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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마니아라면, 대구에 온다면 반드시 들러봐야할 곳이 두 곳이 있는데, 달서구 송현동의 '가야성'과 남구 이천동의 '진흥반점'이다.

2007/04/18 - [맛집 방문기] - 짬뽕예찬 - 가야성

가야성의 짬뽕이 깔끔한 매운맛과 쫄깃한 면발을 자랑한다면, 진흥반점은 국물로 승부를 건다. 돼지사골 육수의 걸쭉하고 매콤한 맛은 이 집만의 전매특허다.

진흥반점은 재료 떨어지면 손님 안받는 짬뽕집으로도 유명하다. 오전 11시에 가게를 열어서, 오후 5시까지 손님을 받긴 하지만, 5시 전에 그날 준비한 재료가 떨어지면 더이상 주문과 손님을 받지 않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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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반점의 주방은 손님이 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홀에 약 24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방 두개에 12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다. 일이 끝나면 이 방에서 가게의 주인인 노부부가 잠을 주무신다고 한다.

음식을 직접 만드시는 분은 사진에서 보듯이 가게 주인 할아버지다. 분홍색 앞치마에 티셔츠를 입은 멋쟁이 주방장 할아버지가 주로 요리를 하고, 할머니는 보조 요리사 역할을 한다.

아들과 딸로 보이는 젊은 사람 둘이 주방 서빙을 하고, '아제'로 불리는 남성이 잔반과 그릇 등을 치우는 일을 하고 있다. (경상도에서는 아저씨를 '아제'라 부른다.)

이 집에 오면 주로 짬뽕을 시키고, 면이 떨어지면 짬뽕밥을 시킨다. 이미 짬뽕 국물은 할아버지의 주 요리 기구인 넓은 프라이팬과 화덕 왼쪽에 있는 솥에 담겨져 있으며, 계속 약달이듯 달이고 있었다. 아마도 이 솥의 국물 조절이 가장 포인트인듯.

주방장 할아버지는 연신 프라이팬에 돼지고기와 각종 해산물 재료를 볶고 있었다. 진흥반점의 짬뽕재료에 탄냄새(불맛)는 예전의 음식맛을 기억하게 하는 주요 메타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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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도착한 바람에(오후 4시 정도에 운좋게도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었다. 뒤에 온 사람들 돌아가야했다.) 짬뽕은 못먹고 짬뽕밥을 먹었다. 한그릇 5천원이지만, 밥인심 아주 후하다. 밥이 면사발에 가득 담겨 나온다.

진흥반점 짬뽕의 특징은 한마디로 걸쭉하고 매콤한 국물맛과 싱싱한 해산물, 그리고 특이하게 숙주나물과 부추를 곁들이는 것이 다른 짬뽕과의 차별점이라 볼 수 있다. 전혀 느끼하지 않은 국물맛이 신기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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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적지않은 양의 볶음 돼지고기는 구수한 맛과 불맛이 느껴져 인상적이다. 숙주와 부추와 함께 어울리는 돼지고기맛이 오후 4시가 살짝 넘은 시간에도 식욕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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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지막 손님이라 이미 홀에는 가게정리가 끝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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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반점을 인터넷에 찾아보면 대부분 가게 정문에서 줄 선 사람들의 모습이 나올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영업이 끝났다고 보면된다. 늘 저렇게 가게 셔터도 조금 내려와 있는 모양이다.

일행이 줄서서 기다릴때 포장을 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줄서서 기다리면서 음식점 서빙하는 분에게 반드시 인원과 주문을 미리해야 한다. 포장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마지막에 재료가 떨어진 상태에서 손님을 받는 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가야성의 손님들의 자치질서(?) 시스템과 달리 진흥반점은 자체기록시스템(노트와 볼펜)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나중엔 매출결산에도 이용하는 것 같다. 대략 계산해 보았을때 하루에 300 그릇 이상은 판매될 것 같다.

우리가 주문접수를 끝내는 사이에도 주문을 하러 왔다가 재료가 떨어져 돌아가는 손님들을 보았다. 한발 늦었다며 허탕치고 돌아가는 모습에서 다시한번 이 가게의 포스가 느껴졌다. 보통 5시까지니까 그 전에 가면 먹을 수 있겠지 하면서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나오는 손님들을 보았는데, 젊은 여자분들과 나이 많은 중년 남녀분들이 계속 나왔다. 젊은 사람에게도 나이든 분들에게도 입맛이 맞다는 것 아닐까?

또 해장하러 여기 왔다는 사람도 보았다. 사실 맛을 보니 술을 먹고 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속풀이로는 그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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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반점 덕분에 돈버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가게 앞에서 미군기지 담벼락으로 주차비를 받는 공영주차장 관리인이다. 따로 주차할 공간이 없으므로 30분에 600원하는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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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차를 가지고 오는 사람이 유난히 많았다. 진흥반점이 있는 건들바위 사거리 미군기지 근처는 주로 미술상들이 모여있는 거리이다. 조용한 분위기의 동네에 유독 진흥반점만 사람들이 들끓는다. 오후 5시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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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된다.)

진흥반점은 대구 지리를 조금만 아는 사람은 금방 찾는다. 남구 건들바위 네거리를 찾고, 거기서 대백프라자방향(대봉교 방향)으로 가는 방향에 첫번째 골목에서 우회전하면 작은 삼거리가 보이는데, 바로 왼쪽에 있다.

진흥반점을 처음 찾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것은 가게를 찾아온 사람들이 줄 서 있는 모습일 것이다.

웬만한 네비게이션에는 대구에서 '진흥반점'을 찾으면 다 나올 것이고, 혹 모른다면 '대구광역시 남구 이천동 311-28번지'를 검색하면 된다.

이 가게에서 후한 서비스를 받을 생각은 말아야 한다.(그렇다고 서비스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줄서서 기다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아야 하며, 가끔은 할머니의 잔소리도 들을 각오는 되어 있어야 한다. 욕쟁이 할머니와 비교는 사절, 그런 의미는 아니다. 전형적인 경상도 할머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 하나, 이 가게 '아제' 참 재밌는 분이다. 젊은 사람 둘 말고 음식점 허드렛일을 돕는 남자분이다.

대구에서 과음하고 다음날 속풀러 가고 싶을때, 진흥반점을 강력 추천한다. 다만, 짬뽕을 참고 기다릴 수 있는 정도의 속사정을 가진 상태로 찾기 바란다.

참, 위 사진 모두 비키니폰인 LG-SH640으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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