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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화(VoIP) 가입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유선전화 가입자의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또한 유선전화 해지자수보다 인터넷전화 가입자수가 더 많다고 한다.
일부 보도에서는 유선전화 해지자보다 인터넷전화 가입자수가 더 많음을 근거로 인터넷전화의 세컨드폰 기능을 유추하기도 한다. 실제 일부 가정에서는 완전한 인터넷전화로의 전환을 염려하여 수신은 유선전화로 발신은 요금이 저렴한 인터넷전화를 이용하는 가구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무래도 인터넷전화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번호이동을 통해 인터넷전화로의 전환을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KT와 SKB(SK브로드밴드)는 집전화와 인터넷전화까지 묶는 결합상품을 내놓으면서 유선전화 가입자 이탈을 막으려 하고 있다. 물론 인터넷전화로 가입의 타사유출을 막기 위해 인터넷전화 가입 독려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전화 가입자수는 기업과 가정고객을 포함하여 대략 300만이 조금 안된다고 한다. 이중에서 약 20%가 기업용이며 나머지는 가정용이다. 가정 가입자가 더 많다. 이는 결합상품의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전화는 평소 전화를 걸고 받는 일이 많은 기업용에 더 적합하다. 시내외 구분이 없으며, 국제전화요금도 유선전화에 비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모가 있는 기업의 경우 구내 사설교환기의 교체와 단말기 교체 비용때문에 쉽게 바꿀 수 없어서 전화번호 1~5개 수준의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사실 300만 가입자는 작은 숫자는 아니지만, 폭발적으로 가입자가 늘었다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숫자다. 그렇다면 요금에서부터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 인터넷전화로의 이동이 왜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것일까에 대해 궁금해 할 것이다. 나름대로 이에 대한 분석을 해보았다.
최근 10년 넘게 사용해오던 집전화(유선전화)를 인터넷전화로 바꾸었다. 그러면서 느꼈던 인터넷전화로의 전환에 대한 장벽에 대해 느낀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전화와 함께 인터넷 회선도 필요
인터넷전화는 기본적으로 초고속인터넷 회선이 있어야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가정의 유선전화가 전화국에서 집까지 구리선이 설치되어 있어야 전화가 가능하듯, 인터넷전화는 초고속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인터넷전화의 가장 큰 단점이자, 특징이 바로 인터넷회선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요즘 웬만한 가정엔 초고속인터넷을 대부분 사용중이기에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혼자 살거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가구의 경우 인터넷전화를 위해 추가로 초고속인터넷 가입을 해야한다는 문제가 있다.
인터넷회선 제공회사와 인터넷전화 서비스사가 달라도 사용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이 경우 결합상품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회선과 서비스사를 같은 회사로 선택하는 결합상품을 더 선호한다.
인터넷전화는 기본적으로 인터넷회선이 있는 가정에서 고려해볼만한 서비스다. 시골에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라면 인터넷전화 가입은 다른 세상 이야기일 수 있다.
2. 번호이동 심사가 오래 걸린다?
인터넷전화가 처음 나왔을때 가장 큰 소비자들의 불만은 070이라는 식별번호에 대한 불만이었다. 060, 080 등 스팸으로 인식되는 각종 전화 부가서비스나 기업용, 마케팅용 전화번호 식별번호와 비슷한 070이라는 번호에 대한 거부감이 컸었다.
인터넷전화를 망설이는 상당부분의 이유중 하나는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체계에 있었다. 그러나 이동전화처럼 유선전화도 사용하던 번호 그대로 사업자를 바꿀 수 있는 번호이동제도가 도입되면서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번호이동심사라는 절차가 있고, 이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었다. 때로는 번호이동이 거부되는 사례도 나오기 때문에 신청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기존 신규 가입과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 또한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막는 장애물이 되었다.
이 문제는 주로 해지자만 있는 KT측의 요구에 의해 까다로워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6월 1일자로 KT와 KTF가 통합되면서 번호이동의 절차가 간소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우리집의 경우 화요일 오후에 번호이동을 신청하여 금요일 낮에 인터넷전화를 개통했다. 만 3일이 걸리지 않았다.
KT에 전화상담을 하면 4일에서부터 최대 2주까지 걸릴 수 있다는 답변을 듣는다. 심사에 걸리는 시간과 행정적인 처리, 단말기 수배가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로는 유선전화 가입자 지키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개통시간이 길어지면 가입자는 망설이게 된다. 앞으로는 이 절차가 상당히 간소화되며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3. 통화음질의 문제, 깨끗하게 잘 들릴까?
인터넷전화를 사용해보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인터넷전화의 음질문제다. 일반적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져 있는 내용은 기존 유선전화보다는 음질이 떨어지고, 이동전화(휴대폰)보다는 음질이 낫다는 모호한 표현을 한다.
그러나 실제 대부분의 인터넷전화 음질은 예상보다 훨씬 깨끗하다. 회선의 상태에 따라 음질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10Mbps만 넘는 초고속인터넷 회선이라면 음질은 상당히 깨끗하다고 생각하면된다.
유선전화의 경우에 음질은 전화국과 집사이의 회선품질과 단말기인 유선전화기의 성능과 품질에 의해 음질이 결정된다. 회선만 멀쩡하다고 음질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므로, 회선보다는 전화 단말기의 성능이 전화품질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고 보면된다.
한마디로 인터넷전화의 음질은 상당히 좋은 편이고, 어쩌면 유선전화보다 훨씬 깨끗하게 느껴진다. 전화받는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깨끗하게 들린다. 인터넷전화를 사용하는 지인이 있으면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음질확인의 좋은 방법이다.
4. 정전이 되면 못 쓴다?
인터넷전화는 기본적으로 인터넷회선을 기반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전시에는 사용할 수 없다. 이 점은 인터넷전화를 가입하면 반드시 고지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를 인터넷전화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정전을 경험한 적이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보면 이 문제 역시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1년에 한번도 정전을 경험하지 못한 가구가 많을 것이다. 또한 이동통신 보급율이 높기 때문에 유선전화의 단절로 모든 통신이 마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전이 인터넷전화 서비스의 최대 단점으로 꼽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단, 대부분의 가정내 비상사태시 정전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긴급전화 등으로 사용할 수 없을 확율이 높으며, 간혹 인터넷회선의 이상으로 전화를 못할 상황이 될 수 있으므로, 최소한 인터넷회선 단절은 없어야 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인터넷전화의 안정성은 인터넷회선과 깊은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5. 단말기가 너무 비싸!
인터넷전화 단말기는 유선전화기에 비해 너무 비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기존 유선전화에 비해 통화를 위한 조건이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지원해야 하고, 음성과 필요에 따라서는 영상을 지원해야 하기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적인 기능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음성통화를 위한 음성코덱과 각종 통신기능 및 멀티미디어 기능 등 PMP, MP3P 등이 사용하는 칩셋이나 소프트웨어를 단말기에 구현해야 하기에 원가가 상승할 수 밖에 없다.
단말기의 제조원가가 높으므로 당연하게 소비자 판매가는 비싸다. 단, 약정을 걸 경우 무료로 제공되는 단말기들이 많고, 다소 비싸더라도 기존 유선전화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기능을 사용할 수 있기에 단말기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KT 인터넷전화에만 제공되는 아이리버의 STYLE 단말기의 경우 30만원이 훌쩍 넘지만, 음성전화, 화상전화 외이도 각종 인터넷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단말기들은 특정 통신회사 서비스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유선전화 단말기와 달리 인터넷전화 단말기들은 서비스를 바꾸면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인데, 이 부분이 개선된다면 단말기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요금은 싸지만, 단말기가 너무 비싸다는 것도 소비자들이 망설이는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다. 그러나, 상시적으로 열리는 이벤트나 약정을 묶을 경우 단말기 가격은 내려가거나 무료로 받을 수 있다.
6. 아무데나 설치는 곤란해?
유선전화의 경우 방마다 전화기 포트가 설치되어 있으면 아무곳이나 꽂으면 사용이 가능하다. 반면 인터넷전화는 인터넷 회선 설치장소에 단말장치(베이스 스테이션)를 연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본 설치되는 전화기의 단말 베이스 스테이션만 회선 가까이 설치하고 나머지는 (무선전화기처럼) 무선통신을 이용하여 사용하거나, 아예 공유기를 이용한 Wi-Fi 방식으로 연결하여 제약을 없애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전화기 배치를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다. 복수의 전화번호나 전화기를 가설하는 것도 인터넷전화가 유선전화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그래도 끌리는 인터넷전화의 장점들
일반 가정에서 유선전화를 인터넷전화로 변경을 고민하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래도 가장 큰 것은 요금이다. 가입비형 전화의 경우 기본료만 5,200원(8급지 이상)이다. 거기에 시내외 전화요금이 다르며, 국제전화요금도 비싼 편이다.
이에 반해 인터넷전화는 기본료 2,000원이며 장기가입이나 결합상품을 선택할 경우 기본료가 면제되거나 50% 정도 할인을 받는다. 여기에 CID(발신자 번호표기) 서비스를 추가해도 최대 3,000원의 기본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시내는 유선전화와 거의 동일한 요금(38원~39월/3분)이지만, 시내외 구분이 없는 통화권역은 유선전화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이동전화로의 요금도 14.5원/10초보다 싼 13원/10초다.
우리나라의 모든 지역으로 전화는 모두 시내전화요금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로의 연결시에도 기존 휴대전화끼리의 통화요금이나 유선전화에서의 요금보다 저렴하다. 국제전화요금 역시 별도의 선불카드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될만큼 저렴한 수준이다.
요금 외에도 기존 유선전화가 제공하지 못한 다양한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단문문자서비스인 SMS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유선전화로도 문자를 보내고 받을 수 있으므로 편리하다. 3G 전화기로나, 인터넷전화 가입자끼리 화상전화도 가능하다.
단말기의 성능에 따라 전화 기능 외에도 다양한 부가기능이 제공될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 고급형 단말기의 경우 MP3음악과 동영상 감상도 가능하며 라디오를 청취할 수도 있으며, 전자액자로 사용할 수도 있고, 리모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인터넷이 제공되므로 각종 뉴스 제공이나, KT의 경우 인터넷뱅킹을 지원하는 단말기도 선을 보이고 있다. 기존 유선전화가 제공하지 못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터넷전화의 큰 장점이다.
인터넷전화는 소리소문없이 퍼지고 있다. 사용해본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긍정적인 평가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망설이던 사람들도 인터넷전화 가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인터넷전화에 대해 잘 모르거나 선입견을 갖고 있는 소비자가 많은 것 같다. 아마도 불확실한 정보나 인터넷전화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인 주장만을 들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인터넷전화는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다. 전화뿐만 아니라, 방송과 통신 등 소위 통방융합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시점이며, 전화기 역시 그런 흐름에서 벗어나기 힘든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인터넷전화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고, 어떤 장점과 어떤 문제점이 예상되는지 알고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가입자가 늘어날 것이다. 요금도 싸고, 기능도 많으며 음질도 만족할만한 수준이기에 인터넷전화는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다. 이제는 인터넷전화로의 전환을 고려해봐도 괜찮은 시기인 것 같다.