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저가폰 집중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토로라를 누르고 세계 2위의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사가 되었지만, 그에 따른 문제점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출하량을 늘이고 이머징마켓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저가폰이 필수적이다. 인도나 중국, 러시아, 중국 등 거대한 수요가 있는 시장에서 브랜드와 함께 단말기 가격은 아주 중요하다.

베트남에 저가폰 공장을 세운다는 것도 이러한 단가의 하락을 가장 먼저 염두에 둔 어쩔 수 없는 전략이다. 구미공장의 숙련된 작업자들이 만들어내는 휴대폰이 베트남의 초보 작업자들에 비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제품 원가에서 발생한다.

2008/03/26 - [기술 & 트렌드] - 삼성전자 베트남공장과 대구경북 모바일 산업의 위기

최근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영업이익이 계속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영업이익의 증가는 다른 분야보다 LCD 분야의 선전으로 크게 올랐다. 메모리 분야가 상대적으로 줄었고, 휴대폰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국경제 : 삼성전자 영업익 1분기 2조1540억…시가총액 100조 돌파   

주가도 계속 올라서 70만원을 훌쩍 넘어 지난주 한때는 74만원을 넘겼다. 2년만에 70만원대 고지를 다시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실적뒤에는 협력업체들의 어려움도 숨어 있었다. 지난주 금요일 3일간의 황금연휴가 시작되기전 금요일 저녁에 연합뉴스를 시발로 삼성 구미공장의 휴대폰 제조라인 일부가 가동이 중단되었다는 뉴스가 올랐다.

연합뉴스 : 삼성 구미공장 부품 납품안돼 일부라인 가동차질

AI, 광우병 파동, 부처님 오신날, 연휴 등으로 뉴스는 그리 부각되지 못했지만, 협력업체의 납품거부로 구미공장의 (일부이긴 하지만) 생산라인이 멈춘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휴대폰이 제조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20년만에 처음 벌어진 일이다.

프레시안 : 삼성전자 협력업체의 반란, 이유는?

20년간 이런 일이 없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관리의 삼성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다 있다. 납품중단이라는 것은 협력회사로서는 자살행위에 가깝다.

왜 협력업체들은 그런 '자살행위'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그것은 그만큼 회사운영에 절박함이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정상화되더라도 더이상 삼성의 협력업체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매년 납품 단가를 정할 때 의견을 반영할 기회가 있으며, 물량을 조절하려면 3개월 전에 통보하게 돼 있는데 절차를 무시하고 곧바로 납품을 중단했다. 나머지 업체와도 소신을 갖고 상거래행위에 맞게 일을 처리하겠다" (기사 내용 중에서 발췌)

위 내용은 공장을 대표하는 사람이 한 발언이다.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우선 그에게서 당황스러움과 단호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뒤에 느껴지는 각오(?)는 담당 협력업체에게는 무섭게 느껴질만하다.

매일신문 : 삼성전자 구미사업장-협력업체 '납품중단' 일단락

매일신문이 진단하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문제의 해결책은 '전혀' 아니다. 다 알면서 왜 그렇게 진단하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지난 주말에 일어난 사건의 발단과 결과였다. 원만하게 해결된것처럼 언론에 보도되었다. 모두 연휴동안 일어난 일이어서 업무가 정상화되는 내일부터는 관련 후속기사는 없을 거 같다. 있더라도 미미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비슷한 사례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계속 일어날 것이다. 국내에서의 생산량은 줄이고, 해외 주요 생산국의 라인은 더 바빠질 것이다. 지금의 전략으로는 그럴 수 밖에 없다.

내수 시장은 몇몇 고가폰(햅틱폰 같은...)의 시험무대가 될 것이기 때문에 폭발적인 생산증가는 없을 것이다. 고가폰이 엄청난 수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국내 공장에서 생산량을 늘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협력업체의 물량도 줄것이고, 더이상의 고용창출도 불가능할 것이다. 협력업체에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대안을 마련하는 것 외엔 없다고 봐야한다.

을(乙)이 갑(甲)에게 취할 수 있는 최대의 어필은 납품중단이다. 왜 그랬을까? 정확한 이유를 아는 것은 갑과 을밖에 없다. 그저 제3자인 우리들은 추측만 할 뿐이다. 하지만 '안봐도 비디오'라는 말이 떠오르는 이유는 왜일까?

삼성전자의 휴대폰 단말기 국내생산 축소는 이미 기정사실화 된 것이다. 믿기 싫어도 현실이다. 협력업체들의 마음의 준비와 실질적인 고객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원가를 낮출 수 없다면 제조라인을 바꿀 수 밖에 없다. 수출이 늘어난다고 마냥 좋아할 것이 아니다. 오를대로 오른 원가부담은 기업에게도 큰 짐이 된다.

베트남공장이 가동될때까지 단계적으로 물량은 줄어들 것이다. 그에 따른 협력사들의 성공적인 자구책만이 생과 사를 가르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더이상을 기대하면 위험만 따를 뿐이다.  
Posted by 까칠한 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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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naver.com/wickedkimchi BlogIcon 치원 2008.05.13 1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또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라인 스톱이라 함은 극단적인 상황입니다. 대규모 불량과 같은 사태가 예상될 때, 라인을 멈추거든요. 그리고 당연히 라인 스톱의 원인 규명을 찾고 꽤 민감한 주제로 피드백을 줍니다. (고과 감점 등)

    그런데, 내부자 문제도 아니고 공급 중단으로 인한 라인 스톱은...

    최악이지요. 말씀하신 내용 중에 틀린 내용이 하나도 없습니다. 과거 휴대폰 20% 이상 영업이익률 올린 적도 있었으나, 그건 과거의 일일 뿐입니다. 베트남이 중국보다 싸다고 갑니다. (중국이 시장이 큰데도)...

    핵심 독점 경쟁력이 없다면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사실 비즈니스계의 정론이죠.

  2. Favicon of http://blog.naver.com/wickedkimchi BlogIcon 치원 2008.05.13 1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나저나 기자들은 사실을 보도할 때, '칭찬할 건지, 깔건지 두가지 중에 하나만 선택한다고' 했는데... 프레시안 기사 제목 멋지군요... ㅡㅡ;

    삼성전자 TN 총괄은 작년 1분기에도 8000천억 이상의 순익을 냈죠. 너무 개념이 없어 보입니다. 회계실적은 전분기 비교가 아니라 계절적 특수성으로 인해서 전년도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지요.

    기자가 기자다워야 기자지...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