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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볼 경기가 끝난 월요일 아침 미국의 주요 일간지인 New York Time, Washington Post를 비롯한 일명 'Newspaper Project' 참여 신문사들은 월요일자 신문에 위 사진과 동일한 전면광고를 일제히 실었다.

'More people will read a newspaper today than watched yesterday's big game' 즉, '어제 끝난 슈퍼볼 경기를 본 사람보다는 오늘 아침 신문을 읽는 사람들이 더 많다'라는 뜻인데, 참으로 애처로운 항변이다.

한마디로 '신문은 죽지 않았다'라고 신문 전면 광고를 낸 것이다. 신문사가 이런 광고를 신문 전면에 낼 정도라면 얼마나 자신들이 절박한 상황에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뜬금없이 웬 '구독자'타령을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들의 절박함을 알 수 있다.

그 아래에는 하루 1억명의 독자가 신문을 읽고 있으니 얼마나 광고효과가 클 것인지를 좀 알아달라는 신문광고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고 있다. 광고주들에게 신문에 광고 좀 하라는 것을 부탁하는 글이다.

이미 작년부터 미국 신문사들의 위기는 연이어 알려졌다. 온라인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종이신문 구독자가 줄어들고, 구독자의 감소는 결국 광고의 감소로 이어졌다. 결국 신문의 주수입원인 광고가 줄어들면서 신문사에 본격적인 위기가 닥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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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부분의 신문사들이 온라인 사업(언론사 닷컴을 비롯하여)도 병행하고 있지만, 온라인을 통한 광고수입과 기타수입은 종이신문에서 잃고 있는 광고매출을 상쇄할 정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온라인 미디어들이 늘면서 기존의 오프라인 영역의 광고들을 뺏어가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광고 시장 자체는 커지고 있지만 오프라인 미디어를 통한 광고는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문은 TV, 라디오에 비해 빠른 속도로 광고매출이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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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에 TV, 라디오, 신문, 잡지의 매출이 미디어를 통한 광고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나머지를 DM(Direct Mail)이나 옥외광고 등이 뒤를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웹사이트, 특히 거대 포털 사이트나 게이트웨이 사이트, 커뮤니티 사이트의 등장으로 광고주들은 하나둘씩 기존 오프라인 광고에 등을 돌리고 온라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에 이르러, 특히 신문사들은 경영상의 심각한 위기를 온몸으로 맞게 된다. 갑작스러운 경기침체가 동반되면서 신문의 위기가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신문광고주가 줄어서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TV나 라디오 등의 방송매체는 실시간성이라는 미디어의 특성 때문에 여전히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시간이 아닌 신문과 잡지는 광고를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웹사이트에 완전히 밀리게 되었고, 그 절정에 이른 시기가 작년말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과 온라인은 활자매체의 운명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미국 신문사 연합체인 Newspaper Project 그룹이 바라듯이 더 많은 사람들이 종이신문을 읽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신문본연의 보도와 분석, 비판, 감시 기능과 언론으로서의 역할이 사라진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더 치열하게 독자의 행태 변화에 적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온라인을 강화하고 다른 형태의 콘텐츠 사업을 벌여야 생존이 가능할 것이다.

종이없는 사무실을 첨단으로 생각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정보를 종이에 남기는 것을 지양하고 있으며, 디지털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시대에 사람들이 종이기반의 신문을 통한 정보습득을 계속해서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나도 안이하고 순진한 발상이다. 물론 오랫동안 신문의 존재가 말해주듯 정보를 접하는(신문을 읽는) 습관을 일시에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점점 그 습관이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신문은 더이상 미래가 없다는 주장은 거부한다. 왜냐면 신문은 저널리스트들이 만들어내는 가치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올해 결성된 Newspaper Project 웹페이지의 소개에 나와 있는 언급이다) 라는 말을 전한 미국 남부 신문사 연합 회장이며 Newspaper Project 그룹의 멤버인  Donna Barrett의 언급에는 미디어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마저 묻어나 있다.

Newspaper Project : http://news.newspaperproject.org/

이 웹사이트엔 (신문사) 회원사들과 일반 네티즌들이 신문에 대한 여러가지 의견들을 올리고 있으며, 신문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팀블로그 형태로 올라오는 신문사들의 글에 대해 대부분의 댓글들은 냉소적이고 비판적이다.

http://news.newspaperproject.org/2009/02/nyt-executive-editor-on-why-newspapers.html

뉴욕타임즈 편집자인 Bill Keller의 신문의 미래에 대한 질문과 답변글에 달린 댓글을 보면 신문에 대한 불신과 신문의 정체성 등을 거론하며 신문의 미래는 없다는 식의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신문에 나오는 기사는 대부분 단편적인 소식 전하기에만 급급하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없는지 등 도무지 신문을 읽어야할 이유를 모르겠다. 신문말고도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은 훨씬 많아졌다'라는 네티즌의 댓글이 인상적이다.

Newspaper Project 라는 것 자체가 이미 신문사의 위기가 어느 정도에 다다랐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신문에 광고를 실어야할 이유를 설명하고, 광고주와 독자를 더 끌어모으려는 의지는 읽을 수 있지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를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일부의 네티즌들에게 논리면에서도 뒤지고 있다.

신문의 저널리즘을 강조하기 전에 미디어의 변화가 가장 큰 이슈인데도 변화의 이유보다는 신문의 가치와 존재의 필요성에 대해서만 역설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Newspaper Project 역시 종이신문이 아닌 웹사이트를 통해 찾는 방문자들이어서 종이신문에 대한 존재이유를 더더욱 설명하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 신문사들은 '어제 끝난 슈퍼볼 경기를 본 사람보다는 오늘 아침 포털의 뉴스를 읽는 사람이 더 많다'라는 것이 현실인데 그것을 인정하기 싫은 모양이다. 그럴수록 종이신문의 운명은 더더욱 짧아질 것이다.

PS. (조금 다른 방향이지만) 국내에도 이슈가 되고 있는 방송 미디어 관련 개정법안을 통과시키면 결국 생존의 기로에선 (자본력 있는) 신문사들이 TV 방송사를 사들이려는 입장은 뻔히 예측할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죽는 것보다는 돈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살아남으려면 방송사 소유만이 신문언론의 명맥을 잇고,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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