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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을 사용하다보면 고장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어떤 제품은 수명을 다할때까지 써도 문제가 없지만, 어떤 제품들은 멀쩡하게 사용하다가 갑자기 고장이 나기도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가전제품들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반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전자제품은 대기업 S사와 L사의 제품이 가장 많다. IMF 사태이전까지만해도 D사와 H사의 제품들도 시장에 나와서 나름대로 사용되어 왔었지만 지금은 그 중에 일부 품목만 아직도 시장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기업 전자제품들 중 중소형가전은 OEM에 의한 국내중소기업제품이 많고, 백색가전과 대형가전, 컴퓨터, 디지털 AV 제품들 중 고가의 제품들만 대기업이 직접 생산한다. 또한 S사 L사를 제외한 다른 제품들은 중국산을 비롯한 외산제품들과 국내중소기업, 특정 분야의 중견기업에서 만든 제품들이 안방을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그들의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존재하지만, 언젠가는 일어날 만일의 고장에 대비해서 약간의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중소기업이나 중국산, 브랜드가 알려지지 않은 제품대신에 그들의 제품을 구매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대기업 가전제품을 자주 구입하는 이유는 대기업 제품이어서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면도 있지만(순전히 마케팅에 의한 신뢰다), 그들의 사후서비스(A/S)센터가 우리 주변 곳곳에 있기 때문에, 타사의 제품보다 좀 더 신뢰하고 제품을 구입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지난주 나는 L사에서 만든 PC용 광드라이브(DVD 드라이브) 제품의 트레이가 들어가지않는 고장을 발견하고 바로 다음날 서비스센터에 맡겼다. 집에서 사용하는 PC는 3년전에 직접 조립한 것이었고, ODD는 L사만 고집해서 사용했으며, 3년전 산 드라이브는 작년에 고장이 나서 현재의 드라이브는 작년 말에 구입했다.

이제 채 1년이 되지 않아 무상 서비스 보증 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트레이가 들어가지 않으면 필시 트레이를 옮기는 기어쪽의 문제일 것이 분명하지만, 괜히 뜯어서 모험을 하는 것보다는 서비스센터에 맡기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센터에 맡기게 되었다.

국내 대기업의 가전제품 서비스센터는 친절하다. 또한 S사 L사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여서 서비스 경쟁도 치열한 편이다. 소비자가 봤을때 이러한 경쟁은 보기가 좋다.

그러나 제품이상으로 서비스센터를 자주 방문한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 되도록 방문할 일이 없어야 하는 것이 제일 좋다. 생각해보니 요즘엔 예전보다 가전제품의 고장이 잦은것같다는 생각도 든다.


고장난 제품을 맡길때는 간단한 고장인줄 알았는데, 제품을 분해해본 기사는 몇번 작동시켜보고 살펴보더니 오늘 수리가 불가능하겠다고 했다.

어설프지만 약간 아는 상식으로 다시 한번 잘 살펴보고 간단히 해결 가능하면 지금 고쳐서 가져가고 싶다고 전했지만,
기사는 몇번 휙 둘러보더니 부품교환이 필요하고, 지금 자재가 센터내에 없으니 주문하면 내일이나 되어 수리가 가능하다는 말을 했다. 일단 부품이 없다는데는 더이상 요구할 말이 없어서, 잘 고쳐 달라고만 하고 돌아왔다.

다음날이 되어 퇴근시간이 다 되어가는 5시에도 연락이 오지 않아 서비스센터로 연락했더니, 이미 다 고쳐놨다고 한다. 어제 내게 연락도 했다는 거짓말(?)도 했다. 난 전화받은 적도 없는데 말이다. 그것도 전화한 그날이 아니라 맡긴 날 금방 고쳤다는 것이다.

예상대로 간단하게 기어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아 해체했다가 다시 조립하면 끝나는 수리였다. 부품이 들어갈 것도 없었다. 그럼 수리 후 바로 연락 했어야 하는데, 난 전화 받은 적이 없었다. 센터 측에서는 분명 전화했단다.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거나 서비스 센터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하여, 제품을 찾으러 갔을때 이런 불만을 그대로 전달했다. 해당 서비스센터 기사는 죄송하다는 말을 몇번이나 되풀이했다. 물론 내가 느끼기엔 거의 '건성'이었다.

간단히 수리 가능한지 여부를 물었는데, 부품 교환이 굳이 필요하다고 한 점, 바로 수리 하였으면 연락을 취하고 찾아가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연락받을 휴대폰, 유선전화 모두 기입했다), 다음날에도 내가 먼저 연락을 하기 전에 연락이 오지도 않은 점 등을 따졌다.

만일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으면, 다음날 다시 전화해서 고쳐졌으니 찾아가라는 말을 다시한번 전해야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수고한 서비스센터 기사분에게 한 불만토로는, 제품을 잘 고쳐주고도 이런 절차상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한 것이었다. 제품이 제대로 고쳐지면 그만이라고 하겠지만 그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품을 고치고 난 다음날 아침에 문자가 하나 왔다.


문자 내용은 수리받은 것과 연관하여 보낸 일종의 해피콜(Happy Call)인 것 같은데, '적극추천', '10점'이라는 단어를 보니, 본사에서 CS(고객 만족)평가를 위해 전화가 올 것이라는 일종의 귀뜸이었다.

사실 '적극추천' 또는 10점 만점에 '10점' 줄 서비스는 분명 아니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거의 다되어 가는 오늘 점심시간, 정확하게 12시 38분에 02-1588-xxxx의 번호로 내게 전화가 왔다. L사의 서비스센터 대표번호였다.

일부러 점심시간을 골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심을 바로 먹고난 시간이었고, 고르지 못한 전화연결 상태로 상담원이 내게 전화를 했다. 아마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콜센터에서 인터넷전화를 사용하여 전화를 한 것 같았는데, 음질이 상당히 나빴다.

예상대로 서비스후 고객만족을 묻는 해피콜이었다.

해피콜에 내가 답하는 서비스 평가에 따라 필시 해당 센터의 평가와 기사의 평가가 동시에 이루어질 것이다.

상담원은 내가 무슨 물건을 고친지도 모르고 있었다. '맡기신 PC는 잘 고쳐졌습니까?'라고 물어본다. 정확하게는 PC가 아니라 DVD 드라이브인데 말이다. 귀찮아서 더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일단 내가 어떤 제품을 고쳤고, 어떤 부분의 문제제기를 했는지도 전달이 안된것 같다. 물론 해당 서비스센터는 질책을 당할 사항을 수리결과보고에 올려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콜센터에서는 서비스 종결 보고가 올라왔으니 소비자 만족도 조사만 하는 차원이었을 것이다.

나는 지난주에 서비스센터에 이야기 했던 불만들을 이야기 하지 않고, 그냥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전화 상태도 별로였고, 서비스받은 제품도 모르는 상담원에게 어떤형태의 불만 토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수리를 끝낸 센터와 기사를 괜히 욕먹이기는 싫었다.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해봤다.

해피콜은 말그대로 서비스가 끝난 고객에게 A/S 후의 결과에 대해 만족하는지를 묻는 서비스의 한과정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고객의 만족을 더 이끌어내고 내부 서비스 시스템의 평가를 끌어내기 위한 과정이다. 정말 고객이 해피(Happy)하라고 전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L사가 취하고 있는 해피콜은 문제가 있어보였다. 지역 서비스센터측과 기사는 평가에만 관심이 더 많은 거 같았고, 콜센터는 형식적인 해피콜을 고객에게 보내고 있었다. 오히려 이번 경우는 해피콜이 아니라 언해피콜(Unhappy Call)이 되어 버렸다.

S사도 해피콜 제도가 있지만, 가끔 설문조사 같은 해피콜을 날리는데 정말 따분하고 너무나 형식적이라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만족한다를 1에서 10점으로 평가하신다면 몇 점 주시겠습니까?' 이런 질문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물론 이번에 그렇게 물었다는 것은 아니다. 만족도를 체크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서비스센터의 임무는 문제있는 제품을 가져온 고객에게 잘 수리하여 돌려주는 것이며, 되도록 제품의 문제로 서비스센터를 찾지않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또한 제품을 수리하고나서 해피콜을 보내려면 서비스센터측은 제대로 이력을 남겨서 진짜 소비자의 불만이 뭔지, 서비스에 만족하는지 등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 형식에 그치려면 해피콜은 필요없는 마케팅 행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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