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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컴퓨팅 및 서버 분야의 화두는 단연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 이하 썬)의 인텔 CPU를 채용한 서버 개발 발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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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는 이미 2000년 초에 썬의 로우엔드(Low end) 서버에 SunFire V 시리즈라고 하는 인텔 제온 프로세서를 사용한 X86군 제품을 내 놓은바 있다.

당시에 X86 시장은 전쟁터였다. 2000년 초반까지 닷컴광풍의 최대 수혜주인 썬은 버블과 함께 자사의 유닉스 서버 시장이 급속히 냉각이 되었다. 이에 따라 경쟁업체들은 로우엔드 서버시장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HP는 자사의 CPU 개발을 중단하고 인텔과 함께 공동으로 CPU 개발을 하기에 이른다. Itanium이라는 프로세서는 그렇게 만들어 졌다. 한편 IBM 역시 로엔드 시장에서 자사의 프로세서를 장착한 서버와 별도로 X Series를 라인업하였다. 이미 이 시장에 뛰어들어 니치마켓을 차지하고 있었던 Dell 역시 이때부터 서버 매출이 호조를 보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썬은 자사의 로우엔드 서버를 보강하는 의미의 어정쩡한 X86서버군을 만들었다. 자사의 RISC CPU인 SPARC과의 별다른 차이없이 인텔 Xeon 기반의 서버를 동시에 출시하였고, 당연히 자사의 로우엔드 서버 판매에 더 주력을 했다. X86 서버는 단순히 MS의 윈도우 시장을 겨낭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러다 보니 X86 시장에서 호응을 얻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시장에서 쓴 맛을 본 썬은 2003년 인텔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자사의 OS인 Solaris 역시 X86용 버전 개발을 중단하기로 선언해 버린다. 즉, X86 시장 자체를 포기한 듯한 인상을 풍기며 인텔과 찜찜한 결별을 한 것이었다.

그 후 썬은 인텔의 경쟁사인 AMD의 옵테론 CPU를 채용한 제품을 출시하게 된다. SunFire X 시리즈로 나온 이 제품은 시장에서 의외의 반응을 얻게 된다. 낮은 비용에 썬의 서버 기술과 AMD의 64비트 CPU는 환상의 궁합으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고무된 썬은 개발 중단을 선언한 Solaris X86 버전의 지속적인 개발을 선언한다. 또한 Solaris OS 자체를 오픈소스화시킨다. 계속 폐쇄적으로 가져가 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자바에 대한 장악력도 높이기 위해 소프트웨어 분야에 많은 투자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3년 인텔과의 결별 후 썬의 생각처럼 인텔 CPU의 침체는 없었고, 오히려 유닉스 시장보다 더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그 사이 썬의 경쟁자였던 HP와 IBM은 Dell과 더불어 X86 시장을 더욱 공고히 지켜나가고 있었다.

썬의 입장에서는 계속 놔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자사의 고성능 서버 시장은 지속적인 장악이 가능하지만 로우엔드 시장을 X86와 경쟁하기에는 자사의 SPARC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또한 단순히 하드웨어만으로 승부하기 어려운 입장에서 자사의 OS인 Solaris를 살려내기 위한 방법이 유닉스서버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경쟁자들은 '인텔+리눅스'와 '인텔+윈도우' 모델이 라인업 되어 있고, IBM의 경우도 'Power+리눅스'의 모델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데, 유독 썬만이 SPARC+Solaris 구도로 가고 있었다. 물론 'Opteron+리눅스' 모델과 'Opteron+Solaris' 모델이 있긴 하지만 역시 Opteron 보다는 Xeon이 시장 장악력이 훨씬 높은 상황이다.

또 새로운 X86용 'Solaris 10 업데이트'를 발표(기존 버전의 리비전)하면서 새로운 가상화 기술인 Zen(젠)을 발표하고 자사의 OS에 대한 시장 장악력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이상 인텔을 외면하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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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결합은 썬의 입장에서는 자사의 Solaris OS를 퍼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고, 인텔은 로우엔드 서버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시키고 경쟁사인 AMD를 궁지에 몰아넣는 효과를 얻을 절호의 찬스이다.

여담이긴 하지만, 두 회사의 결별 후 인텔서버와 Solaris X86 버전의 궁합은 최악이었다. 예전 최초 공동개발 이전까지는 OS가 인텔 CPU 기반에서 잘 포팅이 되었으나 결별 후 인텔 서버 프로세서가 들어간 서버에 잘 포팅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칩셋이나 써드파티 제품들에 있어서 호환성 문제가 가장 큰 부분이었으며 Solaris 역시 인텔 서버를 배려해 주지 않았다.

이제 이 두 회사의 재결합은 몇몇 회사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었다. 제일 우려하는 곳은 AMD 이며, 다음으로 기존의 X86 서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세개 회사, HP, IBM, Dell 이다.

인텔 CPU 기반의 시장은 더욱 경쟁적인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OS의 선택권 역시 기존의 Windows, Linux에 이어 Solaris도 X86 시장의 대세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을 할 수 있겠다.

CPU는 '규모의 경제'에 의해 생존하는 시장이다. 점유율이 낮은 CPU는 HP의 경우(PA-RISC)처럼 더이상 살아남지 못한다. Power, SPARC은 현재까지 양산과 함께 버티고 있는 RISC CPU이다. X86 CPU는 더이상 PC만을 구동시키는 '성능이 떨어지는' CPU가 아니다. 그리고 CPU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는 운영체제(OS)는 서로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썬의 선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양사의 결합 제품 발표는 기업에 있어서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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