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철학의 길을 걸어서 오던 우리는 다시 약 1km 거리에 떨어져 있는 헤이안신궁(헤이안진구)을 발길을 옮겼다. 구글지도는 이럴 때 참 좋다. 어느 골목길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다 알려주기 때문이다.
천천히 걸으면 안보이는 것들이 보인다고 했던가? 걷다보니 맛있는 집(줄서는 집)도 보고 지나갔다. ('그릴 코다카라' 소개는 아래에 이어집니다)
여행객에게 헤이안신궁은 신궁자체 건물로는 큰 의미가 없다. 헤이안 천도 ('아스카'에서 '교토'로 이전)1,100년을 기념하여 교토를 수도로 삼은 50대 간무천황과 교토시대의 마지막 천황이었던 고메이천황을 제신으로 받든 신사다. 신궁은 천황을 제신으로 모신 신사라는 의미다.
사당안에는 참배를 위한 시설이기 때문에 경건하고, 또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많은 일본인들은 신사인 이곳에 와서 소원을 빌고 간다. 일요일이라 일본인들의 참배가 많았다. 어디든 그렇지만 신사의 입장료는 없다.
붉은색 건물에 청기와의 색상이 강렬한 곳이다. 여기가 다른 곳에 비해 뭔가 다르다는 것을 색상으로도 알 수 있다.
타국의 여행객들에게는 신궁의 건물보다 마당 저 멀리 큰 도로에 우뚝 선 도리이가 더 인상적인 장소다. 어쨋거나, 천년 고도의 시작과 끝에 있었던 천황을 기리는 곳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건물을 둘러싼 4개의 정원 신원(神苑, 신엔)이 있는데, 결국 여기도 정원투어다. 좀 다르다면 여기는 1만평의 대지에 4개의 정원으로 꾸민 곳이어서 의미가 있다.
정원의 입구는 신사 왼쪽에 있으며, 1인당 600엔이다. 입장은 남신원부터 시작이다. 남신원은 못이 작으며 나무 조경 중심이다. 그래서인지(너무 심심하기 때문인지) 오래된 전차도 한량 전시되어 있다.
남신원 바로 위가 서신원이며 연못이 조금 커진다. 그냥 고요하다. 새소리에 물소리까지, 대도시 정원이 아닌 조용한 숲속같은 느낌이 든다. 시간 여유만 더 있고, 배만 덜 고팠더라도 조금 더 걸었을텐데, 아쉬웠다.
그래서일까 작은 숲을 지나 중신원(북신원은 없다)에는 작은 돌다리도 있고, 탑이 있는 미니 섬도 있다. 저 건너편엔 작고 아담한 찻집이 있다. 정원친화적 시설이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찻집이라고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작은 평상에 차를 시켜놓고 정원을 구경하는 손님도 있다.(빨간 차양막 아래)
남신원-서신원-중신원 이렇게 가면 영화 스토리처럼 기승전결 같이 느껴진다. 심심하다가 점점 이야기거리가 풍부해지는 그런 느낌? 마지막 동신원의 태평각을 지나면 절정에 이르는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그런 느낌이다.
헤이안신궁 신원은 동신원까지 가면 느낌이 조금 달라진다. 남신원-서신원까지는 밋밋하거나 별 느낌이 없다가, 숲을 지나 중신원에 다다르면 조금 뭔가 다르구나하고 느낀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동신원으로 가면 풍경이 좀 나오는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여기에는 연못(栖鳳池, 서봉지)을 가르지르는 태평각(太平閣)이라는 전각 건물이 있다.
봉황이 깃들었다 하여 서봉지인 연못이기에 태평각 꼭대기에는 봉황 상징물이 달려있다. 마치 떨어진 두 땅을 잇는듯한 이 건물이 동신원의 백미다. 그리고 연못가에 건물은 상미관(尙美館)이다.
이곳 신원은 결혼식을 올리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태평각 일대에서 결혼사진을 찍는 장소도로 활용한다. 마침 우리가 방문한 날에도 한쌍의 커플이 결혼을 기념하는 사진을 촬영 중이었다. 근처에는 신궁에서 결혼식을 제공하는 사무실 건물도 있다.
오래된 경양식 레스토랑, 그릴 코다카라
은각사와 철학의 길을 걷다가 헤이안신궁을 보고서 점심을 먹겠다고 결심한 우리 부부는 헤이안신궁의 동쪽 길을 걷다가 어느 건물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발견하고 교토맛집임을 직감했다. 이름은 Grill Kodakara(그릴 코다카라).
사실 헤이안신궁의 신원을 빠르게 돌 수 있었던(?) 것도 막 찾아온 배고픔 때문이었다. 의무감에 가깝게 오늘은 많이 돌아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배고픔도 뒤로 미뤘던 터라, 그냥 대강 떼우려던 점심은 한번은 맛집에 가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오후 1시쯤 동신원을 마지막으로 헤이안신궁 투어를 마치고 지금쯤이면 대기줄이 줄었겠지 하면서 종종걸음으로 음식점으로 향했으나... 줄은 조금 줄었고, 코너를 도는 지점쯤에서 줄을 섰다. 앞에는 대략 10여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릴 코다카라는 경양식 레스토랑이다. 전혀 일본스럽지 않으면서도 교토의 맛집이다. 구글지도엔 현지 일본인들의 맛집이라는 평가가 많이 보인다. 줄을 섰을 때도 외국인보다는 현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본사람들도 일식만 먹지 않을테니, 그들의 맛집이 경양식(서양식) 음식점일 수도 있겠다.
줄 서 있으면서 구글의 평가를 찾아보고, 한국인들의 평가도 봤다. 대체로 무난하다. 특히 우리 바로 윗 세대 입맛에 맞을 거 같고, 중년으로 달려가는 우리에게도 무난할 거 같다.
화요일, 수요일은 무조건 쉰다! 오전 11시 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9시 45분에 문 닫으며, 브레이크타임 없다. 또 주차할 공간도 없으니 참고, 유리창과 실내에는 월별로 쉬는 날을 아예 공지해놨다. 착오 없이 찾아가야 한다.
따로 예약은 받지 않는듯. 즉, 11시 30분 전에 줄을 서면 빠르게 식사를 할 듯 하고, 아주 애매한 시각(오후 2~5시)는 줄이 짧은 것 같다.
줄 서서 기다리면 매니저가 메뉴판을 주며 음식을 고를 수 있도록 해준다. 외국인을 위한 영어 메뉴가 있으니 한국인도 쉽게 고를 수 있을 것이다. 문 앞의 메뉴판에는 일부 메뉴의 실사 사진도 있으니 더 이해가 쉽겠다.
경양식 메뉴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고, 가장 무난하다는 함박스테이크와 오므라이스(중)을 시켰다.
|
음식값도 교토물가를 생각하면 저렴한 편이다. 표시된 가격은 모두 세후(8%포함) 가격이므로, 표기된 가격으로만 합산하면 된다. 근데, 다른 음식점들은 왜 세전 가격으로 표기를 해서 헷갈리게 해놨을까?(어차피 음식은 일본내에서 소비하므로 면세는 불가하다)
오므라이스 중자의 크기가 사진의 저만큼이다. 소식하는 편이라면 두 명이 먹어도 될 정도의 양이다. 함박스테이크 역시 양이 푸짐한 편이다. 참고로, 이 가게에 알콜음료는 판매하지 않는다.
맛은 무난하다는 표현이 맞을 거 같다. 경양식을 즐겨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평가일 수 밖에 없는데, 오므라이스는 감칠맛 나게 잘 만들었고, 함박 역시 고기가 상당히 부드럽게 만들어져 나왔다. 특히 소스가 아주 맛있었다. 식재료는 충분히 신선했다. 회전율이 높을테니 당연한 결과일테고...
나오면서 헤이안신궁 가기 전에 먼저 줄 서서 점심을 먹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2시 20분을 넘긴 시각에 나왔는데, 여전히 대기자는 줄어들줄 모르는 상태였다.
다음 명소인 야사카신사로 가기 위해 근처 버스 승강장을 찾았다. 노선별로 현재 버스 위치가 표시되는데, 아날로그스럽다. 사실 저런 시스템 자체가 디지털인데 말이다. 그리고 현지에선 당연한 문화지만, 이미 사람들은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목적지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