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열(heat)이 에너지의 다른 형태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전자제품에서 열은 그 자체가 사용 목적인 난방용 기기 외에 대부분은 부정적인 작용을 한다. 전기를 사용하면 열이 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는 전기 에너지가 사용되면서 일부는 열로 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사용해야 할 에너지 일부가 열로 빼앗긴다.

컴퓨터(PC)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그 중에서 CPU는 컴퓨터의 가장 중요한 부품이며, 운영체제를 동작시키는 핵심 부품으로 열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존재다. 사람도 달리거나 열심히 일을 하면 머리를 비롯하여 몸에 열이 나듯, 컴퓨터 동작을 시키면 가장 열이 많이 나는 부품이 CPU다.

그래서 CPU를 장착하면 쿨러(Cooler)라는 것을 같이 장착해야 사용할 수 있다. 예전에는 날개가 달린 쿨러가 아닌 방열판만으로도 열을 식힐 수 있었지만, 수백만 개의 트랜지스터가 내부에서 전기를 먹고 연산을 하는 CPU는 더 이상 방열판만으로 열을 내릴 수는 없게 되었다. PC에서 이런 팬(fan) 방식의 쿨러를 사용하는 부품은 CPU와 그래픽카드, 그리고 케이스다. 물론 케이스는 선택사항이긴 하지만, 효과적으로 케이스 내부의 열을 밖으로 순환시키는 데는 쿨러가 꼭 필요하다.

CPU를 구매하면 기본쿨러(기쿨, 번들쿨러)가 따라 나오는 제품과 아예 CPU만 판매하는 제품으로 구분되는데, 기본쿨러가 같이 나오는 CPU는 그나마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는 CPU열을 식혀준다. 정말이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만. AMD 제품의 보급형 라인 쿨러는 Wraith Spire(레이스 스파이어)인데, 개인적으로 Intel의 CPU 쿨러보다는 견고하고 마음에 든다.

작년 말 조립한 PC는 AMD 3600XT를 탑재한 것인데, 그래픽 작업을 주로 하는 딸아이는 부하가 걸릴 때 커지는 팬소리와 어쩔 때는 아예 PC가 꺼져버리는 경험을 한 두 번 이야기를 해서, 이번에 CPU 쿨러를 바꾸기로 했다. 최근 CPU는 고성능 제품들이 많아서 CPU 냉각은 기본 중의 기본이 된 터라, 공랭식, 수랭식 등 CPU 쿨러 선택의 폭도 넓다.

AMD는 Intel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CPU 온도가 더 높게 나온다는데, 이는 CPU 온도를 측정하는 방식의 차이로 AMD CPU가 조금 더 높게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CPU 커버(뚜껑) 내부와 외부에서 측정하는 차이 정도라고 하는데... 하여튼 AMD CPU는 냉각에 조금 더 신경써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DeepCool GAMMAX 400 XT

현재 AMD 보급형 및 중급형 CPU에서는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 쿨러 채용이 일반적이며, 아무래도 가성비 제품을 찾는 경향이 높다. 전체적으로 가성비 PC를 갖추려는 소비자의 욕망 그대로 쿨러도 가성비 높은 제품을 찾을 수 밖에 없는데, 나름 이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쿨러는 DeepCool의 GAMMAX 400 XT(딥쿨 갬맥스 400 엑스티)라는 제품인데 이 제품은 AMD에서 추천하는 제품이기도 해서 많이 판매되는 인기 제품이다.

갬맥스 400 시리즈 제품 중 XT는 국내에서만 판매되는 엔트리레벨의 제품이다. 따라서 DeepCool사 홈페이지에서는 이 제품을 찾아볼 수 없고, 다른 400 시리즈 제품만 보인다.

2원대 중반(최저가 23,000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제품으로, 통상 보급형 쿨러는 대부분 2~3만 원대에 가격 형성되어 있다. 방열판과 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타워형 방열판은 4개의 히트파이프로 구성되어 있다. 히트싱크로부터 CPU 열을 전달받은 방열판은 그 안에 들어 있는 액체형 냉매를 기화시키면서 방열판을 통해 열을 분산하고 다시 액체로 바뀌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열을 좀 더 효과적으로 낮추기 위해 팬을 장착하는 구조다. 대부분의 타워형 공랭쿨러가 동작하는 원리다.

120mm의 쿨러팬은 RGB LED를 장착하여, 케이스의 RGB쿨러와 조화를 이루는데, 갬맥스 400 XT는 흰색과 검은색 제품이 있다. 무난한 색상은 검은색이다. 팬은 방열판과 결속을 위해 클립을 양쪽으로 장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번들쿨러가 아닌 전문 쿨링 제품을 구입하여 장착하는 경우는 첫 조립 때 또는 사용 중인 쿨러를 바꾸는 두 경우가 있을 것이다. 두 경우 모두 쿨러를 구입할 때는 몇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첫째, 장착공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이인데, 높이는 장착 시 CPU 상판부터 케이스의 뚜껑까지 길이이며, 반드시 케이스의 공간(길이)을 확인하고 제품 사양을 비교하여 구입해야 한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케이스는 일반적인 공랭쿨러를 수용할 수 있는 정도로 공간은 제공되지만, 일부 구형 케이스나, 좀 더 큰 쿨러는 서로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 갬맥스 400 XT는 최소 155mm 정도는 되어야 설치 가능하다.

두 번째, 쿨러 폭도 살펴야 한다. 이는 대부분의 보드가 CPU 슬롯과 메모리 슬롯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램뱅크와 간섭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램의 방열판 장착된 제품을 사용하면 CPU 슬롯과의 폭은 좀 더 좁아지기 때문에 쿨러 간섭을 받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이 부분도 간과하면 안 된다.

셋째, 냉방능력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통상 TDP라고 부르는 '열설계전력'인데, CPU의 TDP 최대치를 쿨러가 감당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수치이다. 갬맥스 400 XT의 경우 TDP 180W로 CPU 최대 발열 TDP의 기준으로 잡으면 된다. Intel 또는 AMD CPU 중 보급형 및 중급형 대부분은 180W TDP로 커버 가능하다.

넷째, 쿨러팬에 대한 결정이다. RGB LED 장착 제품이 대부분이지만, 이를 불필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좀 더 깔끔한 팬을 장착한 제품을 선택할 수도 있다. 쿨러팬은 120mm 제품의 경우 서로 호환도 가능하기 때문에 교체도 가능한 부품이며, PWM(Pulse Width Moduration) 지원 여부도 중요한데, 온도에 따라 풍속을 조절할 수 있도록 팬속도의 가변이 가능하다.

그러나, 갬맥스 400 XT는 위와 같은 고려를 하고 사지는 않았다. 웬만한 케이스와 보드에는 장착된다는 소문을 믿고 그냥 주문부터 해버렸다. 운에 맡기자는 심정으로! (사실, 지난달 조카 PC를 조립해 주면서 이 제품을 알게 되었는데, 장착이 편리해서 마음에 두었던 제품이다.)

내 경우 이미 장착된 AMD 번들쿨러를 사용하고 있어서, 이를 제거하고 장착해야 했는데, 쿨러를 제거하면 사진처럼 써멀그리스가 덕지덕지 눌러붙어 있다. 그리고, CPU 방열판 옆으로 새어나와 CPU die로 번지기 일보직전인 상태였다. 써멀그리스를 너무 많이 발랐나?

써멀그리스 청소한 CPU와 쿨러장착용 나사 체결 모습

새로운 쿨러를 장착하기 위해서는 새로 써멀그리스를 도포해야 하기 때문에 깔끔하게 닦아 내야만 했다.(하지만, 대강 닦았다.) CPU 다이와 슬롯으로 써멀그리스가 떨어지지 않도록 청소를 했는데, 가장 어려운 것이 CPU를 뽑아서 아래 핀이 있는 부분까지 닦다보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핀이라도 하나 휘면... 하여튼 CPU를 다루는 것은 신중의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 잘못해서 슬롯에 써멀그리스가 들어가면 그것도 골치 아프니까...

이제는 쿨러를 장착할 수 있도록 조립해야 하는데, 장착할 보드면에 쿨러를 고정시킬 나사를 체결해야 한다. 이때 제품에 포함된 백플레이트를 사용해도 되지만, 보드 구입 시 함께 따라온 백플레이트를 그대로 썼다. 아무래도 보드 제조사에서 보드에 맞게 나온 것이니까.

AMD CPU와 보드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 일명 무뽑기 현상도 백플레이트 장착으로 걱정은 사라진다. 배송 중 충격에 의해 쿨러와 CPU가 CPU 슬롯에서 분리되는(또는 쿨러를 떼어내는데 CPU도 뽑히는) 이 현상은 뿌리채 뽑힌 무에 비유해서 이런 놀림을 받았다. 무뽑기 현상은 정말 아찔한 참사다. CPU에 비해 무거운 쿨러에 의해 핀이 드러난 CPU가 보드 위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고 생각해 보라. 그 CPU가 제대로 동작이나 될까?

보드와 1차 체결나사를 연결한 모습이 위 CPU 장착 사진이다.

 기본적으로 Intel CPU 가이드와 AMD 가이드가 따로 구분되어 있는데, AMD용 가이드는 스키(ski) 날처럼 되어 있다. 여분의 백플레이트와 Intel용 가이드는 따로 구분해 둔다. 가이드와 방열판 연결은 아주 간단하다. 동봉된 작은 두 개의 나사로 사진처럼 연결만 해주면 된다.

포장의 안 잘린(남은) 부분으로 써멀그리스가 나온다 (연출 실패!)

자... 이제 장착을 해야 하는데, 먼저 쿨러 방열판의 히트싱크와 CPU 커버 사이의 열전달을 위해 써멀그리스를 도포해야 한다. 쿨러에 동봉된 작은 포장에서 써멀그리스를 CPU 위에 도포해 주면 되는데, 중앙에 모아 집중적으로 도포하는 것이 좋다. 도포된 모양새를 가릴 필요는 없다. 대변처럼 도포되어도 말이다...

갬맥스 400 XT의 장점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장착방법이다. 그냥 미리 체결해둔 1차 나사 위에 얹고 위에 손으로 나사를 살짝 조여주면 끝난다. 4면에 장착하는 나사 체결 순서는 늘 그렇듯 대각선으로 할 것. 써멀그리스 때문에 이리저리 미끌릴 수는 있지만, 나름 중앙에 자리를 잡고 마지막을 드라이버로 나사를 체결하면 된다.

그다음은 쿨러팬을 장착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의외로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조립 완료된 PC의 쿨러를 교체해야 한다면 쿨러팬 장착 시 그래픽 카드, 케이스 상단 쿨러를 제거하고 넉넉한 공간 확보 후 장착해야 할 수도 있다. 왜냐면, 쿨러팬을 방열판 홈에 클립핀으로 고정시킬 때 손이 들어갈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칫 너무 힘을 주면 알루미늄 방열판이 망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클립핀이 제대로 체결되어야 방열효과가 좋아지기 때문에, 클립이 딸깍 소리가 날 정도로 밀착해서 체결해야 하고, 장착 후 팬이 흔들리면, 나중에 PC 동작 중 방열판에서 팬이 떨어지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반드시 꼼꼼하게 체결부위를 살펴서 문제가 없도록 맞게 장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쿨러 근처 보드에는 CPU 쿨러용 PWM포트가 있을 것이다. 외부 팬용과 같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CPU 쿨러용 PWM포트에 연결해야 한다. 다른 포트에 연결해도 동작은 되지만, PC는 CPU 쿨러팬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4핀은 앞뒤가 있어서 방향에 맞게 연결해야 제대로 동작한다. 보면 금방 알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소켓에 결속용 돌출부가 있다. 남은 선정리도 깔끔하게 해야 팬 돌아갈 때 방해가 되지 않으니 주의해서 정리한다.

팬 장착 클립 연결 시 공간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장착 완료되었다. 팬의 흰색과 케이스의 검은색이 서로 잘 조화를 이룬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쿨러의 상단 꼭대기에는 4개의 히트파이프 종단처리(꼭지)가 보인다. 사진에는 쿨러 높이가 케이스 높이보다 높아 보이지만 실제론 낮다. 약간(약 5mm 정도 아슬아슬하게 낮다) 낮아서 강화유리 뚜껑을 닫아도 닿지 않는다.

장착 후 PC를 동작시킨 모습이다. 원래 케이스의 RGB팬과 동일 제품인 것처럼 이질감은 거의 없다. 다만, CPU를 써멀그리스 청소 관계로 뽑았다가 장착했더니, 보드가 새로운 CPU 장착으로 인식하고 BIOS 세팅화면으로 들어갔다. 들어가 보니 전과 달리 CPU 초기 온도는 60도로 표기가 되었다. 전에는 켜자마자 65도를 찍었었다.

CPU 온도가 약간 내려가니, 마더보드 주변 온도로 약간 내려갔다. 전에는 켜자마자 33도 이상으로 올랐었다. 정말 이게 쿨러 장착의 효과인가?

CPU 온도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공간의 온도에도 영향을 받고, 공기 순환에도 영향을 받는다. 막힌 공간에서 사용하면 공기 순환이 어려워 CPU 온도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무거운 프로그램이나 연산을 많이 하는 프로그램을 돌려도 CPU 온도는 잘 떨어지지 않는다. 게임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픽카드 GPU가 많은 역할을 해서 CPU 부담은 적어져도, 그래도 CPU 발열은 일어난다.

HWMonitor로 CPU와 메인보드 발열상태를 체크해 보았지만 의미 있는 숫자로 바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실망? 그러기에는 이르다. 달라진 점은 최고 온도 부분인데, 몇십 분을 사용한 결과 쿨러교체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최고 온도가 75도였던 것과 비교해서 교체 후에는 CPU 부하를 줘도 70도에서 머물렀다. 약 5도 정도의 온도 강하 효과?

어쨌거나, 앞으로 딸아이가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효과를 알 수 있겠지만, 당장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사용 중일 때 중간중간 팬 속도가 높아지는 경우는 줄어들었다고 한다. 즉, 분명 CPU 온도가 떨어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 팬속도는 PWM 동작이기에 열이 높아지면, 팬속도가 빨라지고 팬 소음이 증가한다.

이상 내돈내산 리뷰 끝.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