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기술 이야기

MP3P의 살 길

킬크 2006. 6. 5. 08:49

MP3 Player는 우리나라가 종주국이라고 자랑하는 디지털 기기이다.

지금도 시장에서 한국산 MP3P가 유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저가 시장의 중국산과 애플의 iPod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

이는 경영란으로 이어져 도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외형적인 문제는 이렇다.
MP3P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PMP나 핸드폰 등의 멀티 복합 디지털 기기에 비해 단순한 음악파일만 제공함으로써 그 입지를 스스로 위축시키고 있었다.

또한 가격은 경쟁적인 중국업체와 메모리 가격의 하락으로 인하여 급속하게 낮아지고 있으며, 기능은 대부분 비슷하게만 만들어 특별한 차이점을 만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중국산 저가제품들은 인기있는 국내 모델들을 그대로 베껴서 출시하고, PMP 등은 MP3 기능은 기본탑재중이며, 핸드폰과 같은 저장매체를 가진 기기들도 속속 MP3P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뻔하게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다.

근데 왜 애플의 iPod는 승승장구 하는 것일까? 같은 MP3P인데 왜 iPod는 성장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은 하지 않았을까?

단순히 애플이라는 거대한 회사가 만들어서?
아니면 모양이 예쁘기 때문에?

애플의 iPod에는 iTunes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엔 음악만 듣는 단순기기였다가 현재는 제한적이지만 영상도 같이 보여주는 semi-PMP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 기능만으로 iPod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iTunes라는 멋진 가치사슬(Value Chain)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iPod를 단순히 기기를 판매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팔았다.

MP3P는 음악이 주 소비 콘텐츠이긴 하지만 iTunes에서는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가치를 찾아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Podcast'라는 음악 외에 음성 콘텐츠를 블로그 등의 매체로부터 확보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법을 iPod에 부여한 것이다.

유료와 무료를 병행하여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양질의 콘텐츠를 자사의 MP3P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다. 'MP3P는 음악을 듣는 기기라는 것을, MP3P는 콘텐츠 플레이어다.' 라는 등식을 소비자에게 만들어 준 것이다.

현재 Podcast는 일종의 문화 아이콘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MP3 파일이 반드시 음악일 필요는 없다. 그 내용이 어학용 녹음 파일일 수도 있고, 재밌는 동화를 읽어주는 음성일 수도 있고, 만담이나 유머 내용을 들려주는 라디오 녹음일 수도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을 iTunes를 통해 iPod를 부각시킨 것이다.

국내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레인콤의 iriver나 삼성의 Yep의 경우도 이런 iTunes 같은 서비스 가치사슬을 두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서야, 삼성이 MS와 손잡고 Urge라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정작 국내에는 이런 서비스가 없는 상황이다.

국내는 핸드폰을 중심으로 이통사들이 음악 포털 서비스를 하고 있을 뿐이다. '멜론', '도시락'등이 있고 포털중에는 '쥬크온' 같은 사이트가 고작인데, 이들도 대부분 음악 파일만을 취급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MP3P를 가진 소비자들의 경우 음악 이외의 콘텐츠에 대해서는 확보할 방법이 별로 없고, PMP 등의 판매촉진으로 영상분야로 관심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상황이 이러하다고 모든 국내 업체가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제조 업체들은 자신들만의 고유 기능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는데, 아이옵스는 플레쉬를 플레이할 수 있는 기능을, 미디언은 스피커를 내장하고  메모리 착탈식 MP3P 기능을, 엠피오는 영어 콘텐츠를 타깃으로 기능을 구성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MP3P 시장의 공급사슬 중, 가장 중요한 소비 콘텐츠에 눈을 돌리는 업체가 없다는 점이다.

결국 MP3P도 콘텐츠를 작동시키기 위함인데, 정작 들을 콘텐츠가 없다는 점에서 보는 콘텐츠 쪽으로 넘어 가는 것이다. PMP는 보고 듣는 것이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PMP 역시 지속적인 콘텐츠 제공이 없으면 MP3P의 상황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기의 기능 개선과 가격 경쟁만으로 시장에서 살아날 수 없다. 콘텐츠가 답이다. 어서 빨리 MP3P에도 공급과 소비의 현명한 가치사슬이 만들어져야 한다. 콘텐츠를 사슬안에 넣어야만 MP3P는 살 수 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