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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핑 천단대불을 다녀와서 퉁충역에서 간단한 식사를 한 우리 가족은 두 그룹으로 나눠졌다. 아이들은 호텔에서 개인시간을 갖기로 했고, 아내와 아는 구룡공원에 가보기로 했다. 지난 2016년 방문했을 때 구룡공원은 가보질 못했기 때문에 이번엔 꼭 한번 가보기로 했다. 침사추이로 지나가는 버스를 탈 때면 매번 구룡공원을 지척에 두고 그냥 지나치기만 했었다.
구룡공원(Kowloon Park)
2009년 처음 홍콩을 왔을 때도, 구룡공원 근처 비첸향에서 육포를 사러 가는 것으로 그냥 지나친 적이 있다. 공원 밖에서 공원을 보면 그냥 오래된 고목만 보이고, 내부에는 뭐가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침사추이라는 번화가 한 중간에 도심공원이라니 궁금하지 않을 순 없다.
퉁충역에서 출발해서 구룡역에 내려 공원으로 향했다. 구글맵에서 오스틴로드와 네이선로드가 만나는 지점에서 캔톤로드 쪽에서 작은 공원 진입로('캔톤로드 놀이터'라고 되어 있다)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쪽으로 무작정 따라 들어갔다. 정말 작은 동네 공원이었는데, 배드민턴 경기장 하나가 있는 깔끔한 작은 공원이었다. 뒤로 보이는 언덕 쪽이 구룡공원이다.
그런데 공원으로 가는 작은 오솔길(산책로)을 따라 들어갔는데, 문이 잠겨 있는거다. 분명 오른쪽으로 계단이 나 있는 것이 보이는데, 그 입구가 철문으로 잠겨 있다. 하는 수 없이 왼쪽의 중학교 건물 뒤쪽으로 걸어갔다. 길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갔는데... 결국은 공원으로 들어갈 수는 있었으나 가다 보면 갈림길이 있고, 그쪽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 언덕을 넘어야 공원을 만날 수 있다.
작은 동물원 새장이 있었고, 앵무새를 비롯한 구관조로 보이는 새 몇 마리를 보았다. 케이지가 그리 크지 않아 새들이 답답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새장속의 새들은 언제나 봐도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불쌍하다는 생각뿐이다.
새장을 지나 언덕을 내려오니 작은 폭포와 연못이 있었고, 보기에도 아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인접한 네이선로드의 번잡한 인파를 생각하면 여긴 너무나 한적하고 조용하다. 물론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은 보이지만 현지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관광객들이 굳이 여기에 와서 쉬고 있을 여유가 없을 것 같았다. '돌아다니기에도 바쁜데 공원엘 간다고?'라고 생각하는 듯.
아내와 나의 목적은 구룡공원 내 연못에 있는 홍학(플라밍고)를 보기 위함이었다. 구룡공원엔 홍학이 살고 있다. 홍학도 조류인데... 여긴 그물이 안 보인다. 케이지 안이 아니라 그냥 사람들처럼 자유롭게 공원을 산책 나온 것 같다. 마치 아프리카의 어느 밀림 연못에 온 것 같은 그런 분위기다. 공원엔 몇 개의 연못이 있지만, 버드레이크라는 연못에만 홍학이 있다.
공원이 크지는 않기 때문에 둘러보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정문이 침사추이 메인도로인 네이선로드에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고, 사방에서 다 접근이 가능하지만 길을 찾는데 헤맬 수 있으니 네이션로드의 이슬람사원 맞은편이 정문이라고 생각하고 찾아가면 된다. 침사추이역에서도 매우 가깝다. 인파에 섞여 고단했던 여행 중 나무와 숲, 정원, 새들을 보며 잠시 휴식을 취할만한 장소로 추천한다. 오전 05시에 개장해서 24시(자정)에 폐장하며, 입장료는 없다.
미리 구룡공원에 대해 알고 가려면... : https://www.lcsd.gov.hk/en/parks/kp/
자... 이제 다시 못 가본 곳을 가보기로 했다. 이번 목적지는 1881 헤리티지...
1881 헤리티지(Heritage)
구룡공원의 남쪽으로 나와 다시 서쪽 큰 길로 가면 명품의 거리 캔톤로드를 만난다. 하버시티가 유명한 쇼핑몰인데 세상에 없는 브랜가 없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쇼핑몽이다. 캔톤로드는 전 세계 명품 브랜드를 다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춘절을 맞아 여행온 중국본토인들이 많은 것 같았다.
1881 헤리티지는 캔톤로드의 끝자락 쯤에 있다.
홍콩에서 갑자기 유럽풍의 우아한 건물이 있다. 이곳은 예전에 해양 경찰서 건물이었다. 고풍스럽고 우아한 건물이라 경찰서였다니 믿어지질 않는다. 물론 그 시대의 건물 그대로가 아닌 개조와 보수를 통해 오늘의 모습으로 발전했겠지만, 전체적인 건물의 모양과 건축기법은 그 시대에 만든 경찰서 건물이었을 것이다.
여긴 역시 사진 맛집이었나보다. 많은 사람들이 중앙 계단과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에 열중하고 있었다. 정문 쪽에 해당하는 기념물이 서 있는 곳은 더 많은 사람들이 사진촬영 중이었다. 바로 큰 길가에 있다 보니 지나가다 한 번쯤은 휴대폰을 꺼내 건물을 촬영하고 있다.
현재 1881 헤리티지는 럭져리 쇼핑몰과 다이닝, 호텔이 들어선 상업건물이다. 중앙건물만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한 것일 뿐 나머지는 이곳을 사들인 기업이 리노베이션을 통해 꾸며 놓은 것이고, 그 안에 호텔과 레스토랑, 고급 브랜드의 쇼핑몰이 입점해 있다.
아내와 나는 구룡공원 남쪽의 캔톤로드를 걸어 내려오다 이 건물의 쇼핑몰 쪽으로 진입해서 건물로 갔는데, 쇼핑몰 내부는 아주 고급스럽고, 조용했다. 일부 귀금속 매장이 있었고, 미술품이 걸린 전시장도 있었는데, 그 복도를 지나면서 숨죽여 아이쇼핑만 하고 메인 건물로 걸어갔다. 손님이 없다... 아니, 여길 들를 손님이 많지 않은 것 같다.
1881 헤리티지를 간다면 바로 길 건너 항구방향의 시계탑을 방문해보면 좋은데, 우리는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릴 것을 염려하여 이번엔 포기하고 바로 스타의 거리 쪽으로 향했다. 이미 가는 중간중간에도 계속해서 인파가 늘어나고 있어서, 제대로 관람이 어려울 것 같아 급 피로감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대신 K11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실제 어떤 지 잠시 들어가봤다. 지하를 중심으로 매장 디스플레이를 살펴봤는데, 이 정도의 고급스러운 설계나 디자인은 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처음이라면 쇼핑이 아니더라도 스타의 거리에 있는 K11에 들러보는 것도 재미날 것이다.
다시 벌집 호텔로 돌아왔다...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숙소다. 이젠 내일 이곳을 떠나야 하니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마저 생긴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우리 가족은 저녁식사로 베트남 식당으로 갔다. 공교롭게도 거긴 청킹맨션의 란퐁유엔 바로 옆집인 하노이(Ha Noi)다. 매장 번호 S10. 맛은 so so. 가격도 so so.
위챗이 된다고 해서 토스의 위챗+ QR을 내밀었더니 결제 안 된다고 한다. 종업원이 HongKong WeChat Only!라고 외친다. 그래서 옥토퍼스로...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쯤에 란퐁유엔 매장을 슬쩍 봤더니... 자리가 많이 비어있다. 차찬탱 이어서인가? 저녁식사는 사람이 몇 없다.
실질적인 여행 마지막 날밤. 가족 모두들 피곤에 쩔어 일찍 잤다. 나만 잠을 못 이뤄 늦게까지 라디오 듣고 호텔밖 구경을 하다 잠을 이뤘다.
2월 7일 수요일. 여행 마지막 날.
난 아침 일찍 일어나 마스터콘지로 가서 쇠고기 콘지 2인분을 사서 돌아왔다. 다들 집에 돌아가야 해서 식욕을 잃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전날 사놓은 컵라면과 라면, 그리고 콘지로 식사를 했다. 모두들 빨리 공항으로 가서 가져갈 선물 사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다.
식사는 9시가 다 되어서야 마쳤다. 그때부터는 짐 싸는 것에 집중. 나는 이미 정리 다 해놓은 상황이고, 선물을 살 계획도 없어 느긋하게 한국의 아침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이제 아내와 딸아이가 짐 싸서 우리 방으로 왔다. 최종 점검의 시간. 공항 수하물 규정에 맞게 짐을 싼 건지 무게도 재어보고... 대한항공은 25kg까지인데... 이것저것 딸아이 선물을 합쳐보니 20kg가 안된다. 합격!
각자 여권과 지갑에 남은 돈 체크와 빠뜨린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나가려는데, 아침 방송에서 마침 등려군의 첨밀밀이 흘러나온다! 우리가 지금 홍콩에 있는 걸 아는 것 같이 흥겹고 낯익은 음율이 흘러나오니 가족 모두 허밍을 한다. 좋은 일이 생기려나보다... 하고 10:50 체크아웃 시간까지 꽉꽉 채우고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체크아웃 때 첫번째 질문은 역시나 디파짓! 염려 말라며 2주 후 취소될 거란다. 뭐, 안 그래도 카드 앱에서 전표미매입으로 이번 달 청구금액에서 빠져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별 걱정 없이, OK, bye bye로 화답하며, 호텔을 나섰다.
이젠 익숙해진 정거장과 도로들... 고장난 캐리어 바퀴를 끌며, 5분도 안 걸려 공항버스를 탈 수 있는 정거장에 도착했다. 정말 많은 버스가 정차하는 것을 보니 여기가 아주 교통의 요지인 것 같다. 기다린 지 채 5분이 되지 않아 운 좋게 공항 가는 A21번을 탔고, 승객이 몇 없어서 바로 2층 1열에 (나만 빼고) 착석했다. 여성 승객 한 분이 먼저 선점해서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나만 2열 혼자 앉고 나머지 가족 3명은 1열에 착석...
버스가 침사추이 네이션로드를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승객은 점점 늘어났다. 11시 5분쯤에 버스를 탔는데, 11:50분쯤까지도 침사추이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중간 정차역이 아주 많았다. 그러나 침사추이를 벗어나자 버스는 빠르게 공항쪽으로 달려갔다. 버스를 타고 약 20분 정도가 지나서부터 이슬비처럼 내리던 비는 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계속해서 내렸다.
귀국하는 공항은 늘 마음이 바쁘다. 식사도 해야 하고, 선물도 사야하고, 짐도 맡겨야 하고 할 일이 많다. 이번 여행에서 환전한 현금은 모두 선물 사는데 썼다. 그리고 식사와 선물을 살 때 카드결제(공항은 어디서나 카드가 되니까) 때는 실시간으로 홍콩화폐로 환전해서 금액을 맞췄다. 안 맞춰도 사실문제는 없는 것이, 넉넉하게 충전했다가 다시 환전하면 되니까. 정말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현지 화폐로 물건 사는 스트레스를 없애주니... 물건을 더 사게 되잖아...?
귀국하기 전 마지막 점심은 공항 호흥키로 갔다. 대기 손님이 많지는 않았지만, 4명이라 금방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미리 손님 숫자에 맞춰 대기표를 받는 시스템이 인상적이다. 우린 4명이라 B타입 테이블. 금방 자리가 났다.
이번엔 정말 원 없이 완탕면과 딤섬 먹고 간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아내도 이젠 질린단다. 중간중간에 완탕을 먹었고, 딤섬도 두어 번 먹어보더니 질린단다. 마지막 딤섬은 샤오마이로 끝을 내고.
첨에 물을 주지 않길래, 뭐지 했는데, 아차 여긴 홍콩이지. 보이차를 준다. 한잔 그득... 차주전자를 주지도 않는다. 더 필요하면 주겠단다. 그래 뭐 필요하면 더 시키지 했는데... 결국 차 한잔만 마셨는데, 계산 때 보니 찻값으로 1인당 HKD20씩! 각자 3,400원짜리 보이차 한잔 마셨다. 완탕과 딤섬이 맛은 있어서 기분 좋게 나왔다.
식사 후 기화병과와 면세점 들러 이것저것 사다 보니 벌써 탑승시간이 다 되었고, 오후 3시는 금방 다가왔다. 어느새 탑승.
음.. 이제 출발이네... 하고 있으니 어느새 기내식 저녁이 나오고... 잠시 모두 취침시간을 가지고 화장실 한번 다녀오고 잠시 음악 듣고 있으니... 곧 착륙한다네...
이번 홍콩 가족여행이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 다 큰 성인이 된 자녀를 데리고 간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이 될 여행. 다음번에 우리 가족이 함께 갈 땐 아이들이 우릴 데리고 가겠지? 아님 또 다른 기회가 있을까?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그땐 시간의 문제가 되어 있을 테니...
아이들도 다 자라서 이번 여행의 의미를 잘 알 것이다. 홍콩이라는 조금은 낯설지만 그렇게 이질감이 없었던 여행이라, 모든 과정을 즐겁게 행복하게 기억해 주길 바랐는데, 아이들과 아내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홍콩 가족여행기는 마친다. 음~고이!
참고. 홍콩에서는 로밍을 하든 유심을 바꿔서 사용하든 스마트폰 설정을 무음으로 해놓으면 사진 촬영 시 촬영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만 설정과 관계없이 스마트폰 사진 촬영 시 촬영음이 강제되어 있다. 한동안 무음 때문에 사진 촬영이 된 건지 헷갈리기도 했는데, 홍콩에서도 한국에서처럼 사진 촬영음을 들으려면 무음을 해제하면 된다. 단, 한국에서 구입한 공기계 스마트폰을 가져가서는 무음 설정 후에도 촬영음은 발생한다.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