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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여행은 사찰여행이며, 정원투어다. 천룡사, 대각사, 인화사, 금각사, 은각사, 청수사, 지은원, 동복사, 후시미이나리 등등 유명한 명소는 대부분 사찰과 정원이 가볼만한 곳들이다. 봄에는 벚꽃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이들 명소에는 꽃과 나무, 바위 그리고 바람과 햇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곳들이다.

교토여행의 시작과 끝은 교토역이라고 한다. 간사이공항에서 오든, 오사카에서 오든 교토역에서 교토의 여행은 시작되고, 간사이공항으로 가든, 오사카로 가든 또 다시 교토역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출발과 도착은 교토역에서 시작하고 마무리 한다고 보면 된다.

교토역은 기차, 버스, 택시가 모두 모이는 곳이며, 가장 높은 건물인 교토타워와 교토역 이세탄백화점의 Sky Garden은 교토를 내려다볼 수 있는 중요한 스팟이다. 많은 호텔들과 음식점, 상점이 모여있는 명실상부 교토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명승지 권역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유명 관광지, 여기서는 사찰들이 되겠지만, 낙서(洛西)라 부르는 서쪽, 낙동(洛東)이라 칭하는 동쪽, 어소와 궁궐이 있는 중심을 낙중(洛中), 왕궁을 중심으로 좌측인 좌경(左京, 동쪽), 우측인 우경(右京, 서쪽)으로 부르기도 한다. 모두 중국의 옛 수도 낙양(洛陽)의 지리에서 본 떠 붙인 이름들이다.

옛 교토의 도로 구조

니조(二条) 산조(三条), 시조(四条), 고조(五条), 로쿠조(六条), 니나조(七条), 하치조(八条), 구조(九条) 등 지명이나 도로에 붙은 이들은 정방형 계획 도시를 만들면서 구축된 대로들이다. 니조성, 시조도리, 고조자카 이런 건축명, 지명이 좌우대로의 이름에 붙은 것들이다.

궁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만들어진 주작대로는 나성문(羅城門)까지 이어지고 나성문 좌우로 동사(東寺)와 서사(西寺)의 사찰이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동사(東寺,도지)가 남아 있으며, 교토역으로 들어올 때 보이는 오중탑이 우뚝 서 있는 곳이다.

동사를 기준으로 하면 황궁은 좀 더 서쪽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나머지 좌우의 대로들은 그 기준을 그대로 가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시대의 좌우 대로들의 명칭이 그대로 남아 지명과 도로명이 된 곳들이 많다.

니조, 시조, 고조, 하치조, 구조 등이 그 자취라 할 수 있는데, 왕궁에서 가까울수록 상류층이 거주하던 지역이며, 산조와 시조쪽이 중인이었던 상인계층이 많았던 모양이다. 지금도 상권이 제일 발달한 권역이 바로 시조쪽이다.

교토의 명소들을 크게 구분해 보면 아라시야마권역, 금각사권역, 은각사/청수사/후시미이나리권역, 니조성/교토고쇼권역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관광지는 이렇게 커버가 가능할 것이다. 위의 권역구분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교토의 명소를 찾는 방법은 버스, 지하철, 철도다. 택시는 서양인 또는 현지인 아니라면 잘 사용하지 않는다. 요금도 그렇지만, 일단 기사와 대화를 하는데 거부감이 있고, 대도시 특유의 교통혼잡으로 인한 부담 때문에 택시보다는 버스, 지하철, 철도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된다.

 

1. 아라시야마권역 (천룡사, 대각사, 치쿠린, 법륜사, 가메야마 공원 등)

교토역 기준으로 이곳으로 가는 가장 편리하고 빠른 방법은 산인본선(교토역-사가 아라시야마역)이다. 6정거장에 16분 정도 걸린다. 요금은 240엔이다. 버스로 가려면 교토역전(에키마에) 정류장에서 28번 또는 73번 버스로 50분 정도 소요되고 요금은 230엔이다.

이 지역을 '사가(嵯峨,차아)'라고 부르는데, 산이 높고 험한 것을 뜻한다. 평지인 동쪽의 교토시내쪽과 달리 서쪽은 언덕과 산으로 되어 있어서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느긋한 거리 풍광과 교토 시외각의 시골길을 감상하면서 가려면 버스가 좋고, 시간을 아끼고 싶다면 철도가 좋다. 아라시야마권역은 교토 도착하는 당일이나 오사카, 또는 간사이공항 가기 전 오전시간에 들를 수 있는 코스로 좋다. 짐은 개찰구 내에 위치한 코인라커에 맡기고, 돌아올 때 다시 교토역 플랫폼으로 도착해서 짐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아라시야마에 도착하면 도월교(도게츠교) 건너 법륜사(호린지)-가메야마 공원-천룡사(덴류지)-치쿠린(대나무숲)-대각사(다이카쿠지) 코스로 돌고 사가 아라시야마역으로 가서 교토역으로 가는 코스를 권장한다.

자세히 본다면 이 코스만으로도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오전이나 오후 한나절 관광이라면 도월교-천룡사-치쿠린 정도만 봐도 아라시야마의 핵심을 둘러본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만일 시간이 좀 더 허락한다면 교토역으로 가는 산인본선 우즈마사역에 내려 광륭사에 들러 목조반가사유상과 영보전 관람, 토에이 우즈마사 영화마을 관람도 좋을 것 같다. 오는 중간에 니조역이 있으니 니조성에 들러도 좋은 동선이나, 이렇게 되면 철도 요금이 부담될 수 있다.

아라시야마로 갈 때는 산인본선 철도, 원데이버스패스를 이용하여 우즈마사나 니조로 갈 때는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좋다. 교토역까지 버스를 타고 온다면 그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무리하지 말고 아라시야마권역만 다녀오는 것이 제일 현명한 방법 같다.

 

2. 금각사권역

교토역에서 금각사를 가려면 역시 교토역전 버스 승강장에서 라쿠버스 101번을 타면 된다. 약 35분 걸리고, 요금은 230엔이다. 금각사(킨카쿠지), 용안사(료안지), 인화사(닌나지)가 근처에 모여 있으니 세 곳을 모두 들를 수 있고, 오는 길에 니조성을 거쳐 다녀올 수 있다. 101번이 대표적이지만, 50번, 205번도 금각사로 간다.

금각사권역은 세 개의 사찰을 둘러보고 오면 되기 때문에, 오는 길에 시내중심부 관광을 거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니조성, 교토고쇼, 니시키시장과 가와라마치, 기온거리까지도 가볼만하다. 사찰관람은 오후 일찍 끝나기 때문에 저녁시간을 교토의 중심가에서 보내는 방법을 추천한다.

역시 금각사권역도 교토 도착 당일이나 오사카, 간사이공항으로 가기 전에 들를 수 있는 코스로 활용해도 좋다. 이때는 금각사 부근만 둘러보면 반나절은 그냥 지나간다.

하루일정으로 금각사권역을 고려한다면 니조성, 교토고쇼를 반드시 넣어두면 다음 일정에 부담이 덜 될 것이다. 아니면 바로 은각사 권역으로 넘어가서 은각사와 철학의 길을 걷고 교토고쇼, 니조성으로 움직이는 코스도 좋다.

 

3. 은각사/청수사/후시미이나리권역

이곳은 교토여행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요하는 명소들이 모여있다. 따라서 하루종일 시간에 쫓기지 않고 방문한다는 생각으로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원데이버스패스 필수.

이 권역은 교토의 동쪽 가모강가를 따라 남북으로 이어진 동선이다. 우선 교토역전 버스 승강장에서 라쿠버스 100번을 탄다. 라쿠버스 101번이 금각사로 가는 것이라면 100번은 은각사를 목적지로 한다. 시영 17번 버스도 가는데, 전체적으로 40분에서 50분 가량 소요된다.

지쇼지에 있는 은각사(긴카쿠지카키)를 둘러보고, 입구 쪽에 남쪽으로 흐르는 도랑을 따라 철학의 길이 이어진다. 이 길을 걸어보면 아기자기한 일본의 풍광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다시 라쿠버스 100번을 타고 헤이안신궁으로 간다. 관람을 마치고서 또 100번을 타고 이번엔 기온 야사카신사 앞에서 내린다. 마루야마 공원을 거쳐 지은원 삼문을 가거나, 헤이안신궁에서 약 800미터 남쪽으로 걸으면 지은원, 마루야마 공원, 기온거리로 갈 수 있다.

다시 고대사(고다이지)를 가보거나 바로 니넨자카, 산넨자카를 지나 청수사(기요미즈데라)로 가는 것이 좋다. 청수사 관람이 다 끝났으면 고조자카 버스 승강장으로 나와서 남쪽으로 가는 202번 또는 207번을 타고 약 20분 뒤 도후쿠지(동복사) 버스 승강장에 내려 동복사(도후쿠지)로 걸어가면 된다. 걷는 시간은 약 10분.

청수사를 거쳐 동복사에 가기 전 중간에 삼십삼간당(산주산겐도)은 꼭 한번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시간이 허락치 않는다면 교토에 오면 언젠가는 꼭 들러봐야 할 명소 중 하나다. 바로 앞 교토 국립박물관도 들러보면 좋다.

동복사에서 관람이 끝나면 남쪽으로 걸어서 약 1km를 내려가면 후시미이나리신사가 나온다. 신사는 저녁 늦게까지 관람이 가능하니 마지막 여정으로 잡는 것이 좋다. 교토역에서 돌아갈 때는 JR나라선 이나리역에서 타면 도바카이도역, 도후쿠지역을 지나면 다음역이 교토역이다. 시간은 약 7분, 요금은 140엔이므로 교통비 부담도 적은 편이다.

은각사에서 후시미이나리 권역은 이동거리가 길고, 걸어야 하는 시간도 많으므로 여행에서 가장 활동적인 둘째날 또는 귀국 전날 정도가 좋다. 이 구간엔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다. 은각사(긴카쿠지)-청수사(기요미즈데라)-후시미이나리신사는 교토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명소다.

 

4. 니조성, 교토고쇼

권역은 나눠 놓았지만, 금각사권역을 둘러보거나, 은각사에서 후시미이나리권역을 함께 나눠 이틀에 둘러볼 때 가면 좋다. 2박이냐 3박이냐에 따라 나눠서 보거나 한번에 볼 수 있는데, 한번에 본다면 빠듯한 일정으로 빠르게 움직여야 관람이 가능하다.

아니라면 다음 여행으로 미루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교토를 3박 4일에 모두를 다 들러볼 수 없다. 적어도 두 번 정도 방문하면 대략 코스의 윤곽이 잡히고, 다시 들러봐야 할 곳과 한번만 가봐도 되는 곳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교토고쇼와 니조성은 멀지 않아서 걸어도 갈만하고, 버스를 타도 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어서 갈 수 있으면 한번에 같이 들러보는 것이 좋다. 천황이 머물렀던 거소와 실질적인 지배자였던 쇼군의 궁궐인 니조성을 묶어서 본다면 당시 최상위 지배층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교토여행 대중교통의 백미 버스패스 

교토 원데이버스패스는 교토여행의 가장 중요한 이동수단이 된다. 왠만해서는 지하철(2개 노선) 포함하는 버스지하철 원데이패스(900엔)보다 600엔짜리 원데이버스패스를 추천한다. 또는 2일자리 버스패스를 차라리 사서 다니는 것이 낫다.

버스요금은 한번에 230엔, 시영 지하철은 210엔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여러곳을 들러야 한다면, 최소 3번 이상의 버스를 이용한다면 버스패스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시영 지하철을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좋지 않아서 가능하다면 버스패스로 하는 것이 좋고, 때에 따라서 JR(철도)나 사철을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2개 있는 지하철은 서로 환승도 되지 않는다.

시영지하철, 시영버스, 교토버스, 케이한버스 원데이패스 (900엔)

원데이버스패스는 버스를 타서 기사에게 구입하거나 교토역 지하에 널려 있는 자동판매기를 통해 구입하거나, 관광안내소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사용하지 않은 패스는 티켓 판매소에서 환불 또는 다른 티켓으로 교환도 가능하다.

교토버스는 우리와 달리 뒷문으로 타고, 앞문으로 내린다. 내릴 때 정산을 하는데, 버스패스 첫 사용 때는 요금함에 넣어 패스 개시일을 찍어야 한다. 다음부터는 찍힌 날짜만 내릴 때 기사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시작 날짜는 위 패스 사진처럼 크게 찍힌다. 

 

교토여행 전에 읽어야 할 책, 다녀와서도 읽을 책

많은 사람들이 첫 교토여행을 다녀와서 아쉬움을 가진다. 다녀오니 그제서야 많은 것들이 보이는 것이다. 여행 때 놓친 명소와 볼거리, 먹을거리 등등을 말이다. 보통은 그 전에 여행서적을 사서 챙기기도 하지만, 너무나 여행상품 같은 코스만 나열되어 있고, 쇼핑, 먹을거리 중심이라 같은 한국인만 바글바글 모이는 곳으로 안내될 가능성이 높다.

2014년에 발간된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교토의 역사, 4.교토의 명소'는 교토여행을 다녀왔거나 다시 갈 예정이 있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한다.

명소 이면의 이야기들을 좀 더 잘 알 수 있고, 사연과 역사를 알면 그곳이 더 피부로 와닿기 때문이다. 유홍준 교수의 답사코스를 따라 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참고만 해도 큰 도움이 된다.

이 책들은 여행가기 전에도, 다녀온 후에도 다시 펼쳐보게 된다. 그리고 또 다시 교토여행을 꿈꾸게 만드는 책이다. 다음엔 여행이 아니라 답사라는 제목을 붙일지도 모른다.

추천하는 또 다른 책은 Tripful 시리즈의 교토편이다. 2017년 12월에 나온 책이며, 간결하고 사진 중심의 시원시원한 책이어서 추천한다. 이 책은 여행동안 가지고 다녀도 부담되지 않을만큼 가벼운 책이다.

 

이제 비록 두 번의 교토여행을 다녀왔지만, 비로소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를 다시 가봐야 하는지 알 것 같다. 그리고 여행코스를 미리 설계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고 알뜰하게 여행을 다녀오는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처음 가거나 두 번째 교토여행을 간다면 이 글을 참고하면 좋겠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생각의 바탕으로 쓴 글이므로, 참고삼아 더 좋은 코스를 개발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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