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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닭요리음식 명소를 꼽으라면 단연 동대구역 근처 평화시장을 이야기하고 이곳의 닭똥집(닭모이집, 근위)요리를 얘기한다. 닭똥집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닭요리 거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다양한 닭요리로 특화된 곳이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이다.

2006/12/15 - [맛집 방문기] - 평화시장 닭똥집

닭똥집은 평화시장에만 하는 레어아이템은 아니다. 대구사람들에게는 친근한 닭똥집(튀김, 양념)요리는 대구에서 닭요리를 하는 많은 가게들이 다루는 중요 아이템중의 하나이다. 동네 닭집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닭똥집요리다.

평화시장을 벗어나 대구의 다른 곳에서 닭똥집이 유명한 가게로는 수성구 상동시장의 '맞그린 치킨호프'라는 가게가 있다. 근처에 있는 한방병원(경산한의대학교) 학생들이 자주 찾아온다는 이 치킨 가게는 16년의 전통을 가진 집이다. 지금의 업장으로 옮긴 지는 4년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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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동시장 일방도로길가 왼쪽에 있는 이 가게를 찾는 손님은 많다. 동네 여느 치킨호프가게처럼 보이지만 닭요리 하나는 일품인 가게다. 인터넷에서 이 가게에 대한 이야기이 많이 나와있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회사회식 때문이었다. 20여명이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물었을때, 가능하다고 해서 멀리 북구에서 이곳 수성구까지 찾아갔다. 홀은 약 30여명이 조금 넘는 인원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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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을 하고 들어가서인지 손님이 두개 테이블밖에는 없었다. 6시 30분에 도착을 했으니 손님이 오기엔 이른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우선 메뉴부터 살펴보게 된다.

야채찜닭에서 똥집튀김까지 다양한 닭요리가 가능하며, 생맥주, 병맥주, 소주, 음료수가 가능했다. 간판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맥주 전문점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 대구포, 육포를 제외하고는 모두 닭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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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출발전에 후라이드와 양념치킨, 그리고 똥집튀김을 미리 주문해두었다. 도착하니 미리 준비된 테이블에 주문한 닭요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허기진 상태에서 먹어서 그런지 아주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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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와 함께 제공되는 양파와 고추가 섞인 간장소스인데, 아주 매콤했다.

닭튀김은 바싹했다. 다른 곳에 비해 닭고기에 입힌 밀가루가 얇았으며 바싹 튀긴 것이 특징이었다. 나중에 나온 닭똥집도 마찬가지였다. 전반적으로 튀김은 바싹 튀겨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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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은 많이 달지는 않았지만 약간 거친 느낌이 들었다. 별도의 매운 소스도 별도로 제공되었지만, 맥주안주와는 아주 궁합이 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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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추천하는 닭똥집튀김이다. 평화시장과 비교해서 양은 다소 많아보였다. 아무래도 닭똥집의 본거지와 비교를 할 수 밖에 없는데, 평화시장에 비해 더 바싹 튀겨져 있었다. 전반적으로 튀김종류의 요리들은 바싹 튀겼다는 느낌이 강했다. 포장시에는 1천원이 더 붙어서 7천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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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싹 튀겼다는 것은 기름기가 강하다는 것으로 생각해도 된다. 많이는 먹기 힘들었다. 맛은 평화시장에 비해 떨어지지 않지만 튀김 정도는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가려질 정도로 명확했다. 바싹하다.

이런 요리라면 맥주도 괜찮지만, 더불어 차(茶)를 함께 하는 것은 어땟을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다. 홍콩을 다녀온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느끼하거나 기름진 것만 보면 보이차나 자스민차가 절로 생각난다.

제공되는 생수라도 끓인 찻물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다. 음식에 맞게 느끼함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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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천정에 붙어있는 형광등색깔이 참 요란하다. 형광 주광색이 아닌 붉고, 파랗고, 녹색인 형광등이 오밀조밀하게 끼워져 가게안을 비추고 있었다. 참 오묘하다. 원래 이런 색깔등이 어울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특이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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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겁지겁 튀김닭과 양념닭, 그리고 닭똥집튀김을 먹고 맥주를 어느정도 마시고 나서 느끼해서 시킨 닭똥집볶음 요리다. 청량고추의 매운 맛이 강해서 느끼한 맛을 없애는데는 그만이다. 하지만, 매운 것을 못먹는 사람에게는 먹고 저주를 뱉을만큼 강렬한 매움을 선사한다.

특이한 철판(돼지 모양 철판)에 뜨겁게 해서 가져오는데, 식으면 맛없다고 한다. 하도 맛있어서 포장이 되냐고 주인에게 물었더니, 배달중에 식기때문에 도착하면 맛없다고 한다. 즉, 포장 안된다는 이야기. 8천원이면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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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맛그린 치킨호프의 최대 특미는 역시나 야채찜닭이다. 메뉴판에 달리 특미라고 자랑해놓은 것이 아니다. 가장 자신있으며, 손님인 우리가 먹어봐도 가장 괜찮은 메뉴였다. 평화시장에서의 맛과 달랐다. 먹고 나서는 엄지손가락 치켜 올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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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닭고기 양은 풍부하다. 당면은 금방 요리해서 내놓기 때문에 퍼지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국물은 칼칼하다. 국물맛을 보면 바로 소주를 부르게 된다. 두꺼운 감자도 구수하고 전반적으로 맛은 뛰어나다는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다. 굵게 썰어놓은 파도 시원함을 더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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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어 먹는다고 앞접시를 놓고 고기와 당면을 옮겼지만, 국물을 제대로 담을 수 없어 아쉬웠다. 그래도 숫가락으로 연신 국물맛을 보면서 닭고기와 당면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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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나 소주가 끌리지 않을 수가 없다. 맥주뒤로 보이는 국물이 보이는가? 국물을 안주삼아 소주를 들이키는 직장 동료들이 많았다.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으면서 칼칼한 국물맛은 술과 조화를 잘 이루었다.

빈속에 회식을 시작해서였는지 마지막으로 가면서 곡기를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치킨호프집에서 밥을 찾으니 생뚱맞기도 하지만, 단체손님을 받은 주인아주머니의 서비스 정신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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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소리를 듣자 밥을 한 것이었다. 회식 마지막에 서비스로 야채찜닭을 하나 더 해주시면서 밥까지 덤으로 주셨다. 우리 직원들 모두 감동의 도가니탕에 빠졌다. 치킨호프에 와서 야채찜닭 국물에 밥비벼 먹을 줄 상상이나 했을까?

회식자리라 이것저것 바라는 것도 많았다. 4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부부가 운영하는 이 가게엔 별도의 종업원이 없었다. 중간중간에 배달도 해야하기 때문에 주인아저씨는 가끔씩 배달 요리를 가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돌아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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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아주머니는 필요한 것 있으면 일단 알아서 가져가라고 했다. 맥주를 제외한 소주, 음료수, 물, 무절임, 수저, 안주용 과자 등 우리가 알아서 가져다 먹었다. 그게 편했다. 물론 마지막에 테이블 위에 남은 병을 헤아려 계산을 했다.

일단 맛그린에서 감동을 받은 것이 몇가지 있는데, 주인내외분이 정말 친절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닭요리도 맛있었지만, 일단 주인이 친절하면 맛이 한결 더 뛰어나 보인다. 그리고 생맥주 추가를 요청하면 용기가 넘치도록 맥주를 가져오고 쏟을까 조심해서 가져오는 주인아저씨의 모습이 감동두배로 올라가는 행동이었다.

단체손님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손님이 요청한 것에 맞추어 주거나 서비스 요리를 푸짐하게 내주는 주인의 서비스정신과 베포가 참 마음에 들었다. 소문듣고 왔다는 소리에 기분 좋아하던 주인아주머니의 얼굴이 참 인상적이었다. 주인부부의 인상도 참 좋다.

3시간동안 20여명의 직원들이 떠들석하게 각종 닭요리와 맥주, 소주를 마시고 밥까지 먹고 나왔다. 우리 외에 두 테이블만 손님이 있었을뿐, 나머지는 중간 중간에 배달이 전부였다. 월요일 저녁이어서인지 손님은 비교적 적었다.

회식에 참석한 직원들뿐만 아니라, 회사도 만족해했다. 삶은 닭요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닭요리를 다 먹었고, 밥까지 배부르게 먹고 맥주와 소주를 마시고 나왔는데 1인당 약 1만원이 조금 넘는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회식에 참석한 신입사원들 입에서 다음에 또 여기서 회식하자는 소리가 나왔다.

분위기는 동네 작은 치킨호프집이지만 맛과 서비스만큼은 어디 하나 손색이 없었다. 맛있고 서비스까지 만족이라면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도 아깝지 않은 치킨호프집이었다.

* 포스팅에 사용된 모든 사진은 삼성디지털이미징의 VLUU PL10으로 촬영되었으며 800x600으로 리사이징하여 업로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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