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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맛집

삼각산(북한산) 진관사 나들이

까칠한 킬크 2021. 6. 27. 09:37

비 오는 토요일 아침. 원래는 더 일찍 나서기로 약속했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출발 시간은 10시로 미뤄졌다. 광명에서 은평 한옥마을 가는 길을 네비로 검색해 보니 1시간 5분. 어제 자기 전에 검색했을 때는 빨간색이 거의 없는 녹색과 주황색으로 47분이 나왔다.

비는 오락가락 반복했지만, 정오쯤 마지막 발악으로 굵게 내리더니 비는 멈췄다. 마포를 지나 은평구로 이어지는 국도 1호선은 지하철 6호선을 따라 연신내역까지 이어졌고, 공사가 한창인 역 주변만 지나면 바로 북한산의 서쪽으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넘어가면 은평뉴타운을 만난다.

뉴스에만 보고 듣던 은평뉴타운은 그야말로 아파트 천지다. 기자촌을 지나면 사립고로 유명한 현대식 건물의 하나고등학교가 보이면서 바로 길 건너 북한산쪽이 은평한옥마을이다. 원래 오늘 여행의 목적지는 '놀면뭐하니' 촬영장이 있는 한옥마을 구경이 목적이었지만, 바로 인근 진관사 방문도 계획되었다.

네비에서는 '은평한옥마을 주차장'으로 검색해서 출발했지만, 도착해 보니 그 주차장은 방문객이 아닌 거주자 공동 주차장이어서, 바로 목적지를 수정했다. 한옥마을에서 진관사쪽으로 이어지는 도로 오른쪽에 은평구가 운영하는 '한문화 공영주차장'에 주차하면 된다. 5분에 100원을 받으니 1시간이면 1,200원, 당일 최대 요금 13,000원 으로 아주 저렴한 편이다.

비가 오는 날이어서 그런지 자리는 넉넉히 남아 있었지만, 주차된 차는 꽤나 많았다. 방송으로 입소문이 나서인지, 사람들이 많았고, 한옥마을 입구에는 수시 주차단속을 예고해 놔서 도로변에는 주차된 차를 볼 수 없었다. 나중에 마을 한바퀴 돌 때 알게 된 것이지만, 남쪽 방향 카페가 있는 골목길에는 노상주차가 좀 있었다. 진관사로 향하는 길 주변에는 주차 못한다.

공영주차장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풍경이다. 저 멀리 산사의 일주문이 보인다. 여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지 않는다. 유명 산사를 찾으면 의례 입구에서 주머니를 만지작거리게 되는데,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있어서인지 그냥 입장이 가능하다. 배낭과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진관사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입구의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봉은사가 있는데, 간판은 마치 '여기 봉은사도 있거든!'하는 것 같다. 이곳 한옥마을 근처 사찰은 진관사, 봉은사, 삼천사가 있고, 북한산 곳곳에는 사찰과 유적이 많아, 흡사 경주의 남산과 같은 느낌의 산이다. 수도를 감싸는 대표적인 산이어서 그럴 것이다.

절의 입구를 상징하는 진관사 일주문은 그냥 형식일 뿐이다. 삼각산 진관사라 쓰여져 있는데, 북한산을 다르게 부르는 이름이 삼각산이라서 그렇다. 큰 봉우리 3개를 대표하여 북한산을 그렇게 부르기도 한단다. 우리가 어디선가 들어본 시조에도 나오는 그 삼각산이 바로 북한산이다. 조선중기 문신 김상헌이 병자호란 후 중국 심양으로 끌려가며 지은 시조인데, 그 시절 삼각산이라 불렀던 그 산이 바로 지금의 북한산이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쟈 하랴마난 시절이 하 수상하여 올동말동하여라'

일주문 주변은 신도들을 위한 주차장이다. 입구에서 출입을 관리하는 작은 사무실이 있으니, 사찰과 관계 없는 일반 방문객은 주차 불가하다.

'종교를 넘어...', '마음의 정원'과 같은 표지말을 보면서 극락교로 이어진다. 찻길과 구분되는 인도인데, 도심 속 사찰이라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저런 표찰과 파이프(물론 연등이나 덩쿨 등을 위해 만들었겠지만)는 사찰 풍광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가 사찰 주변 자연의 본모습이다.

절의 입구에 해탈문이 있다. '여기서부터 부처의 땅이니 모두 내려놓고 들어오라'라는 뜻이니... 해탈문 왼쪽엔 스님들의 무덤이라 할 수 있는 부도와 고승의 공덕비가 함께 서 있다. 오래된 고찰일수록 이런 부도는 하나의 상징이다. 고승이 열반에 일러 몸 담았던 사찰의 입구나 주변에 묻히기 때문에 사찰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는 또 다른 표식이다.

진관사 대웅전으로 향하는 길은 마치 공원 산책로처럼 잘 정비되어 있다. 키 큰 노송들과 깔끔한 기와지붕의 사찰건물이 잘 어울린다. 이 길을 통해 북한산 봉우리로 오를 수 있어서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진관사는 그 입구에 있는 사찰이라 볼 수 있다.

진관사가 고찰로서의 명성은 건물에 남아 있진 않다. 고려시대 창건한 것으로 추정되는 설화가 있지만,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유물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나마 일부 전각들은 조선말과 일제, 광복으로 이어지면서 지어졌지만, 한국전쟁으로 불 타고 다시 지어 지고를 반복한 터라 옛스러운 멋은 그다지 남아 있지 않다.

대웅전 향하는 길 오른쪽으로는 작은 개울 너머 오층석탑도 보인다. 1908년에 쌓은 것이라 한다. 다른 사찰과 달리 공원처럼 꾸민 것은 좀 색다르다. 워낙 많은 등산객들이 오르내리는 길목에 있어서인지 벤치와 같은 편의시설은 곳곳에 보인다. 어쩌면 이런 친근함이 불교가 중생에게 다가가는 현대판 참모습일 수 있겠다.

대웅전과 앞마당이다. 다른 사찰과 달리 잔디로 꾸며져 있으며, 궁궐의 왕도처럼 바닥에 깔린 인도석이 이채롭다. 한눈에 봐도 대웅전은 기단석을 제외하고는 낡은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목조건물로 1965년에 다시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안에는 석가여래좌상과 좌우 협시보살상이 있다.

대웅전 오른쪽으로는 명부전을 비롯, 나한전, 독성전, 칠성각이 있다. 한국전쟁 때 살아남은 전각이 바로 나한전, 독성전, 칠성각이다. 그 외엔 다 전쟁 이후에 지어졌고, 불사를 통해 하나씩 추가된 건물들이다.

독성전은 다른 사찰에선 잘 볼 수 없는 건물인데, 혼자 깨달은 분이라는 뜻으로 나반존자를 모신 곳으로 신통이 뛰어나 뭔가를 이루고 싶을 때 기도를 하는 전각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사찰에서는 산신을 모신 산신전으로 이름 붙인 곳들이 많다. 독성전에는 독성상, 독성도, 산신도가 봉안되어 있다.

칠성각은 현판이 없다. 대신 이곳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물인데, 바로 백초월 스님과 태극기에 대한 스토리가 있는 곳이다. 사찰의 입구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였던 백초월 스님이 일제의 눈을 피해 태극기와 독립신문 등을 감춰둔 곳이다. 2009년 거의 90여년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된 역사적 사료가 이곳 칠성각에서 발견되었다.

일장기 위에 먹을 칠해 태극기를 그려 놓은 것으로 진관사 태극기라 부른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한옥마을 입구에서 진관사에 이르는 길을 '백초월길'이라 명명해 놨다.

원래 사찰의 칠성각은 수명과 복, 아이를 점지해 준다는 칠성신앙으로 만들어진 한국 사찰 고유의 건물로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기도처다. 아이를 가지게 해달라거나 자식이 건강하게 자라고 잘 살라고 기원할 때 찾는 전각이다.

나한전은 부처의 제자들로 깨달은 이를 말한다. 진관사 나한전은 16 나한을 모셨고, 나한 하나 하나에는 모두 이름이 있다. 자세한 사항은 진관사 홈페이지 참조. 대한불교조계종 진관사 (jinkwansa.org)

 

대한불교조계종 진관사

행복의 씨앗이 싹트는 곳 '진관사' 마음의 정원으로 오세요

www.jinkwansa.org

사찰의 아래쪽에는 아주 예쁜 상점이 하나 있는데 찻집과 불교용품을 판매하는 곳인데, 연지원이다. 독특하게 초가지붕으로 되어 있으며, 뒤뜰엔 그늘막의 좌석들이 있다. 'ㄷ'자 모양의 구조로 마당도 있는 것이 사찰의 기와지붕과 비교된다. 초가지붕은 때 되면 갈아줘야 하는데 여긴 어찌하는지 궁금하다. 흙벽담, 마당 한가운데 나무와 함께 배치도 이쁘다.

진관사도 유명하지만, 북한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계곡도 유명한가보다. 진관천이 흐르는 이곳은 진관사 계곡이라고도 많이 알려져 있고, 한옥마을 옆으로는 몇 개의 가게가 계곡을 끼고 식당 영업을 하고 있다. 삼천사로 가는 길가에 있는 식당들이다. 물론, 진관사에서 한옥마을로 이어지는 백초월길에는 없다. 계곡을 따라 마실길 근린공원이라는 작은 공원이 하나 있는데, 한여름철 피서장소로 인기가 높을 것 같다. 

한옥마을은 그냥 밖에서 보는 한옥 집단체일뿐이다. 일부는 카페영업을 하기 때문에 들어가서 한옥내부를 함께 감상하는 것도 좋겠지만, 나머지는 주민이 사는 실제 가옥이어서 그냥 밖에서 구경하는 것이 전부다. 높은 고층 아파트를 보다가 산 아래 이런 한옥주택군락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관광이 되는 시대라, 기대 없이 그냥 둘러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면 되겠다.

한옥마을의 남쪽은 저택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단독주택들이 모여 있다. 그 중에 또 유명한 곳은 '북한산제빵소'다. 물론 내가 아닌 동행자의 선택이었지만. 4층까지 건물전체가 빵집이라, 고르고 먹고 마시기에는 괜찮은 곳이다. 아니면 여기서 빵 사서 계곡 가서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하여튼, 오늘 방문 목적은 한옥마을이었으나, 진관사 나들이가 주된 목적이 되었다. 한옥마을은 카페 어디라도 들어가서 차한잔에 한옥 내부 감상과 풍광만 담아오면 될 거 같지만, 진관사는 꼭 한번 들러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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