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메일박스의 용량을 기가(Giga)의 시대로 이끈 것은 구글이었다.

처음에 사용자들에게 1GB의 공간을 제공한다고 발표했을때 많은 메일 서비스 기업들은 놀라움과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 많은 공간을 많은 사용자에게 제공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할 거냐고, 사용자들의 메일 공간에 1GB씩이나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시하고, 구글과 같은 대응을 해야 하는지 등의 여러 가지 의문과 고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은 거의 3GB에 가까운 공간을 제공한다. 구글측은 메일 사용 공간을 지속적으로 늘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후로 파란, 드림위즈, 엠파스, 야후 등이 속속 기가급의 공간 제공을 발표했다. 최근엔 다음까지 가세하여 조건을 내걸고 1GB 업그레이드를 약속하고 나섰다.

내 경우 구글의 gmail을 지속적으로 사용해 오고 있지만 공간이 GB로 제공된다는 것에 큰 차이점을 못 느끼고 있다. 다른 메일 서비스들 역시 주로 사용하고 있지 않아서인지 용량의 이점은 크게 없는 편이다.

이처럼 내겐 기가바이트의 메일공간이 왜 필요가 없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우선 메일의 용도를 생각해 보았다.

메일의 용도는 대부분 간단한 문서 전달과 함께 의사교환의 목적이 강했다. 그 외엔 안부성 메일이나 외부 서비스의 Direct Marketing메일 수신, 각종 고지서 메일 수신, 뉴스레터 수신 외엔 받을만한 메일이 없다. 이런 메일들 꾸준히 놔둬도 1년에 200~300MB도 되지 않는다. 보관의 가치가 없기 때문에 보는 종종 지우거나 가끔은 일정 기간 보관후에 지운다. 공간의 염려때문이 아니라 가지고 있을 가치가 없기 때문에 지우는 것이다.

때로, 메일을 통해 영화나 음악, 기타 사이즈가 큰 파일의 교환용으로 사용할 경우가 있을 것이다. 물론 나의 경우 영화같은 대용량의 파일을 주고받는데 메일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메일의 특성상, 큰 사이즈의 파일을 수신 또는 송신할 경우 메일 서버의 상태가 어떠한지를 잘 알기에 그런 위험한 모험은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가끔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메일 서버는 파일교환서버가 아니다. 사이즈가 큰 메일을 주고 받을 때는 메일 서버 사이의 연결(mail connection)이 계속 보장되어야 하므로 네트워크와 메일서버 하드웨어에 많은 부담을 준다.

메일서버의 임무는 언제나 네트워크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언제나 메일을 받고, 언제나 메일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메일의 첨부 사이즈에 제한을 두고, 스팸을 막아내고, 연결 시간 제한(timeout)을 두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포털의 메일서버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국내 최대의 이메일 사용자를 가진 다음의 한메일의 경우에도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아주 많은 수량의 메일 서버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많은 서버들로 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들의 메일 공간을 저장하는 스토리지 서버 역시 서비스의 많은 부분과 비용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은 한메일 사용자가 중요한 고객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메일서비스에 투자를 하고 있다.

반면, 다른 포털들의 경우, 메일 서비스는 구색갖추기에 가깝다. 메일 서비스의 특성상 사용자의 주사용메일은 잘 바뀌지 않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서 서비스의 이전이 어렵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초기에 다음처럼 초기에 기선을 제압하지 못하면 사용자의 메일사용 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차별화(다음의 한메일과의 차별화)를 두기 위해 공간을 넓혀주거나, 손쉬운 파일 송수신 등의 장점을 제공하거나, 기타 장점으로 사용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국내 포털메일 중에서는 그래도 다음의 한메일 말고는 KTH의 파란 메일이 차별화에 일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대용량의 파일을 첨부한 메일을 수신하는데 무리가 없어서,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인기다. 그러나 메일 서비스는 파일을 보관하기 위한, 대용량 파일을 교환하기 위한 수단이 아님을 잘 알고 있고, 메일 역시 파일 교환 수단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아니다.

구글의 생각처럼, 사용자의 가장 개인적이며 사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의 메일을 바라보고 있는데 주목을 해야 한다. 메일의 송수신 내용이나 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면, 이를 광고나 네티즌의 생활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를 메일 사용공간과 교환한다고 하면 구글이 손해를 볼까? 3GB의 공간이 구글메일 사용자들의 커뮤니케이션 패턴을 분석하여 얻는 이익보다 적을까?

큰 용량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미 이러한 준비를 마친 구글의 gmail서비스와 일단 경쟁력 차원에서 메일 공간만을 늘여주는 포털의 메일서비스는 얻는 것이 틀리다.

근데 어느 업체가 10GB의 메일공간을 준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다면 그 메일을 사용할 사용자는 과연 몇명이나 될까? 물론 호기심에 가입은 하겠지만, 또는 재미삼아 자신의 영화 몇 편을 올려볼 수는 있겠지만 그래서 사업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서비스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 10GB의 공간이 그만한 가치와 바꿀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참고기사 : [전자신문]10기가바이트 대용량 메일서비스 등장

메일 용량 경쟁은 단순히 누가 얼마를 주니까 나도 준다라는 식의 경쟁이 되면 결국은 전략이 없는 쪽이 손해를 보게 된다.

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자주 한다.
'주로 사용하는 메일은 어느 서비스로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까?'

난 대부분 이렇게 대답했다.
'메일 주소를 바꾸지 않아도 될만한 사업자의 메일 주소를 얻고, 일부 용도에 따라 다른 메일 계정을 활용하십시오'

다만, 큰 사이즈의 파일 교환이 목적이라면 메일을 사용하지 말고 웹하드나 직접적인 P2P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하고 있다.

이제 메일은 받고 지우지 않는 것이 대세다. 보관가치가 없는 메일은 지우되, 공간의 압박으로 보관해야할 메일은 지우지 않는 것이 맞다. 그만한 공간을 주는 서비스는 얼마든 있다. 앞으로는 더 늘어나겠지만 우선 1GB의 공간만 있어도 메일을 관리하는데는 어려움이 없다. 메일 서비스는 신뢰도와 안정성이 최고다. 네띠앙과 오르지오를 지속적으로 사용한 이들의 후회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세계최대', '국대최고'라는 문구에 솔깃할 필요없다. 내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내게 '최고'인지 잘 판단하는 혜안(慧眼)이 있어야 한다.

공짜라고 다 같은 공짜는 아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