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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이야기

비싼 것의 역습

킬크 2008. 1. 2. 22:48
Made in China

우리가 사는데 쓰는 용품 곳곳에 프린트되어 있는 문구다. 언제부터인가 Made in Korea는 비싼 제품 외엔 볼 수가 없다.

한때 Made in USA를 추종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거대한 인구의 중국은 한창 시장경제의 문을 여는 것에 고민이 있던 시절이었다. Made in Korea보다 좋다고 소문난 Made in USA는 10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자취를 감추었다.

오늘, 문구점에서 아이들 일기장을 사가지고 왔는데, 중국산이었다. 벌써부터 중국산이라는 생각에 내구성과 디자인 그리고 활용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사온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제본본드가 떨어져 표지와 속지가 따로 놀고 있다.

이럴줄 알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쩔 수 없이 중국산을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잠시 돌아보았다. 만일 조금 더 비싼 국산이 있었더라면,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 교환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왜 중국산을 찾을 수 밖에 없었을까?

오로지 장점은 '싸니까'이다. 싼 경제(cheap economy)는 이미 우리나라를 점령했다. 우리는 지금 싼 경제의 정점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앞으로는 싼 경제의 시대를 벗어나게 될 것이다.

싼 경제를 주도하던 중국에, 결코 싸지 않은 경제가 구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싼 임금과 대량생산으로 인한 원가 하락으로 세계의 공산품 시장이 되어온 중국도 물가는 오르고 생활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인건비는 올라가고 있고,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있다. 그들이 소비하는 그들의 제품에도 어느순간 비싼 제품들이 팔리기 시작하고, 그들도 이제 싼 중국산에 대해 스스로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싼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Made in China는 새로운 명품시장을 부추기는 촉매역할을 해서 명품족을 만들어 냈다. 사실, 명품이 아닌대도 명품 취급을 받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명품의 기준이 중국산에 의해 낮아졌기 때문이다. 명품은 다량생산에서 소량 다품종으로 변경하여 시장에 나타나고 있고, 이런 제품들은 Made in Korea나 Made in USA들이다.

다수의 소비자들이 싼 제품에 매혹되어 어정쩡한 제품의 단종을 불러일으켰지만, 틈바구니에서 명품이 아닌 것이 명품 행세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소비자들은 놓치고 있다.

공산품뿐만 아니라, 먹거리 음식도 이미 국산이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다. 이젠 대량경쟁의 시대를 지나와서 어느 정도 귀한 상품은 당당하게 태극마크를 달고 시장에서 생존권을 쥐게 되었다.

세상의 물건들은 중국산과 중국산이 아닌 것으로 구분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시절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정점으로 서서히 그들이 누리던 세계시장점유 경쟁력을 조금씩 잃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목숨붙어 있던 제품들의 역습을 받게 될 것이다. 싼 것에 대한 경험이 좋지않은 것으로 남아 있는 소비재부터 서서히 탈(脫)중국이 시작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Made in China를 항상 차선으로 바라볼 것이며 최선은 다른 것들이 될 것이다. 사실, 이 문제가 중국이 처한 최대의 위기이며, 다른 나라 기업들이 맞이한 최대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미 주변에서는 비싼 것들의 역습이 시작되고 있다. 싼 것들의 공습에 비싼 것들의 역습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모두 고품격, 웰빙, 명품이라 이름붙은 것들이다.

비싼 것들은 모두 Made in China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들이 원래 가치를 넘어서 명품 대접을 받는 것도 중국산때문이다. 하지만, 얼마남지 않았다. 비싼 것들의 역습은 역습을 넘어서 또 한번 대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모두가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다. 우린 조만간 더 공세적인 비싼 것들의 공습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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