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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간 아들도 보고 싶다고 나선 길이었다. 후반기 교육을 받고 있는 아들 먼발치에서 라도 보고 싶다고 우리 부부는 토요일 아침을 나섰다. 광명에서 가평까지는 100km가 안되지만 몇 개의 연결도로를 바꿔 가며 달려가 보니 거의 3시간이 걸렸다. 많은 나들이객들이 춘천을 비롯 강원도로 향한 영향이다.
점심식사를 하고 부대 근처에 가보기로 했으니, 조금 일찍 도착한 가평 어디를 갈까 찾아보고 있었다. 남이섬이 가평에서 들어갈 수 있으나, 사실 행정구역상은 춘천이다. 북한강 따라 동쪽은 춘천, 서쪽은 가평. 사람들이 그런 지역 경계를 마음에 두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지자체는 입장이 다르다. 가평은 남이섬 홍보를 하지 않는다.
춘천 또는 강원도 여행을 가기 위해 가평은 여러 번 지나갔지만, 가평읍에 바로 붙어 있는 자라섬에는 한번도 가보질 못했다. 가끔씩 자라섬의 소식은 재즈페스티벌 행사로 인지는 되어 있을 뿐 가평읍내에서 그렇게 가까운 줄도 몰랐다. 그래서 우리는 가보기로 했다.
여느 여행지가 그렇지만, 여행자는 돈을 지불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간다. 물론 그 경비가 적게 들어가길 바라면서 말이다. 자라섬 입구에 다다랐을 때 입구의 넓은 주차장이 텅텅 빈 것을 보고 놀랐다. 주차비가 너무 비싼가? 아님, 입장이 안되는가? 이런저런 걱정을 하며, 넓은 주차장, 그것도 큰 나무 아래 그늘에 주차를 했다. 주차비를 받지 않네?
주차를 하고 입구로 보이는 곳으로 걸어가니 안내소가 보인다. 어느 여행지 든 제대로 뭔가 알고 가려면 안내소에서 관광안내도 하나 챙기는 것은 필수다. 자라섬이름이 붙은 리플릿은 '자라섬캠핑장' 밖에 없다. 그리고 가평 관광안내도 하나를 집어 왔다.
그 사이 섬의 입구쪽으로는 차량들이 계속 들어간다. 안에도 주차장이 있는 모양인데, 입구에는 안내원들이 길 안내 중이다. 첨에는 입장료 징수원인 줄 알았으나, 자라섬 주차 안내나 길안내를 돕는 요원들이었다. 이곳 자라섬 주차는 무료다!
입구로 들어서면 철교 아래를 지나게 된다. 경강선, 춘천 가는 기찻길이다. 종종 ITX와 전철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비온 다음날이라 그런지 하늘은 더 맑았고 머리 위엔 구름도 없다. 저쪽 하늘엔 구름이 걸려 있는데, 걸어가는 우리 머리 위엔 구름 한 점 없다. 골프장용 우산으로 가리고 길을 걸었다.
자라섬은 모두 4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입구 쪽부터 이미 섬이라고 한다. 서쪽에 있어서 '서도', 재즈패스티벌이 열리는 큰 광장이 있는 섬은 '중도', 그리고 그 아래쪽 꽃 축제가 열리는 남쪽 섬 '남도', 그리고 동쪽에 떠 있는 섬 하나. 아마도 '동도'이지 않을까? 그 섬은 연결되어 있지 않다. 무인도?
잘 정돈된 길을 따라 양쪽엔 꽃들이 단장되어 있고, 그 길 위로 연신 자동차들이 지나간다. 자전거 탄 바이크족들도 종종 담소를 나누며 자라섬의 중심인 중도로 가고 있었다.
비록 가보지는 못하고 바라만 보았지만, 서도도 깔끔하게 단장된 초록의 세계였다. 캠핑을 위한 카라반사이트가 있어서인지 그냥 발길이 향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 이유보다는 짧은 시간동안 빠르게 자라섬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했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중도로 가는 길에 시원하게 뻗어 있는 나무가 강물에 비치는 것이 너무 예뻐서 찍어봤다. 남쪽으로 남이섬도 보인다. 약 800m 정도 떨어져 있다고 한다. 늘 사람들은 남이섬으로 가니 자라섬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그렇게 지척에 자라섬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번지점프 타워도 보이고.
이번엔 왼쪽을 바라보았다. 경강선 철로 아치가 그림처럼 하늘색이 더 빛나게 보인다. 업무로 용산과 춘천역을 왔다 갔다 다니면서 여러 번 이 철로를 지나갔지만 왜 자라섬에 대한 기억은 없을까? 아마도 다음에는 꼭 이곳을 기억할 것 같다.
강 저쪽 섬이 하나 더 보인다. 자라섬 4개 중 하나지만, 사람이 왕래하는 곳은 아니다. 다리를 놓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다. 그냥 섬이라기 보다 수풀로만 덮여 있어서 관광지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곳일 것 같다. 길 바로 옆에는 어망이 보인다. 아마도 이곳에서 허가받은 어부가 설치했을 것이다.
중도에는 지름이 100m 이상 되어 보이는 넓은 잔디밭이 있다. 완전 땡볕이라 들어가 뛰어노는 아이 하나 없다. 못 들어가게 막아 놓은 것 같지는 않은데, 날씨 때문이리라. 남도로 이어진 방향에는 주차된 차들이 많다. 남도에서 상시로 열리는 꽃정원 입장객 차량일 것이다.
남도 꽃정원은 유료 입장으로 성인 1인당 5천 원을 받는다. 재밌는 점은 이 5천 원 입장권을 받으면 가평사랑상품권 5천 원권으로 돌려준다는 것이다. 액면가 5천 원의 가치를 지닌 지역화폐라 가평군 여러 곳에서 사용 가능하다. 즉, 남도 꽃 정원 입장료는 사실상 무료!
남도 꽃정원 입구 쪽에는 주차된 차량들과 함께 특산물 장터가 열리고 있었는데, 우린 장터에서 가평의 유명한 특산품인 잣으로 만든 잣막걸리와 냉면 포장세트를 구입했다. 물론 두 상품 모두 집에 와서 확인했을 때는 가평을 기억할 기분 좋은 선물이었다. 덕분에 이곳 방문 하루가 지난 오늘 점심식사는 가평잣냉면이었고, 맛은 아주 좋았다.
중도의 중앙광장을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다시 서쪽길로 돌아 나왔다. 섬 사이 강 너머 서도의 카라반들이 보인다. 그리고 보이는 시설물. 여름엔 이곳이 사람들로 가득 찰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에 벌써부터 여름흥이 전달된다. 시원한 여름을 보내기 딱 좋은 곳. 재즈 음악이 함께 라면 더 좋겠지.
약 40분간의 짧은 산책으로 자라섬의 중도만을 중심으로 돌아보고 나왔다. 날씨 덕분인지 파란 하늘아래 시원한 바람이 불어 이곳의 첫 방문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시간이 좀 더 허락했더라면 남도 꽃 정원 구경도 하고 나왔을 것이다. 다음에 또 들르겠다는 다짐과 함께 차를 세워 둔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점심 먹고 아들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