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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역에서 가깝고 또 교토 국립박물관 바로 앞에 있는 삼십삼간당(三十三間堂,산주산겐도). 사실 교토역 기준으로 본다면 동복사(도후쿠지)보다 더 가깝다. 100번을 타고 은각사로 가는 경로도 지나간다.

홈페이지 : http://www.sanjusangendo.jp

산주산겐도는 천개의 불상으로 유명한데, 1열에 100개의 불상이 있으며, 10열을 차지하고 있으니 1천개의 불상이 한번에 들어서 있는 사찰이다. 흔히 천불(千佛)하면 작은 크기의 불상을 많이 모셔둔 것으로 상상하지만, 여긴 다르다. 실제 사람 크기의 불상이 1천개가 들어 있으니(등신입상), 사람 1천명이 서 있는 불당이라고 생각하면 그 장엄함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산주산겐도는 공식명칭이 '연화왕원 삼십삼간당(蓮華王院 三十三間堂)'으로 일본어로는 '렌게오인 산주산겐도'라 부른다. 건물이 높지는 않으나 옆으로 아주 길다. 길이 120미터. 삼십삼간이라는 것 자체가 33칸 건물이라는 뜻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종묘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종묘 정전 자체도 101미터로 어느 건축물에 비해 뒤지지 않지만, 산주산겐도는 목조건물 자체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건물이다. 그것도 종묘 정전보다 약 100여년이나 앞서 세워진 건물이다.

이 건물은 1165년 준공한 것으로 고시라카와 상황(은퇴한 천황)이 다이라노 기요모리에게 명하여 지은 것이다. 1249년 실화로 인해 전소되었고, 1266년 다시 재건한 것이 오늘까지 이어왔다. 750여년 전의 불상과 건물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산주산겐도는 시치조(七条) 대로변에 있으며, 낮은 지붕과 특색없는 지붕으로 인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건물이다. 다만, 입구에 들어서면 넓은 주차장에 놀라게 되고(많은 사람들이 찾는 건물), 또 입장료 600엔을 내고 들어서면 33칸의 건물에 또 다시 놀라게 되는 그런 장소다.

사진촬영은 건물밖만 허용되기 때문에 안의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기는 힘들다. 이제 불당 안의 모습은 역사적 자료를 빌려 상상해 보자. 난 눈으로 보고 왔기에 눈 앞에 선하다.

출처 : Wikipedia

비록 외부의 사진이지만, 실제 눈 앞에서 보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사람 크기(등신입상)의 천수관음상들이 1천개가 서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래도 와닿지 않을 것이다. 1천명의 사람을 10열로 세워놓고 꼼짝않는 그들 앞에서 좌우로 지나면서 구경한다고 생각해보자. 어떤가?

정확하게는 1001개의 불상이 서 있다. 중앙에 11개의 얼굴을 지닌 주관음(중존, 천수관음좌상)이 있고 양쪽으로 500개의 천수관음이 서 있으며, 천수관음상 제일 앞으로 28개의 수호신 상(부중상)들이 서 있다. 대부분 인도에서 기원하여 이름이 힌두어(인도)로 된 것들이 많다.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눈은 수정을 끼워 넣는 기법을 사용했다. 눈을 자세히 보자.

주관음은 40개의 손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의 손이 25개의 세상을 구원한다고. 그래서 천수(千手)다. 정식명칭은 '십일면천수천안관세음'이며, 만든 재료는 편백나무(히노키)다. 중존은 가마쿠라시대 불상 조각가 단케이가 82세 때 만든 것이며, 등신입상 중 124구는 헤이안 시대에, 나머지 800여구는 가마쿠라 시대 재건 때 16년에 걸쳐 복원한 것들이다.

1천개의 관음상은 모두 얼굴 표정이 달라, 보는 사람에 따라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의 표정을 가진 관음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얼굴을 다 볼 수 없을만큼 불상의 숫자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만나고 싶은 얼굴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28개의 수호신 상들 외에 두 개의 수호신이 더 있는데, 바로 풍신(風神)과 뇌신(雷神)이다. 바람과 천둥을 다스리는 신으로, 자연을 숭배했던 토착신앙과 결합된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1천개의 천수관음 양쪽에 배치되어 있는데, 북을 두드리는 뇌신상과 자루를 등에 진 풍신상은 그 시대 사람들의 상상력을 떠올리게 한다.

관음상의 인자한 얼굴과 28부중상들의 귀신과 잡귀를 쫓는 무서운 얼굴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셈인데, 사람 크기의 등신대라서 더욱 그 느낌이 와닿는다. 또한 실내에 향을 피워 향내로 가득하다. 당장이라도 뛰쳐나와 잡귀를 잡아갈 듯한 모습의 수호신들을 볼 수 있다.

현지 일본인들은 원하는 관음상과 천수관음, 28부중상, 풍신, 뇌신을 향해 절을 하거나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많았다.

불당을 다 둘러보고 나오면, 앞마당과 뒤뜰을 산책하는 것도 추천한다. 고즈넉한 분위기도 정말 좋지만, 자갈이 깔린 마당을 거닐면서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도 좋을 것이다. 천개의 부처를 만나고 왔으니 말이다.

나무뒤로 보이는 남쪽벽도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와도 관련이 있는 건축양식이라고 한다. 그래서 방문하면 자세히 한번 더 보자.

산주산겐도는 교토여행의 필수코스다. 금각사, 청수사와 더불어 삼십삼간당은 꼭 방문해 보라고 권한다니, 그 느낌이 사뭇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청수사와도 가깝고, 동복사와도 가까우며, 교토역과도 가까운 삼십삼간당은 어디를 가더라도 꼭 한번은 들러봐야 할 교토여행의 필수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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