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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5일 월요일 날씨 흐림. 여행 3일차.
원래 계획대로 오늘은 월요일이라 피크트램을 타고 빅토리아피크로 올라가기로 계획한 날이고, 설마 평일인데 인파가 많이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로 여행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침은 다른 날과 달리 아내가 '콘지(Congee)'를 먹고 싶다 하여 아침에 근처 콘지집에 포장하러 갔다. 콘지는 우리 음식으로 비교하면 '죽(粥)'이다. 한자로 읽어도 '죽'이다. 가게는 'Master Congee(大師傅粥品, 대사부죽품)'이며, 체인인데 구룡에만 매장이 3개 있는 것으로 나온다. 알려져 있는 가게에 비해선 그리 크거나 하진 않다. 06:30~02:00(다음날 새벽)이니 웬만하면 늘 열려 있는 가게라 생각하면 된다. 포장이라면 8시 이전 방문 추천, 그래야 줄을 서지 않는다. 현금뿐만 아니라 옥토퍼스카드로도 결제 가능.
가게 내부에서 먹는 사람과 포장(Take away)할 사람으로 구분되어 주문받는데, 줄 서 있다고 무조건 기다리지 말고 종업원에게 'Take away'라고 말하면 메뉴 갖다 준다. 콘지가 처음이라면 beef congee (HKD41) 사가면 된다. 맛은 닭죽 같은데 소고기 들어 있다. 소고기는 상당히 부드러우나 느끼하다. 메뉴는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금방 나온다.
포장의 경우 체인이라 그런지 빠르게 나온다. 포장요금 1개 당 HKD1이다. 사진과 같은 용기에 숟가락 하나 넣어준다. 우리 가족은 어제 미리 마트에서 김치를 사둬서 같이 먹었다. 아주 느끼한 정도는 아니나, 해외에서 한국인 식사에 김치는 정말 고마운 존재다.
죽은 금방 포장해 가면 매우 뜨거우니 조심할 것. 양은 정말 많다. 아침 많이 먹는 남자 1명이 다 먹으면 될 정도. 참고해서 주문하면 되겠다. 첨엔 아무것도 모르고 4개 시켰다가 1.5개 분량 남겼다. 다음 날에도 주문해서 먹었다. 든든한 아침을 기대한다면 추천한다.
식사를 마친 후 침사추이역으로 걸어가서 홍콩섬으로 MTR을 타고 갔다. 센트럴역이 종착이지만 바로 전역인 어드머럴티(Admiralty) 역에 내려 Island Line으로 갈아타면 된다.
익청빌딩(益昌, 익창, Monster Building)
익청빌딩은 트랜스포머에 나왔다는 것으로 많이 유명해졌고, 그전에도 독특한 구조 덕분에 알흠알흠 알려진 명소다. 초이홍 아파트처럼 실제 아파트 거주민이 사는 공간이어서 방문객들은 주의를 해야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MTR로는 Island Line 에드머럴티(Admiralty) 역에서 차이완(Chai Wan) 방향으로 7 정거장 뒤인 타이쿠(太古, Tai Koo)역에 내려서 조금 걸어가면 된다. 센트럴역에서 가더라도 지하철로는 20분 거리에 있다.
타이쿠 전역인 퀘리베이(Quarry Bay)역에서 가는 방법도 있지만, 익청빌딩까지는 오르막이므로 이왕이면 한 정거장 더 올라간 타이쿠역에서 가는 것을 추천드린다.
타이쿠역 B출구 방향으로 나오면 된다. 큰 길가에 있다 보니 바로 홍콩섬의 명물 트램이 보인다. 도로 중간에는 우리나라의 버스중앙전용차로의 위치쯤에 트램이 오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트램은 정말 반가웠다. 디지털의 시대에 아날로그 기기를 본 느낌이랄까? 트램의 땡땡하는 종소리가 정겹다.
B출구에서 서쪽 도로 방향으로 약 300m쯤 가면 익청빌딩 입구가 나오는데,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단순히 알려진 사진 스폿이기 때문에 안내표지가 없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약간 휜듯한 아파트가 폭청(福昌)빌딩과 오셔닉맨션(Oceanic Mansion, 앞 오른쪽)이고, 이 빌딩과 연결된 3개의 빌딩 중 중간이 익청(益昌)빌딩이다. 한글 자음 'ㅌ'자를 연상하면 되겠다. 세로막대가 폭청빌딩, 3개 가로 막대 중 중간이 익청빌딩 빌딩이다. 오른쪽 막대에 해당하는 건물은 몬테인맨션(Montane Mansion)이다.
직접 가보지 않고 구조를 보려면 모바일 앱에서 Google Earth를 보면 가장 이해가 빠르다. 왼쪽의 익팟(益發)빌딩이 있는데 익청빌딩과 사잇길이 스폿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아마도 여행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가는 방향이면 따라 들어가면 된다. 평범한 좁은 골목이다. 아파트 주민들이나 다닐만한 좁은 통로다.
일단 들어서면, 낯익은 풍광이 펼쳐진다. 어라? 근데 저 앞에 보이는 신식 아파트는 사진에 없었는데? 하는 마음일 것이다. 고층 아파트라 지하에는 주차장이나 설비들이 있을 것이므로 중간에 저렇게 튀어나온 환풍구가 있는 것은 당연한데, 거기에 경고문이 있다. 사진만 봐도 뭘 하면 안 되는지 알 수 있다.
환풍구 시설에 올라가지 말라, 드론촬영하면 안 된다(드론 띄우는 것도 금지), 이로 인해서 생기는 사고는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입니다 등등 이렇게 경고문이 있는데, 워낙 많은 방문객들이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예상된다. 여긴 관광지가 아니라 실제 홍콩인들이 살고 있는 거주지역이기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들어가서 북쪽 방향에서 봤을 때 왼쪽건물이 익팟빌딩, 오른쪽이 익청빌딩인데 나름 베란다의 색상도 구분해 놨다. 익팟은 붉은색, 익청은 금색(홍콩에서 노란색은 무조건 '금'색이다). 오래된 아파트이지만 나름 신경 써놨다. 1층에는 상가들이 있는 주상복합아파트다.
들어와서 입구 쪽으로 방향을 바꿔보자. 그래! 이 모습이었지! 하지만, 1층 상가들의 차양막과 중간 공터에 재활용쓰레기장은 본 적이 없는 피사체들 아닌가? 홍콩인들 색상 구분 명확하네. 저 중간의 폭청빌딩(도로 쪽) 베란다 라인 색상 좀 보라.
익청빌딩은 1960년대 지어진 건물로 앞서 설명한 5개의 주요 건물로 연결되어 있다. 최고층 18층이며, 약 1만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니, 상당히 인구밀집도가 높은 거주시설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개봉된 트랜스포머 Age of Extiction (트랜스포머 시리즈 4편)에 등장했고,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 2017)에도 등장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사실, 인생 스폿은 바로 건물 끝부분 지하계단 쪽에서 촬영하는 포인트다. 아마도 계단 아래에는 인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 서 있을 것이다. 그래야 건물의 모양새가 다 보이고, 피사체인 주인공과 건물, 하늘만 오롯이 보이는 그런 구도가 되기 때문에 여기서 줄 서서 기다리면 자신의 차례에 맞춰 찍으면 된다.
그럼 이런 비슷한 모습의 사진이 나오게 된다. 좀 더 각도를 잘 잡고, 좌우의 손님들이 잘 협조해 주면 인생샷이라고 하는 그런 장면이 나온다. 아래 계단에서 줄 서서 기다리다 사진 촬영 때 위쪽의 또 다른 손님들이 카메라에 나타나면 곤란해진다. 협조를 요청하지만, 안 들어주는 사람들도 있더라... ㅎㅎ 운에 맡겨야지 뭐. 숏다리도 롱다리로 만들어주는 사진 구도의 마법이 작동한다. (구도 설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 사진 한 장 올리게 되었다. 하하하)
아이들도 각자의 인생샷을 찍고, 찍어주며 잠시 포토타임을 가졌다. 그 사이 근처 1층 상점 중 Arabica Coffe, 일명 '응(%)'커피 가게에서 커피도 사 와서 한잔하면서 천천히 차례를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 계단 옆에 미용실이 있는데, 주인인지 종업원인지 모를 여성분이 담배를 피우면서 여행객들을 계속해서 노려본다. 쿵푸허슬의 무서운 아줌마 생각났다. 후덜덜... 모두들 조용히 했는데...
참... 그리고 이곳이 주성치 영화 쿵푸허슬의 그 맨션과 느낌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봤는데, 일부 매체에서는 촬영지라고 소개해놨다. 근데 쿵푸허슬에 나오는 맨션은 5층 높이도 안 되 보이는 곳이었는데? 그래서 더 찾아봤다. 쿵푸허슬의 촬영지는 상하이였고, 여긴 아니었다. 아마도 등장하는 맨션의 느낌과 모양을 익청빌딩에서 모티브를 따 온 것으로 보인다. 근데 어디서 이런 이야기가 시작됐는지 모르겠다. 내가 잘 못 찾은 것일 수도 있으나 Google 검색에는 그 연결고리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홍콩섬에서 트램 타기
인생사진들을 찍고 나와서 이제 센트럴 쪽으로 가기 위해 큰길로 나왔다. 이젠 홍콩섬의 명물 트램을 탈 차례다. 익청빌딩 바로 앞 Mount Parker Rd. 정거장에서 기다리면 되는데, 금방 금방 도착한다.
트램은 아무 거나 타도되지만 하나만 주의하면 된다. 센트럴 쪽으로 가려면 종착지방향이 Happy Valley(경마장) 방향만 아니면 된다. 물론 중간에 내려 갈아타도 되지만, 완차이쯤에서 남쪽의 해피밸리 방향으로 가는 트램도 있으니 주의. 트램은 모두 알다시피 버스와 달리 뒤로 타서 앞으로 내리는데, 내릴 때 요금결제한다. 옥토퍼스/비자/마스터카 필수. 현금내면 잔돈 못 받는다는 사실 알고 결제해야 한다. HKD3(아동은 1.5, 노인은 1.3) 이므로 거리에 상관없이 내릴 때 한화 500원 결제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
트램도 2층 앞쪽이나 뒤쪽이 명당이다. 좁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탈 경우 내리기 조금 힘들 수 있다. 승객이 많을 때는 한 정거장 정도 전부터 1층으로 내려가는 것을 추천. 내릴 정거장 놓쳐도 트램 한 정거장 정도는 걸어서 가도 멀지 않을 정도니 홍콩의 정취를 느낀다는 마음으로 타보면 좋겠다. 환승적용은 없으니 내릴 때마다 3달러씩 지불해도 부담 없다. 시간이 많으면 센트럴 끝까지 가보는 것도 재미있다. 시내로 들어설수록 마치 부딪힐 것 같은 아슬아슬함을 느끼며 지나갈 수 있다. 따라서 손을 밖으로 내거나 하는 위험한 행동은 절대 삼가야 한다.
춘영거리시장(春秧 춘앙, Chun Yeung Street Market)
원래는 아비정전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Queen's Cafe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려 했으나, 원래 영화 촬영지는 이미 없어졌고, 대신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노스포인트 근처 가게라는 점을 알고는 잠시 밖에서 가게 내부만 보고 그냥 나왔다. 음식 가격이 도저히 여행객이 즐기기엔 부담되는 가격이었다. 정식기준 1인 대략 HKD300 정도. 저 저렴한 메뉴도 있으나 제대로 분위기를 느끼려면 정식(스테이크류)을 먹는 것이 좋을 듯하다.
트램으로 내린 정거장은 Shu Kuk Street여서 잠시 카페 들렀다가 근처 맥도널드로 가서 햄버거 먹었다. 우리 가족에겐 이게 더 큰 즐거움이었다. 비싼 것도 문제지만, 점심부터 거하게 먹을 수는 없으니까. 12시경 지하에 있는 맥도널드에 들어갔을 때는 젊은 분들뿐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많이 보여 조금 놀랐다. ^^
춘영거리시장은 시장 자체보다 트램이 시장 중간으로 들어오는 진풍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 현지인들에게는 시장이지만, 여행객에게는 흥미로운 장소다. 시장 거리 양쪽에 트램 정거장이 있는데, 오른쪽 끝(화살표 끝)이 North Point 종점역이다. 코즈웨이베이에서 North Point Tram Terminus 정거장으로 가면 종점이 여기다.
자주자주 트램이 종점으로 들어온다. 시장 서쪽 입구에 정차했다 종점역으로 천천히 들어온다. 거리의 인파와 트램, 그리고 차들이 섞여서 천천히 들어오는데 누구 하나 놀라는 사람 없고, 우리 같은 관광객들은 트램 사진, 동영상 촬영하느라 정신없다. 트램 속도도 천천히 들어오고 '딩딩'하는 종소리도 울리기 때문에 정말 신기한 풍경이다.
원래가 시장이다 보니 트램 철로 양쪽으로는 주상복합상가 건물과 1층엔 가게들이 있다. 채소가게, 정육점, 각종 생필품을 파는 가게 등등 여럿 보이고 손님과 흥정하는 소리도 정겹다. 사람들도 많은데 현지인들이 생필품을 사러 오는 우리의 전통시장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다만, 그 중간중간에 트램이 들어오는 것만 다를 뿐이다.
시간이 없어서 트램을 타고 들어오지는 못했지만, 트램을 타고 들어오면서 시장 풍경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다음에 시간 되면 다시 들러볼 만한 곳.
시장을 둘러보고서는 다시 버스를 탔다. 아침부터 MTR도 탔고, 트램도 타봤으니 이제 다음 여정인 빅토리아피크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글이 길어 다음 포스팅으로 연결.
2024.02.15 - [여행과 맛집] - 2024 홍콩 가족여행 가다 (6) 홍콩섬 - 빅토리아피크,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소호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