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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협상은 쉽지 않다. 인수 협상 대상자 누구라도 곧 죽을 정도의 긴박한 분위기가 아니라면 더더욱 힘든 것이 인수 협상이다. 사는 사람은 더 싸게, 파는 사람은 비싸게 팔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거의 인수협상이 성사되었다고 알려졌던 IBM과 Sun Microsystems의 인수 협상이 IBM에서 제시된 인수 가격 때문에 무산직전에 와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수 총액 70억 달러에 이르는 협상 금액이 SUN의 입장에서는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IBM이 SUN의 주식인수 금액을 초기에 주당 10~11달러를 제시했던 것에서 9~10달러로 물러선 것이 큰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내부자의 정보에 따르면 주당 9.4 달러선을 제시했다고 한다.

초기 협상과 달리 인수가격을 깎겠다는 IBM의 의지가 드러나자 SUN쪽에서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IBM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와도 인수 협상을 벌이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IBM 역시 이에 대해 인수 제안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IBM 외에 SUN의 인수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데 있다. SUN의 서버사업을 사들여 부흥시킬 수 있는 기업이 손꼽아 몇 안되는데, 따라서 전혀 다른 산업군의 인수자가 나타날 확률은 아주 낮다. 유닉스 서버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현재의 경쟁사 범위에서 후보군을 찾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자금 여력이 가장 좋은 Cisco는 자체적으로 제작한 블레이드 서버를 밀고 있는 상황이어서 SUN의 인수는 큰 장점이 되지 못한다. 물론 또 다른 인수 후보군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2위 업체 HP는 SUN의 사업방향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인수기업으로는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물론 3위 Dell 역시 마찬가지다. 인수했을 때의 장점이 없다.

결국 Sun Microsystems는 IBM 인수 또는 지금처럼 자생적으로 시장을 개척하여 살아남는 수 밖에는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기업을 매각하려고 시장에 공개한 상황이라 자체적인 독자생존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결단이다.

IBM 역시 SUN이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에 상당한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협상에서 유리하게 가져갈 것은 누가봐도 자명한 사실이다.

인수협상은 한시 한시가 다르다. 결렬을 염두에 두고 임하는 것이 협상이기 때문에, 계약을 하는 그 순간까지 장담하기는 힘들다. 거의 인수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 협상결렬에 준하는 소식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쟁점에 대한 견해가 크기 때문이며, 양사는 또 다른 협상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은 IBM이 비공식적이지만 협상결렬을 선언한 상황이다. IBM이 제시한 금액을 SUN이 너무 낮다고 거부했으며, IBM은 이어서 협상결렬을 SUN측으로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무사히 협상을 마쳤다면 미국시간으로 6일 월요일 오전에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현재 상황에선 결렬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협상결렬은 SUN에 불리하다. 그 점은 SUN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SUN 자체적으로 다른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반전이 될 수도 있다. 그 반전의 카드가 무엇이 될지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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