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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의 3분기 실적은 그리 나쁘지 않지만, 매출의 구조가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보다는 무선쪽에서 늘고 있다는 점은 AT&T의 고민과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AT&T는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KT에 비유할 수 있다. 전국적인 유선전화사업자이면서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체적으로 AT&T Wireless를 두고 있어서 KTF와 분리된 KT와는 조금 다르지만, 어쨋든 미국이라는 나라의 가장 큰 유선통신회사라는 점에서 KT와 닮았다고 볼 수 있다.

AT&T는 올해 3분기 동안 313억 달러의 매출(순이익 32억 달러, 주당 55센트)을 올렸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4%가 증가한 수치인데, 증가의 주요 부분이 무선쪽 매출이다. 전년동기 대비 무려 15.4%나 증가한 126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3분기에 2백만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여 전체 7천 5백만명의 가입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무선가입자의 증가는 Apple의 iPhone 덕을 봤다. 3분기에 689만대의 iPhone 판매를 기록한 Apple은 그 중 거의 1/3에 가까운 물량인 240만대를 AT&T를 통해 팔았다. AT&T는 240만대의 iPhone 계약자들 중 40%는 신규가입자이다.

2년 계약으로 199달러에 iPhone을 팔았는데, 대당 375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240만대로 계산하면 대략 9억 달러의 보조금이 지급된 것으로 알 수 있다. 주주들은 과도한 보조금을 걱정했지만, AT&T 경영진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역설하고 있다. 사실상 iPhone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이익은 줄어드는 희안한 구조인데 보조금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어찌되었던 중요한 것은 AT&T의 매출구조가 변하고 있다는 것인데, 무선매출(데이터부문 매출의 증가)이 큰 폭으로 올라가는 반면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의 매출은 감소 내지 정체상태라는 점이다.

3분기 동안의 유선가입자의 해지가 늘어서 2,833만 가입자를 기록했는데, 1년전에 비해 10.5%나 감소한 수치이다. 사실상 큰 폭으로 유선전화 가입자가 이탈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선전화 고객뿐만 아니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경우 전년 3분기에는 거의 50만 가입자를 유치했는데 반해 올해 3분기엔 작년의 30% 수준인 14만 8천 가입자를 유치하는데 그쳤다.

이러한 가입자의 이탈은 근본적으로 통신인구의 감소를 뜻하는 것이 아닌 다른 서비스 사업자로의 변경이 주요 요인이다.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케이블 TV 사업자들이다.

TPS 또는 QPS를 통해 전화, 인터넷, 방송(TV) 등을 묶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케이블 TV 기업들의 공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 아날로그 유선전화로 가능한 것은 오로지 음성통신 뿐이지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TPS 또는 QPS 시장은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하나의 라인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의 호응도가 높은 편이다.

더군다나 미국 경기가 큰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어서 가격에 민감한 시장구조로의 변화가 더욱더 AT&T의 유선전화 가입자와 초고속인터넷가입자의 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다.

물론 AT&T에도 TPS 전략이 없는 것은 아니다. U-verse라는 인터넷 TV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유선전화가 주력인 AT&T에게는 방송 서비스 하나만으로 매출의 감소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새로운 서비스로 유선전화의 자기잠식을 걱정하는 통신사업자의 현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즉, 대세는 기존 유선전화에서 디지털라인의 TPS 또는 QPS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비용의 측면에서 강조되고 있긴하지만, 가정내 통신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굳이 AT&T의 경우가 남의 일로만 비쳐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KT 역시 곧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거나 이미 이런 현상을 겪고 있을 것이다. 유선전화 가입자의 감소는 이제 불을 보듯 뻔하다.

유선전화 가입자의 이탈은 곧 새로운 서비스 가입자의 전환으로 이루어지지 없어지는 고객은 아니다. 따라서, KT의 서비스전략에 따라 얼마든 만회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로 고객을 잡아둘 수 있다.

최근 VoIP에 대한 극심한 거부감이나 유선전화번호이동에 대한 극도의 저항은 시대를 잘 읽지 못하고 있는 KT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안타깝다.

이미 시장에서는 유선전화에 대한 필요성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개인휴대통신이 보편화된다면 필연적으로 유선전화시장 개인고객이 아닌 기업고객쪽에서만 당분간 존속될 뿐이고, 이마저도 기업의 UC(Unified Communication)시장쪽으로 흡수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SKT의 매출이 KT의 매출을 넘어설 것이라는 자료가 나오고 있는데, 결국 지는 유선의 시대를 어떻게 다른 시장으로 끌고 가느냐 하는 문제이다.

집전화 고객을 잡아보겠다는 마케팅보다는 고객측이 원하는 가격과 서비스로 옮겨갈 수 있는 마케팅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은 KT뿐만 아니라 모든 유선전화 사업자들이 알아야할 사실이다.

AT&T의 매출구조는 유선전화 사업을 하는 미국내 다른 통신사와 전혀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유선전화 사업자의 미래가 어떠할지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통신사업자들 역시 참고하고 전략을 세울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바야흐로 아날로그 유선전화의 시대는 점점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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