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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31일 새벽 5시. 첫 UHD 전파가 쏘아 올려졌다.
KBS, MBC, SBS 국내 지상파 방송국 3사는 UHD(Ultra High Definition) 방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기대와 달리 UHD 방송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UHD 방송사업은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700MHz대의 황금주파수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미 유료방송(IPTV, 케이블TV)에 장악된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소위 4K, 8K라는 숫자를 내세운 고화질TV만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정작 소비자들은 넷플릭스, 웨이브 같은 OTT를 통해서만 콘텐츠에 따라 부분적으로 고화질의 서비스 이용이 가능할 뿐이다. 고화질은 그냥 UHD라고 말할 수 있는데, 방송국은 지상파를 통해 UHD 신호를 송출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시청자는 그냥 Full HD 화질로 TV를 보고 있을 뿐이다.
이유는 간단한데, 점점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공중파가 국내 방송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료방송(IPTV, 케이블TV)과의 공중파 재전송 협상이 결렬되었기 때문이다. 수익보전을 위한 공중파 방송사는 적정한(비싼) 대가를 받고 싶으며, 유료방송사는 저렴한 대가를 지불하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UHD방송은 장비, 기술 등 제작단가가 높기 때문에 송출에 대한 대가를 더 받고 싶은 방송사의 속내가 드러나 있고, 유료시장의 절대 강자인 IPTV 사업자는 FHD 방송의 4배 가까운 데이터가 늘어나는 데이터방송을 송출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부분도 복합적으로 협상 결렬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은 시장 공급자의 이해관계에 의해 애꿎은 소비자만 UHD 방송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시청시간이 늘어난 OTT 서비스는 4K 고화질 콘텐츠 도입으로, 이미 최신식으로 보급된 UHD TV를 갖춘 홈고객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55인치 60인치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는 가정용 TV 시장에서 UHD 방송은 킬러 콘텐츠가 되고 있다. YouTube의 고화질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 TV 보급에 따라 거실, 안방 TV에서도 YouTube 접속이 늘면서 점점 더 UHD 콘텐츠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또한 올림픽은 방송시장과 가정용 홈미디어 시장의 대형 이벤트인데, 가전기업들은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에 맞춰 최신 제품을 내놓고 있다. 거의 2년마다 신기술로 무장한 미디어 가전이 시장에 나오고 있는데, 이를 즐기는 채널은 방송이 아닌 OTT로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방송사와 IPTV의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이번 도쿄올림픽 중계에서도 방송 3사는 UHD 방송을 송출하며 HLG, HDR과 같은 기술을 제공하고 있지만, ITPV, 케이블로 올림픽을 즐기는 시청자들은 그냥 Full HD로 즐길 뿐이다. 그냥 화면 상단 오른쪽에 의미없이 떠있는 UHD Live라는 표시는 유료방송 시청자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물론 시청자도 UHD 방송 수신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시청자의 경우 남산(북부)과 관악산, 광교산(남부), 계양산(서부), 용문산(동부) 송출타워를 통해 UHD 방송 수신이 가능하다. 시청자 주택에서 이들 송출 포인트가 보이는 곳에서는 간이(실내, 실외) 안테나를 연결하기만 해도 방송 수신이 가능하다.
우리 집의 경우에도 19년 말 LG전자의 UHD TV를 구입하면서 실외 안테나를 설치했고, UHD 방송 수신을 하고 있다. 물론 UHD 콘텐츠 방송을 볼 경우에만 지상파 수신을 받고 있으며, MBC, KBS, SBS만 되고 EBS는 Full HD만 수신 가능하다. 최근에는 KBS 디지털 라디오 방송까지 추가되었다. 평소 유료방송은 셋탑박스를 통한 IPTV로 시청 중이다. 조금 번거롭지만, 깨끗한 화질의 방송은 확연히 UHD 지상파 방송이 보기에 좋다. OLED TV라면 검은색에 대한 대비는 확실히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
올림픽 스포츠 경기를 감상하면서 공중파 UHD 방송을 보면서 HLG HDR 수신 중이라는 마크를 보면서 화면을 좀 더 유심히 봤더니, 많은 차이는 아니지만 ITPV 방송화질과는 차이가 느껴졌다. 좀 더 쨍한 느낌과 검은색과 나머지 색의 대비가 확연해진 느낌이다. 특히 어두운 장면에서는 검은색과 흰색의 대비뿐만 아니라, 색상이 좀 더 풍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같은 수도권이지만 높은 건물이나 장애물이 있는 경우, 송출지점과의 거리 등 문제로 수신 신호가 약하거나 수신불량일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아래 KBS의 수신 안내 지도를 참고하면 자신의 위치에서 가까운 송신 타워와의 거리는 물론 가시청권인지 알 수 있다.
KBS 수신안내 지도 : https://map.kbs.co.kr
UHD TV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UHD 방송을 못 보는 사태는 아이러니하다.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료방송 인프라의 영향도 있겠지만, 세금을 포함한 공공재 전파를 활용하면서 어찌 보면 10%도 안 되는 시청자를 상대로 공중으로 전파 낭비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공중파 방송과 송출 전파는 분명 공공재다. 유료방송 시장이 커졌다는 것만으로 이런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유료방송 사업자와의 갈등을 지속하면서 재전송을 막는 것 또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공중파 방송 재전송 대가 계약이 있으므로, UHD 방송 전송 역시 적정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유료방송사 역시 고객의 높아진 눈높이와 양질의 방송 서비스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텐데, 공중파 방송사와 합의를 통해 UHD 방송을 제공해 주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결국 피해자는 세금을 내고, 요금을 내는 시청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