holdings는 1990년 영국에서 설립된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디자인 다국적기업이다. 현재 본사는 잉글랜드 캠브리지(Cambridge)에 있으며, 종업원 약 4,000명, 2015년 연매출 9.7억 파운드(미화 12억 8천만 달러)의 기업이다.
ARM 아키텍처라 부르는 모바일 저전력 프로세서와 그래픽 프로세서를 디자인하고 외부 기업에 라이센싱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데, 직접 칩을 생산하지 않는 이른바 팹리스(Fabless) 기업이다. 런던 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다.
ARM은 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들어가는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키텍처다. Qualcomm, 삼성전자, Apple 등 세계 유수의 실리콘 칩 제조사들이 ARM 아키텍처를 라이선스하여 칩을 생산하고 있다.
SoftBank는 ARM의 지난 주 런던 증권거래소 종가에 43%의 프리미엄을 붙인 주당 17파운드에 주식을 인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오늘 인수가 공식 확인되고 장이 개시되자 바로 43%선을 넘긴 17.27파운드로 시작했다.
인수를 이끈 손정의 회장은 ARM 인수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시장 성장에 따른 SoftBank에 대한 기여가 클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영국기업의 아시아 기업으로의 인수를 우려하는 시각에 대비하여 ARM본사(1,600여명)의 인력채용을 향후 5년간 2배로 늘일 것이며, 해외지사 역시 채용을 늘일 것이라고도 밝혔다.
최근 영국은 브렉시트로 불리는 유럽연합 탈퇴선언으로 경제적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번 인수는 SoftBank가 가지고 있던 Alibaba Group 지분과 Supercell 지분매각대금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인수한 미국의 Sprint만이 고전하고 있지만, Alibaba와 Supercell은 큰 차익을 남겼다.
손정의 회장 (출처: SoftBank)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고 있던 손정의 회장의 CEO 복귀 후 첫 인수라는 점에서 인수규모와 의미가 크다. 이미 은퇴를 선언하고 내세웠던 후계자 Nikesh Arora를 지난 6월에 사임시키고 복귀하면서 SoftBank의 새로운 성장을 위해 큰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아마도 ARM 인수를 통한 IoT 시장으로의 직접적인 접근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인한 파운드화의 가치하락도 인수를 위한 유리한 조건으로 꼽혔을 것이다. 그러나 손회장은 인수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RM인수에 브렉시트(Brexit)의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고 밝혔는데, 영국과 ARM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계산된 발언으로 보인다.
SoftBank는 1981년 설립되어 소프트웨어 세일즈 비즈니스, 잡지 발행, 무역 전시회 운영, Yahoo Japan 운영 등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했으며, 2000년대 들어서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에 뛰어 들면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이어 2013년 미국 4위 통신사인 Sprint 인수와 핀란드 게임사인 Supercell 인수 등 통신, 게임 등의 영역으로도 진출했다. 물론 오늘의 SoftBank를 있게 만든 원동력은 손정의 회장의 탁월한 인수합병과 과감한 투자였다. 따라서 이번 ARM 인수건 역시 '손정의다운' 행보로 보고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ARM 인수후 SoftBank의 행보가 더 궁금해 진다. 통신에 이어 칩 비즈니스에 뛰어 들었다는 것은 앞으로의 전략을 쉽게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ARM은 칩을 직접 만들지는 않고 디자인만 하기 때문이다. ARM의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결국 칩메이커가 나서야 한다.
SoftBank 손정의 회장은 사물인터넷 시장을 개척하는데 ARM을 활용할 것임을 밝혔는데, 결국 IoT의 핵심 중 하나인 사물인터넷 디바이스의 두뇌를 차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영업적인 가치도 상당히 커진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보다 훨씬 더 많은 수량의 사물인터넷 두뇌인 프로세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라이선스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고 보는 것이다.
통신과 프로세서 IP를 캐시카우로 가져가는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의 시대가 되면 결국 통신과 디바이스라는 연결 서비스와 하드웨어의 시대가 되는 것인데, 이 모든 것에 SoftBank가 주도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추가 인수를 통해 칩 제조사 이른바 Fab기업 인수다. 이를 통해 IoT에 최적화된 칩설계(ARM)와 제조(Fab기업)로 이어지는 형태의 조합을 구상할 수도 있다. 성공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칩설계 라이선스를 기존 제조사로도 확대하는 전략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SoftBank는 삼성전자, Apple을 비롯한 주요 칩 제조사들을 고객으로, Intel과 AMD 같은 CPU 아키텍처 제조사와는 경쟁을 하게 되었다. 특히 Intel이 이번 인수를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진다. Intel과 ARM은 모바일의 영역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ARM이 무난하게 시장을 이끌고 있는데, 스마트폰 AP시장에서의 꾸준한 승자는 ARM이었다.
SoftBank의 ARM인수로 프로세서 시장의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 같이 읽어보면 도움 되는 글
2009/10/13 - Intel과 ARM의 로우엔드 랩탑 프로세서 경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