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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대표적인 전자산업 전시회가 한국전자산업대전으로 통합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전자전(KES), 반도체산업대전(iSEDEX), 정보디스플레이대전(IMID)가 '한국전자산업대전'으로 통합되어 내년부터 일산 KINTEX에서 열리게 되었다.

아이뉴스24 : 내년 亞최대 '한국전자산업대전' 출범

한국전자전(KES)은 매년 10월에 열리는 국내 최대의 전자 IT 가전분야 전시회이다. 올해부터 삼성동 KOEX에서 일산 KINTEX로 옮겨 열리게 되었다. 그에 비해 정보디스플레이대전과 반도체산업대전은 소규모 전문전시회이다. 결론적으로 3개의 전시회를 통합하여 운영한다는 것은 잘 된 일이다.

전시회라는 것은 신기술을 선보이고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연장이다. 따라서 전시회를 찾아오는 바이어의 숫자와 바이어의 질적인 면이 떨어진다면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것이 전시회들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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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3대 전자 정보 전시회는 CES(북미가전쇼)와 CeBIT(정보통신 박람회), IFA(가전 박람회)이다. 이들 전시회가 커질 수 있었던 것은 오랫 기간 동안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이 꾸준히 찾을 수 있도록 해마다 이슈를 만들었고, 이를 잘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은 이들 전시회를 통해 세계 정보 통신 전자, 가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기업들은 전시회를 통해 세계 각국 언론과 바이어들에게 신제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며, 언론은 풍성한 취재거리를 만들 수 있었던 행사들이다.
 
반면 국내 전시회의 경우, '국제'라는 전시회 명칭이 따라다니긴 하지만, 전시규모와 방문하는 바이어의 숫자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치러지고 있다.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그나마 유명한 홍콩전자대전이나 일본 무선정보통신대전 등에도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잠시 아시아지역의 관련 전시회의 상황에 대해 알아보면, 아시아 전시회는 유럽이나 미주쪽에서의 바이어 접근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행사 자체의 규모가 크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와는 달리 가전이나 정보통신 분야의 성장이 아시아 지역 주도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에서의 대형 전자 IT 가전 분야의 전시회가 필요한 것이 지금의 실정이다.

국내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전자 IT 가전 업체가 있고, 가까운 중국에도 후발 가전 업체들이 포진해 있다. 세계 최대 가전 전자 생산기지인 일본이 바로 옆에 있고, 가까운 지역에 대만, 홍콩, 싱가폴 등 연구개발 국가들이 있다.

여건상으로 지금이 아시아 지역을 위한 큰 전시회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대형 전시회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바이어들이나 참관업체들에게 관심을 끌만한 요소가 부족했었다.

앞서서 3대 전자 정보 전시회에는 다른 나라들보다 한국 기업들의 참가율이 상당히 높다. 세계적으로 중국과 대만 다음으로 한국업체들이 많이 참가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내에서의 시행되는 전시회는 그리 규모가 크지 않다.

그 이유는 전시회가 제시하는 전체적인 방향설정이 없고, 주제가 없는 밋밋한 전시회가 진행되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해외 바이어가 많이 찾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의 이면에는 해외 바이어를 맞기 위한 준비가 부족한 면도 일조를 하고 있다. 외국 바이어를 대할때면 최소한 언어 문제 정도는 해결할 줄 알아야 한다. 언어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외국인 바이어의 초청이 무의미해진다. 국제적인 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사의 제품을 영어로 설명할 정도의 능력은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기업이 국내에 많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그럴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다.

그 외에도 대형 국제전시회를 위한 지방이나 지역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국제 전시회는 서울과 경기(일산) 지역과 일부 대도시(대구, 부산, 광주 등)에서 열리고 있는데, 전시회 분위기를 북돋우고, 방문자와 바이어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야 하나, 국내 전시회의 경우 그런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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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GSM Barcelona 2007 전시장 입구)

올해 초 다녀온 3GSM의 바르셀로나는 도시 전체가 3GSM 행사를 치르는 듯한 분위기로 해외 방문객을 맞았다. 각종 볼거리와 공연 등 도시 전체가 행사를 위해 준비된 모습을 보였다. 뜨고 있는 전시회라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었다.

3월 독일의 CeBIT 역시 전시장의 거대한 규모에 또 한번 놀라게 되었다. 전시장 사이를 셔틀 버스로 이동해야 하고, 당일 행사가 종료되었을 때, 부스에서는 방문자들과 참가기업이 어울려 파티 행사가 매일 열리고 있었다. 마치 무슨 축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해 주었다.

그러나, CeBIT은 숙박이나 물가 등의 문제와 효과면에서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전시회가 되었다. 전시회 자체가 흥망성쇠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 역시 CeBIT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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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BIT Hannover 2007 전시장 12홀내)

CeBIT의 위기론이 대두되자 CeBIT CEO '에른스트 라우에'는 많은 참관기업이 있는 우리나라로 와서 앞으로 새로워질 CeBIT 2008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거대한 국제 전시행사는 국가와 지역, 나아가서는 행사주체들의 노력이 필수적인 사업이다.

전시회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야 하며, 특히 상업적인 전시회는 바이어가 많이 찾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정작 물건을 팔아줄 사람을 많이 데려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이어가 몰리는 전시회는 어디든 성공한다. 참관객이 많은 것도 전시회의 세(勢)를 알리는 것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들보다 참관업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제품에 관심 가지고 상담을 할 바이어들이다.

한국전자산업대전이 산업자원부의 주관으로 치뤄지게 되었다고 하니, 부디 산자부는 해외 바이어들이 전시회를 찾을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단순히 전시회를 위한 전시회가 아니라, 지방정부나 서울시 등이 협의하여 전시회가 도시 전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고, 전시 참가업체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돌아가도록 해야한다.

해외 바이어들에게 국내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준비를 하면 찾아올 것인지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국내 업체의 경우도 해외 바이어를 당당하게 맞을 수 있도록 언어 문제나 통역 등의 지원을 통해 업체들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다수의 국내 전시회를 경험해보고, 올해 3번이나 큰 국제 행사 전시를 참관한 나로서는 너무나 차이가 나는 국내외 국외의 전시행사를 비교해 보니 단순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얻을 것이 있다는 전시회에는 많은 참가업체가 몰려들고,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전시회에는 언론이 모여들고, 제품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전시회에는 바이어가 몰려든다. 참가업체와 바이어, 그리고 (해외)언론은 전시회 성공의 시금석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국내 전시회 참여를 꺼리고 있는 것에 관해 디지털타임즈가 보도한 기사가 있다. 한번 읽어보자. 특히 행사 주관 단체라면 반드시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디지털타임즈 : "바이어도 없는데 왜 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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