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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STYLE이라는 인터넷전화 컨버전스 단말기를 내세워 대대적으로 인터넷전화에 대한 홍보를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이석채 신임 대표이사의 인터넷전화(VoIP)에 대한 입장과 향후 행보를 가늠할 수 있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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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발표한 KT 스타일, 출처 : 전자신문)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스타일(STYLE)이라는 제품은 레인콤이 CES에서 발표한 iriver WAVE HOME이라는 제품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WAVE HOME은 7인치 디스플레이에 VoIP 기능을 탑재하고 전자액자 기능 및 각종 멀티미디어 재생 기능을 갖춘 탁상용 단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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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콤이 CES에 발표한 각종 기기들, 출처 : 전자신문)

CES에서 전시한 레인콤의 제품 중 위 이미지의 상단 두 개의 제품이 WAVE 시리즈이다. 인터넷전화 기능(KT 인터넷전화에 맞춰진 제품)이 지원되는 제품이며, 무선전화기 타입이 WAVE W10(상단 오른쪽)이며, 전자액자 타입이 WAVE HOME이라는 신제품이다.

KT 인터넷전화에 맞춰진 이 제품들은 W10이 시장에 먼저 소개되었고, WAVE HOME은 11일 발표되었다. 이미 CES에서 KT 인터넷전화로 데모를 진행했기 때문에 KT 서비스용으로 조만간 제공되리라는 예측은 있었다.

KT가 인터넷전화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것은 환영받을 일이다. 또한 기존 인터넷전화 시장이 '유선전화에 비해 싼 요금'이라는 무기만을 가지고 승부하던 것을 피해 부가가치 서비스를 경쟁요소로 잡았다는 점도 나름 칭찬받을만한 전략적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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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화만큼은 1등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myLG070)

현재 가정용 인터넷전화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는 LG데이콤의 myLG070이다. 기존 전화요금보다 싼 통신요금을 기반으로 가입자를 계속 늘여가고 있고, 그 대상이 기존의 KT 집전화 가입자라는 사실은 KT가 불안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천만 가입자가 무너진 것도 LG데이콤의 역할이 컸다. 또한 번호이동제가 촉매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LG데이콤이 유선전화 시장에서의 KT장벽을 넘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뛰어든 시장이 인터넷전화인데, 이제까지는 KT의 반VoIP 전략 때문에 더더욱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KT가 인터넷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때마다 LG데이콤의 인터넷전화 고객은 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선장이 바뀐 KT號의 자세는 기존 인터넷전화 시장에 대한 입장은 큰 틀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나 아직 중요한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집전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2천만 가입자가 인터넷전화로 인해 무너지면서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집전화 고객 이탈방지와 인터넷전화 가입자 유치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전화는 걸고 받을 수 있다. 지금 KT의 전략은 집전화로 전화를 받고, 걸 때는 인터넷전화를 이용하라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더 나아가서 고객이 유선전화이든 인터넷전화이든 둘 다를 사용하면 좋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면서 인터넷전화를 통해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이다.

시장 지배력을 위해서라도 기존 유선전화 고객은 놓쳐서는 안되는 입장이다. 매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유선전화 고객을 잃으면 기반 자체가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집전화를 사용하면서 인터넷전화를 3년 장기계약하면 2,000원의 인터넷전화 기본료를 받지않고, 10만원 상당의 인터넷전화기를 주는 이벤트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집전화 고객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다.

아마도 KT내부적으로 인터넷전화에 대한 드라이브는 기존 '안폰'사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안폰이 기존 유선전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기 때문이다. 그 영역을 인터넷전화가 물려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안폰사업은 축소가 불가피하다.

집전화 고객을 사수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성장동력으로 잡은 것은 바로 부가사업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콘텐츠 부가사업인데, 향후 단말기를 통해 다양한 부가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그 해법을 단말기에서 찾고 있다. 우선 사용자의 서비스 체험(UX)을 강화하고 이를 매출로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향후 KT는 다양한 단말기 제품군을 내놓을 것이다. 전화기가 아닌 콘텐츠 단말기 형태의 제품들이 나올 것이다. 여기에는 KT의 IPTV 사업이나 다양한 부가 사업을 엮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음성통화는 하나의 기능으로만 제공되는 형태이다. 그것은 셋탑박스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컨버전스 단말기가 될 수도 있다. 어쨋거나 고객을 KT의 서비스 영향력 아래 두고 싶어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KT가 인터넷전화 서비스에 '스타일'같은 컨버전스 단말기를 내세우는 것도 기존의 음성위주의 가격경쟁을 지향하는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미 KT는 인터넷전화 출발시부터 영상전화나 ATM 서비스 등의 부가가치 서비스를 강조하는 등 차별화에 큰 관심을 두었다. 물론 대중적인 서비스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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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데이콤의 무선콘텐츠 서비스 아이허브)

경쟁사인 LG데이콤도 자사의 단말기를 통해 무선콘텐츠 서비스인 '아이허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만큼 작은 화면과 상대적으로 사용할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점때문에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 KT가 발표한 스타일의 경우 기본 VoIP 기능 외에도 전자액자(메모리 카드를 통해 사진 슬라이드쇼 재생), FM 라디오, 인터넷라디오, 게임, 웹서핑 등이 제공된다. 7인치라는 비교적 큰 화면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을 제공한다. 제공되는 기능들은 터치를 기반으로 쉽게 다룰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점은 분명 경쟁사와는 다른 차원에서 콘텐츠가 제공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2009/01/26 - [기술 & 트렌드] - 유선전화기를 대신할 신개념 가정용 VoIP 컨버전스 단말기, Verizon Hub

얼마전 포스팅을 통해서도 소개한 적이 있지만 미국의 통신업체들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TPS와 QPS로 진화하여 가정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가정용 컨버전스 단말기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KT가 집전화를 버리지 않고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늘이겠다는 전략은 컨버전스 단말기를 통해 이루려 하고 있다. 이동통신처럼 음성통화를 위주에서 데이터 매출 ARPU 증가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그 시점이 어느 정도 도달하게 된다면 유선전화를 서서히 퇴출시키고 완벽하게 데이터 서비스 위주로 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초기에 유선전화를 지키면서 인터넷전화 가입을 독려하는 것은 시기와 여건상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기존 유선전화 기본요금에 인터넷전화 통화료만 내라는 이야기이지만, 30만원이나 드는 단말기의 구입비용이 소비자에겐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과감하게 KT 집전화에서 KT 인터넷전화로 전환하는 고객에게 3년 의무사용 조건으로 무상으로 제공하는 형태가 낫지 않을까 싶다. 당장 KT의 부담이 커지지만, 단말기를 KT용으로 고정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각종 서비스 역시 KT 서비스를 중심으로만 제공되도록 완벽한 KT 단말기로 만든다면 이탈방지에 대한 수고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KT의 인터넷전화에 대한 입장은 공공연하게 드러날만큼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콘텐츠를 중심으로한 부가서비스 제공과 두 대의 전화기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전략의 중심에 스타일이라는 컨버전스 단말기가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 당분간 사업자를 위한 각종 컨버전스 단말기 개발이 늘어날 것 같다.

KT는 제공될 컨버전스 단말기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반드시 집전화 고객을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도 검토되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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