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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휴대전화마다 달려있는 모바일 인터넷 키를 자신있게 누를 수 있는 사람은 데이터 정액 요금제에 가입한 사람들 밖에 없을 것이다.
일반 요금에 1~2만원씩 더 내는 정액 데이터 요금제를 가입하고서야 한달에 몇백만원씩을 할인받는 웃지못할 청구서를 받아볼 수 있다. 마치 생색이라도 내듯 청구서엔 몇백만원어치를 깎아준 것처럼 표시를 해놓는다.
요금청구서의 데이터 요금 할인항목이 아닌 실사용요금을 보면 최소가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이 나온다. 물론 정액제이기에 그만큼의 돈을 실제 내는 것은 아니지만, 만에 하나라도 정액제에 가입하지 않고 썼다면 요금을 어떻게 감당해야 했을지 앞이 캄캄했을 것이다.
심심치않게 '과대한' 데이터 요금과 관련된 사회문제가 기사거리로 나온다. 단골 피해자들은 주로 나이 어린 학생과 그들의 부모들이다.
한겨레신문 : [단독] “데이터요금 과다, 업체 책임없다” 뒤집힌 판결
서비스 이용 약관과 정해진 조치에 따라 이동통신사의 잘못은 없다고 손을 들어주긴 했지만, 과연 이런 판결로 이동통신사에게 득이 돌아가는 것이 있을까?
청소년이 무심코 사용한 데이터 이용요금에 별도의 정보료와 통화료가 포함되어 있는데, 정당한 과금이었다고 법원에서 판단했다. 과연 휴대폰을 통해 얻은 정보의 가치가 몇십 만원의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스럽지만, 이런 위협적인 요금제를 계속 유지하는 이동통신사의 속셈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동통신사가 책임이 없는 별도의 정보이용료를 받는 서비스들이 많지만, 이들은 해당 이동통신사의 관리를 받는 CP(콘텐츠 제공자)들이므로 과한 정보이용료의 원인에 이동통신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모바일 데이터의 종류와 크기는 늘어나고 있다. 전송되는 이미지는 더 고해상도로 바뀌고 있고, 콘텐츠는 나날이 늘고 리치(Rich)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상응하는 요금제는 과히 살인적이다.
음악 한곡에 500원을 받는데, 4MB짜리 음원을 하나 다운로드 받는데 드는 요금은 몇천원이 들어간다. 음악 몇곡을 다운로드 받으면 CD 앨범 한장 사는 가격과 맞먹는다. '재미'나 '흥미'차원치고는 꽤나 비싼 셈이다. 월 몇천원으로 음악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가정이면 너무나 비싼 데이터 요금이 책정되어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한계에 다다른 음성 ARPU(가입자당 매출)보다 데이터 매출을 올리려 골몰해 있다. 휴대폰 이용자들의 데이터 ARPU를 높이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요금을 합리적으로 내리면 된다. 사용한만큼 내는 종량제를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바뀐 시대에 따라 합리적인 요금제도가 나와야 한다.
물건은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보다 흥정이 이루어지면 더 잘 팔린다. 소비자들은 데이터 다운로드 0.5KB당 몇원이라는 것보다 웹페이지 하나를 살펴보고, 검색을 하는데 결과까지 나오기까지 얼마의 요금이 부과되는 지에 더 관심이 많다. 그 비용이 자신이 지불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면 얼마든 데이터 요금은 낼 수 있다.
모이동통신사의 데이터 요금은 인터넷 접속에 0.5KB 당 1.5원을 받는다. 이 기준으로 보면 한달에 300MB 정도의 트래픽을 사용했다면, 요금으로 치면 대략 90만원의 요금이 나온다.
300MB의 데이터라면 엄청난 양으로 생각되지만, 현란한 요즘 웹페이지 초기화면에만 몇 MB는 기본이다. 한 사이트가 아니라 한 페이지에 몇 MB다. 300MB라면 웹사이트 몇 곳을 꼼꼼히 둘러보면 금방 소진된다.
물론 이런 살인적인 요금제는 정액 데이터 가입자를 모으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다. 데이터 요금 걱정없이 사용하라는 것이겠지만, 늘 휴대폰을 이용해서 인터넷을 하는 것은 아니기에 다수의 소비자는 과소비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나는 휴대폰을 새로 마련하면 인터넷접속 메뉴에 모두 패스워드부터 걸어둔다. 실수로 인터넷 버튼을 누를 상황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미 나부터도 요금제에 지레 겁먹고 아예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려는 입장이다.
대부분 뉴스에 기사로 올라오는 것들은 요금제에 대해 감각이 없거나 아무 생각없는 어린 청소년들이 자주 등장한다. 몇백만원의 요금으로 고민하다가 자살하는 사례도 있고, 실수이지만 이를 인정하고 부모님이 통신사에 요금을 내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가 늘고 있다는 자료가 나오고 있지만, 집계에 잡힌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는 SMS나 MMS가 대부분이다. 이동통신사들이 원하는 데이터 서비스는 그런 것이 아니다.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고 더 많은 요금을 내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청구서만 봐도 다음부터는 절대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면 안되겠다는 느낌을 받는다. 데이터 정액제여서 다행이라는 생각보다는 왠지 뭔가 놓치면 크게 당하겠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다.
선심쓰듯이 몇백만원어치의 데이터 이용료를 정액 요금 몇만원에 깎아준다는 표시는 오히려 소비자에게 데이터서비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만 심어줄 뿐이다. 싸게 할인받았다는 느낌보다는 잘못하다가는 된통 당한다는 위기감을 심어준다.
그리고 이동통신의 데이터요금제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과 웬만하면 이동통신의 데이터서비스 이용은 자제하려고 할 것이다.
만일 SMS 요금이 한 건당 100원을 받거나, 글자당 10원을 받는다면 SMS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을까? 건당 30원에서 20원으로 내린지 이제 1년이 되었다. 엄연히 데이터 서비스인데 사람들은 크게 염려없이 사용하고 있다. 20원의 요금도 비싸다고 느끼는 사용자도 많다.
이동통신의 데이터 요금은 SMS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가격에서 심리적인 저항감이 없어야 사용량이 는다. 사용량의 증가는 결국 데이터 ARPU의 증가로 이어진다.
데이터 서비스에 따른 장비와 투자 회수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투자없이 돈을 번다는 생각이나 사용자들의 습관을 볼모로 돈벌이에만 몰두한다면 결코 데이터 서비스에 대한 저항감만 키울 것이다.
이렇게 하다가는 언젠가 데이터 요금이 확 내렸다고 선전해도 믿지 않을 소비자가 훨씬 많을 것이다. 이미 소비자들은 나처럼 학습효과가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정말 마음껏 인터넷을 했는데, 한달에 5천 정도가 더 나왔을 뿐이네'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데이터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을까?
소비자가 이해할만한 이동통신사의 합리적인 데이터 요금제가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