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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튜브 시청이 정해진 하루 일과 마감 정례 코스다. 한동안 영화소개, 과학 다큐멘터리, 옛날 방송, 미스터리 등을 다루는 채널을 자주 찾았지만, 최근에는 PC 관련한 채널을 자주 찾는다. 주로 신제품 리뷰를 많이 보지만, 부품의 가격동향, 요즘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분야를 한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거의 매일 찾아보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찾는 채널은 컴퓨터 조립하는 남자 신성조, 컴퓨터 가게 일상을 보여주는 허수아비, 가끔 정말 허튼짓처럼 보이지만 재미있는 리뷰를 하는 뻘짓연구소, 지금은 잘 보진 않지만 그래도 가끔 들어가는 눈쟁전자, 관심 있는 제품 리뷰만 있으면 보러 가는, PC보다는 전자제품 리뷰가 많은 ITSUB잇섭 등이 있다.

이상하게 신성조, 허수아비, 잇섭은 설명하기 좀 힘든 친근감 때문에 자주 들어가게 되는데... 그게 고향 경상도 억양이 친근하기 때문인 것 같다. 허수아비님은 (찾아보니) 비슷한 또래 같은 대학교를 다녔으며, 외가인 경남 마산쪽 분이시다. 다른 분들이 듣기에는 경상도 억양이 다소 귀에 거슬릴 수 있으나, 나에겐... 하여튼...

아내는 가끔 내게 은퇴하면 PC 조립가게를 차리라고 조언한다. 농담처럼 이야기 하지만, 그 말속엔 뼈가 있는데, 실제 내가 조립PC 혹은 컴퓨터 조립을 많이 해왔기 때문이다. 대학교 1학년 들어갈 때 부모님께 떼써서 PC를 샀던 시절부터 컴퓨터와의 인연이 이어졌는데, 벌써 30년 넘은 시간이 흘렀다.

군 제대 후 복학 시점에는 점점 개인 PC 보급이 늘던 때라, 컴퓨터 가게들이 호황이었다. 당시 가격이 지금 PC 가격과 차이나지 않을 정도로 PC는 고가의 전자제품이자, 젊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Personal Computer 한 대씩은 가지던 시절이었다. 286, 386 컴퓨터 시절이었으니, 거의 대부분 대학생들은 자신의 PC를 가지던 시절이었다. 당시 난 PC 조립 알바를 했었다.

가족의 PC를 조립하기 위해 받은 택배품 (2006년)

컴퓨터 가게 종업원 알바가 아니라 조립 주문을 받아 개인적으로 조립해서 납품(?)하는 어엿한 개인사업(?)을 했었는데, 그때부터 주변에는 내가 컴퓨터에 대해 잘 알고 조립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었나 보다. 대학 동아리가 컴퓨터 동아리라는 점에서 가게를 하는 선후배, PC 부품 동향에 대해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조립 PC는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주로 선배가 하는 학교 근처 PC가게에서 부품별로 견적을 받아 내가 조립해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고, 때로는 대구 교동시장에 발품 팔아 부품들을 모아 조립하는 드래곤볼(부품 하나 하나 구해서 완성 PC 만드는 일)도 자주 했었다. PC 가격이 비싸던 시절(지금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컴퓨터 가게에서 조립하는 PC보다 내게 사면 더 쌌으니, 거기에 언제든 문제 생기면 불러서 공짜로 소프트웨어까지 봐줄 수 있었으니 주문하는 사람들은 계속 생겼다.

당연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도 항상 내가 조립했으며, 부품을 업그레이드 하고, 중로고 되팔고, 빌려서 테스트하는 일들이 많았고, 9,600bps, 14,400bps 모뎀에 열광하며 소프트웨어를 내려받고, PC통신을 하면서 지금의 IT 업계로 입문하면서 벤처창업했으니, 사실 컴퓨터는 내 인생에 있어서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내 주변의 컴퓨터들은 완제품보다 내가 조립한 형태의 PC가 많았고, 일정시간 흘러 문제가 생기면 항상 내가 A/S를 해주는 일이 많았다. 특히 형제들과 조카들, 우리 아이들 PC는 내가 다 조립해 주고, 업그레이드해줬다. 아이들의 PC 사용용도는 뻔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맞춤형으로 항상 해줬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PC를 구매하기 전에 항상 내게 상담을 먼저 요청하곤 했다.

지난주에는 근 10여년 가까이 사용하던 PC를 정리해서 당근마켓에 올려놓았다. 당시엔 부품가만 100만 원 넘는 좋은 컴퓨터였지만, 지금은 그에 1/10 수준에 내놔도 관심을 못 받는다. 그만큼 출시된 지 오래된 CPU를 쓴 컴퓨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잘 안다. 저 정도라도 최신 게임을 할 것이 아니라면, 전문적인 그래픽, 동영상 편집을 할 컴퓨터가 아닌, 웹서핑에 문서작업에 일상적인 인터넷뱅킹, 가벼운 캐주얼 게임할 정도라면 충분한 사양이라는 것을.

그간 PC의 생명 연장을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주로 그래픽카드, 저장장치(HDD, SSD), 메모리 등이었다. 사실 최초 구입할 당시보다는 (이런 사양으로) 거의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컴퓨터로 바뀌어져 있긴 하다. 그래도 컴퓨터는 시간이 갈 수록 값어치가 빠르게 떨어지는 상품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이미 눈높이는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다.

이번 주엔 둘째 생일 선물로 6년 전쯤 18만 원 가까이 샀던 그래픽카드를 당근마켓에서 6만 원에 거래했다. 그래픽카드 유통 수급에 문제 있으면서 3~4만 원에 거래되던 중고 그래픽카드 가격이 올랐던 덕분이다. 그 반대로 생명줄을 이어가던 컴퓨터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준 것도 당근마켓과 중고나라의 영향이 컸다.

유튜브와 당근마켓, 코로나 상황은 내게 조립 PC에 대한 관심을 더욱 집중하게 된 요인이 되었다. 신제품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에, 저렴하게 동네에서 구할 수 있는 부품들, 그리고 집안에만 갇혀 지내는 날들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옛 취미가 살아가는 것 같다. 물론 신제품을 살 수 있는 기회는 이제 다 커버린 조카나 딸아이의 PC를 조립해 줄 때뿐이다. 최근에도 조카의 PC를 조립해 주면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PC 조립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조립하던 부품의 차이만 있었을 뿐 예전이나 지금이나 조립은 조립일 뿐이다. 정말 이러다 은퇴 후 컴퓨터 가게 사장님 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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