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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판 전자신문, 베를리너판 중앙일보, 컴팩트판 일간스포츠)
오늘부터 중앙일보의 판형이 변경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베를리너'라는 판형을 도입했는데, 현재 조간신문 사이즈인 대판과 지하철 무가지가 사용하는 타블로이드판으로 알려진 컴팩트판의 중간 사이즈쯤 된다.
자매지인 일간스포츠는 컴팩트판으로 줄였다. 오늘부터 판매되는 것부터 전면적인 판형이 변경되었는데, 신문을 만져보니 두툼한 느낌이었다. 지하철 무가지를 만지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베를리너판이라 실제 지하철 무가지보다 크기는 조금 더 크다.
베를리너판으로 알려진 이 판형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독일의 '베를리너 모르겐 포스트'라는 신문이 최초로 사용한 판형이어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현재 베를리너판은 유럽지역 신문사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사이즈이다.
대판사이즈의 신문이 작아지는 데는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바빠진 현대인을 위한 배려에서 출발한다. 아침에 느긋하게 집에서 신문 읽을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바쁘게 움직이는 현대인들을 위해서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사이즈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하철 무가지는 대판의 딱 절반 사이즈인 컴팩트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타블로이드판으로 알려진 컴팩트판은 예전부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황색저널리즘으로 대변되는 선정적인 기사들을 다루던 신문들이 대부분 타블로이드판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국지이면서 일간지인 중앙일보가 컴팩트사이즈를 채택하기엔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어서 판형을 베를리너로 변경한 것 같다. 그러나, 자매지인 일간스포츠지는 컴팩트판으로 바뀌었다.
중앙일보의 베를리너판 발행은 국내 신문시장에서는 도전에 가깝다. 기존 조간이나 석간들이 대판이 아닌 사이즈로 발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중앙일보의 판형변경의 반응에 따라 다른 신문들도 따라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큰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절대 따라하지는 못할 것이다. 너무나 큰 돈이 들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말대로 '판을 바꾸었다'라는 것은 단순히 판형만의 변경이 아니고 신문의 '판세'도 바꾸겠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안다. 경쟁지이면서 동지(?)인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와의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 정도로 생각해도 될 것이다.
판형변경으로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수단에서 신문을 읽는데 조금 더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는 광고의 잘게 쪼개기 기능도 숨어있다. 사이즈가 작아지면서 광고를 좀 더 작게 만들 수 있고, 컴팩판에서 느끼는 광고단가의 저렴함(실제 저렴한지는 모른다)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판형의 변화는 신문사에서 큰 변화다. 도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윤전기가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로 되어 있는 조판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바꾸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윤전기는 엄청난 기계시설인데 이를 바꾸는 것은 비용에 있어서도 큰 부담이다.
요즘같이 신문시장이 어렵다는 시기에 지른 일치고는 판형변경은 큰 사고에 가깝다. 판형을 바꾼다고 구독자가 늘어나는 것도 아닐테고, 광고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도 아닐테니 말이다. 윤전시설의 교체 비용부담과 구독자의 반응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으니 더더욱 도전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근데 정작 중요한 것은 판형의 변화만큼 제대로 된 보도와 정론의 자세가 더 필요해 보인다. 신문판형뿐만 아니라 그동안 독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던 언론의 제 역할에 더 충실하기를 바란다. 신문은 멋으로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속이 변하지 않는데, 겉을 보고 신문을 구입하고 읽고 유익하다고 좋아할 독자는 없다.
전통적인 신문산업은 자꾸 죽고 있다. 판형 변경 정도로 견뎌내기엔 앞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